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통일부장관(자료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정택용
마녀사냥의 백미는 이전까지 보수언론에 의해 '자주파의 괴수' 자리를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차지하고 있던 이종석 장관이 한순간에 '온건파'로 강등되고 이 행정관이 '강경 자주파'로 '옹립'된 것이었다.
<조선>이 2월3일 '외교기밀 폭로 파문 권력내부 힘겨루기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강성 반미 자주파가 온건 자주파 공격"이라고 기사를 쓴 뒤 다른 언론들이 모두 이 기조를 따라갔다.
정부의 '반미 행동'은 모두 이종석 장관이 배후라고 기사를 써왔다가 NSC 문건 내용을 보니 말문이 막힌 보수언론들이 '강경 자주파'와 '온건 자주파'라는 신조어를 들고나온 것은 '정말 기가 막히는 말 장난'이었다.
NSC 문건이 명백하게 보여주는 전략적유연성의 문제점은 눈도 돌리지 않고 청와대 내부의 대형 화재(자주파-온건파의 대립)에 부채질하는 재미에 푹 빠졌던 보수진영이 이제와서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 전작권 환수 반대'를 목터지게 외치는 모습은 '웃찾사' 저리 가라다.
이 행정관을 비롯한 청와대 안의 '진짜 자주파'들은 지난 2003년 용산미군기지 이전 때부터 한미동맹 재조정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들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용산미군기지의 오산·평택으로의 이전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미군의 필요에 의한 용산기지 이전인 만큼 이를 협상 전략으로 활용해 한국이 전액 이전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반환되는 주한 미군 기지의 환경 치유는 미군의 책임지도록 법적 절차를 분명히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다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들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서 철저히 무시당했다.
이 행정관이 최 의원에게 건네준 문건도 마찬가지 맥락이었다. 당시 여당의 제1 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던 최 의원을 통해 최소한 전략적유연성의 심각성에 대해 당정 협의라도 제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국가 안보에 중대한 사안인만큼 초당적 차원에서 야당에도 미리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라는 뜻이었다.
정직 3개월, 그의 죄는 무엇인가
이 행정관은 기밀 유출 혐의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전작권 환수 문제로 나라가 뒤흔들릴 지경인 지금, 이른바 NSC 문건 유출 뒤 8개월만에 온 국민이 알게된 내용, 그것도 반드시 국민들이 알았어야 할 내용을 공개한 것이 죄인지 아니면 이런 심각한 사안을 기밀로 분류해 밀실에서 적당히 처리하려했던 사람들이 죄를 저지른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문제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기밀 유출'이니 '자주파와 동맹파의 싸움'이니 하면서 엉뚱하게 사태를 몰고갔던 보수 진영과 언론들도 최소 공범죄를 면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행정관이 '범인'으로 잡히던 날 최재천 의원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다. 갈릴레오 시절이나 지금이나 마녀사냥이라는 분탕질 속에서도 지구는 계속 돌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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