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전쟁 보다는 평화운동에 뛰어들겠다"

[인터뷰] 반전행동에 참여한 박충범(철학과 3학년), 강병욱(사학과 4학년)

등록 2006.09.22 15:46수정 2006.09.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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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9월 23일 반전운동 홍보 포스터 앞에서 인터뷰에 응해 준 박충범(왼쪽), 강병욱 군

9월 23일 반전운동 홍보 포스터 앞에서 인터뷰에 응해 준 박충범(왼쪽), 강병욱 군 ⓒ 지영수

2001년 9월 11일. 미국은 본토가 침공 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테러의 배후로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였으며 그를 보호하고 있는 탈레반 정권을 응징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공격을 감행하였다.

9 11사태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전쟁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로 그리고 이란, 북한으로 그 전쟁의 불길이 튈지도 모른다.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지구를 감싸고 있지만 대한민국 대학생들은 취업 전쟁에 뛰어들어 바쁜 일상들을 보내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포화는 그들에겐 들리지 않고 옆에 앉은 친구의 취업과 연봉 얘기에 부러움과 동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 대학생들이 평화를 외치기보다 취업 현실에 치이고 있는 가운데 전쟁반대와 자이툰 부대의 연내 철군을 주장하는 학생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취업준비에 바빠야 할 3·4학년인 두 명의 대학생들이 학내에서 반전을 외치고 있었던 것.

23일 강원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박충범(철학과 3학년), 강병욱(사학과 4학년)군을 만나보았다.

a 기타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여 언제나 기타를 들고 다닌 다는 박충범군.

기타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여 언제나 기타를 들고 다닌 다는 박충범군. ⓒ 지영수

- 지금 하고 있는 선전 활동의 목적은 무엇인가?
강: "9월 23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리는 국제적 반전활동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이라크내 전쟁의 연내 종식과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9월 23일의 원활한 집회를 위해 개인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 두 사람의 개인적인 입장에서 진행하고 있는가?
박: "아니다. 현재 우리는 다함께 강원대 모임에 소속되어 있으며 9월 23일의 집회에서도 다함께의 신분으로 참여한다."

- 학내에서 선전 활동을 하다보면 느끼겠지만 학내 구성원, 특히 학생들의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할텐데 학생운동이 학생들에게서 멀어지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박: "학생운동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것을 안다. 정치적인 목적보다는 학생들의 복지와 편의에 더욱 더 힘을 써 주길 바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학생회가 할 일이지 우리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학생회가 아니기 때문이다(웃음). 우선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는 시각이 아쉽다. 우리는 한 조직에 소속되어 있지만 개인의 도덕심, 신념이 더욱 큰 활동의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강: "우리 나라 학생운동은 민족주의적인 경향이 너무 강했다.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문제는 민족주의의 극복과 국지적 한계 극복, 그리고 반전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도모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학생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a 자신은 박충범 군보다 한 학년이 더 남았기에 괜찮다며 짐짓 너스레를 떠는 강병욱 군

자신은 박충범 군보다 한 학년이 더 남았기에 괜찮다며 짐짓 너스레를 떠는 강병욱 군 ⓒ 지영수

- 두 사람 모두 군대를 다녀왔는데 졸업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강: "물론 미래, 특히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을 순 없다. 하지만 현재 나에게 주어진 사명은 중동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역사와 현실을 우리 대학생들에게 전하는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4학년이 된다면 급한 마음에 생각이 변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마음을 그 어느 때까지라도 가져가고 싶다."

박: "운동을 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직업 선택의 목적은 돈과 자아실현이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얼마 전 그러한 자리에서 원치 않는 러브 콜이 오기도 하였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거 같아 거절하였다. 현재는 좀 더 적극적인 삶을 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투쟁의 현장으로 향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현재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인간은 자기의 이기심을 넘어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어느 정도까지 나눌 수 있을까? 진정한 인도주의란 어디인가? 등등의 생각들 말이다.

천편일률적인 취업전쟁 속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 이들도 언젠가는 직장을 얻게 되고 제도권의 생활 속으로 편입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때에도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금의 초심을 그대로 간직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지영수 기자는 강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덧붙이는 글 지영수 기자는 강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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