신혼여행 못가도 웨딩촬영 포기 못해!

[단동(丹東)의 결혼식 3]아침부터 저녁까지...노래방으로 이어지는 결혼식

등록 2006.09.21 20:12수정 2006.09.22 14:20
0
원고료로 응원
a 압록강변에는 신랑신부에게 꽃가마를 태워주는 색다른 영업으로 짭잘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압록강변에는 신랑신부에게 꽃가마를 태워주는 색다른 영업으로 짭잘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 이덕림

중국 단동의 결혼예식 가운데 중요한 순서의 하나로 '징주(敬酒)'와 '징옌(敬煙)'이 있습니다. 신랑 신부가 하객들에게 돌아가며 술과 담배를 드리는 것을 말하는데 다른 지방에도 널리 퍼져있는 의식입니다.

결혼식에 대한 사후 품평(品評)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준이 되기에 신랑 신부로서는 매우 신경이 쓰이는 순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징주와 징옌을 할 때에는 예복도 새로 갈아입고 무척 조심스런 몸가짐을 하게 됩니다.

긴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하던 신랑 신부가 조금 한숨을 돌리는 것은 오후 늦게 돼서입니다. 웬만큼 인사를 차리고 나면 신랑 신부는 친구들과 함께 압록강 변으로 바람을 쐬러 나갑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기념사진도 찍고, 산책 나온 여러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행복한 기분에 젖기도 하고, 유람선을 타고 강상으로 나가 강바람에 머리를 식히기도 합니다.

a 꽃가마를 타기에 앞서 삼신할매로 분장한 길라잡이로부터 구수한 덕담을 듣고 있는 신혼부부 한쌍. 옆에 친구들이 같이 서있다.

꽃가마를 타기에 앞서 삼신할매로 분장한 길라잡이로부터 구수한 덕담을 듣고 있는 신혼부부 한쌍. 옆에 친구들이 같이 서있다. ⓒ 이덕림

강변 한쪽에는 갓 예식을 마치고 나온 신랑신부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꽃가마를 타는 곳입니다. 네 명의 가마꾼이 멘 꽃가마에 신랑, 신부를 태우고 강변 광장을 한 바퀴 돕니다. 삼신할매로 분장한 여장(女裝)남자 길라잡이가 걸쭉한 목소리로 이런저런 덕담(德談)을 늘어놓습니다.

가마타기보다도 그 덕담에 끌려 신혼부부들이 공정가격 100원이라는 결코 싸지 않은 값을 치르고 가마를 타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가마꾼들은 때로 신랑, 신부를 골려주느라 가마를 흔들어 대 둘러선 구경꾼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결혼식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저녁때가 되면 양가친척과 하객들이 다시 호텔로 모입니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비교적 간단하게 들었던 점심식사와 달리 거창한 만찬이 차려집니다.


a 예식을 마치고 압록강변 공원으로 산책을 나온 신랑신부. 치파오를 차려 입은 신부가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예식을 마치고 압록강변 공원으로 산책을 나온 신랑신부. 치파오를 차려 입은 신부가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 이덕림

이 때 중요한 것은 '따지엔(大件)'이라 부르는 고가의 요리가 상마다 얼마나 잘 차려졌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구비돼 있어야 '잘 차린 결혼식'이라는 평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요리사가 한 몫 보는 날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비싸고 귀한 요리(대개 어류)를 내놓으려면 주방장과 요리사들을 잘 다독거려 놓아야하기 때문입니다. '홍빠오(紅包)'라 부르는 붉은 주머니에 돈을 넣어 요리사에게 찔러주는 일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습니다.


저녁식사 이후에도 신랑 신부는 둘만의 시간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리옌거팡·練歌房)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첫날밤을 노래방에서 밤을 새우는 일로 대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따팡(大方)하다'는 평을 들으려면 사랑보다는 우정을 앞세워야 될 테니까요.

신혼여행은 우리처럼 결혼식 마치고 바로 떠나는 것이 아니고 다음 날이나 그 다음 날 갑니다. 그러나 단동의 경우 신혼여행은 그리 일반화되지 않아 일부에 그치고 있는 형편입니다. 아직은 신혼여행보다는 성대한 잔치를 치르는 것을 더 우선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a 신부가 집을 나서기 앞서 신부집 앞에선 악귀를 쫓기 위한 사자춤이 한바탕 벌어진다.

신부가 집을 나서기 앞서 신부집 앞에선 악귀를 쫓기 위한 사자춤이 한바탕 벌어진다. ⓒ 이덕림

웨딩촬영만큼은 이곳도 성업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내에는 '훈스서잉(婚紗撮影)'이라는 간판을 단 전문점이 여러 곳입니다. 보통 3천 위안이 든다고 하니 근로자 월급이 800위안인 것에 비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종종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친구들과 함께 시위를 하듯 행진하는 색다른 광경을 접합니다. 신랑 신부 이름과 예식날짜와 장소를 적은 팻말을 치켜들고 한 떼의 젊은이들이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입니다. 길게 늘어뜨린 신부의 웨딩드레스를 여럿이서 떠받들고 가는 조금은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말입니다.

a 결혼식장 주변과 신랑신부 집 주변의 하수도 뚜껑은 모두 붉은 종이로 덮는다. 역시 지하의 악귀가 경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조치이다.

결혼식장 주변과 신랑신부 집 주변의 하수도 뚜껑은 모두 붉은 종이로 덮는다. 역시 지하의 악귀가 경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조치이다. ⓒ 이덕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