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도 '혐한류'에 맞서 싸우지 않나"

[인터뷰] 만화 <혐일류> 발표한 김성모 작가

등록 2006.09.22 17:03수정 2006.09.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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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지연

'독도가 아니라 다케시마''한국에는 이제 사죄도 보상도 필요없다''한국은 일본의 많은 문화를 훔쳐갔다'

지난해 일본에서 발표된 <혐한류>(야마노 샤린 작)라는 만화책의 주요한 내용들이다. 근거 없는 내용들로 한국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책이었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도 한일 양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듯 <혐일류>라는 책이 최근 출간돼 화제다. 김성모 작가가 이달 초 선보인 <혐일류>에는 북핵 미사일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참배, 독도 문제 등에 대해 작가 특유의 논리와 근거로 조목조목 일본을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지난 20일 만난 김 작가는 "현재까지 100만 부 가까이 팔려나간 <혐한류>가 일본 전체에 미칠 영향이 걱정돼" 이번 발간을 결심한 그는 그간 "왜 아무도 싸우지 않고 잠자코 있는가 분노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혐일류>는 앞서 발표된 방경수 작가의 <혐일류>와도 차별화할 것"이라며 "<혐한류>에는 없는 근거와 논리가 이 책의 주효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 <혐일류>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지난해 7월엔가 <혐한류> 소식을 듣고 번역을 시켜 읽어보았다. 그런데 책의 내용 대다수가 일본 우익들의 주장을 그대로 싣고 있더라. 처음엔 뭐 이런 책이 있나 하고 기막혀하고 말았는데 그 책이 일본 내에서 100만 부 가까이 엄청나게 팔린다는 얘길 듣곤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 일본 국민들이 그런 엉터리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아닌가.

물론 이번 출간은 즉각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분명 만화계 선배들의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상업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내 스스로가 작업하기에도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그에 맞서지 않았고, 그래서 화가 났었다. 결국 누가 하나 눈치 보다 내가 하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 어떤 점에 중점을 뒀는가?
"우리나라 사람들도 분노하곤 있지만 정작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의 문제가 나오면 그저 막연히 비판할 뿐이고, 그들의 진정한 의도를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책에서 나는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최근 들어 문제가 불거진 북핵 미사일 문제도 여러 가지 돌아가는 상황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수준으로 정리했다. 또한 영토 야욕에 빠진 그들이 독도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뤘다."

- 작업 과정이 힘들었다고 들었다.
"모두 1년 4개월쯤 걸렸다. 관련된 책들을 한 50권을 읽고 신빙성 있는 기사들을 수집했다. 물론 수시로 의문점에 부딪혔고, 3번쯤 다 완성한 작품을 엎기도 했다. 마지막 8월에는 거의 해놓고 보니 북한 미사일 문제가 터지더라. 그것을 보충하느라 또 엎기도 했다. 연재를 두 곳에 하고 있는데 인기가 떨어져 신문연재도 잘릴 뻔했다.(웃음) 본래는 8월 15일에 내고 싶었는데 결국 보름쯤 늦어졌다."


- 책으로 지식을 습득했다 하더라도 혼자 진행하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
"실은 감수를 받으려고 몇몇 우리나라 학자와 교수 등에 전화를 했는데 그분들의 답은 하나였다. 만화이니까 못 봐주겠다는 것. 참 처참했다. 이미 그들의 책을 보고 참고를 한 터였는데 그 감수를 못해준다니.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만화를 이렇게 보는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도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 감수는 받지 못했지만 대신 더 정확한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불신이다. 김성모 작가에 대한 불신. 책을 팔아먹겠다는 생각, 혹은 네가 만들면 뭘 얼마나 만들겠냐는 식의 생각들로 괴로웠다. 그런데 또 그런 게 오히려 힘이 되기도 한다.(웃음)

우리나라는 작가를 자꾸 한쪽으로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전방위를 모두 아울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변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변신해야 독자들이 신선함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변신하지 않는 작가는 오래 가지 못하니까.

이른바 상업주의 작가라고 지탄도 많이 받았고, 그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다만 내 나름의 만화관이나 작가관은 어느 정도 확실히 서 있다는 걸 말해두고 싶다."

- '시사만화가' 라는 타이틀은 그래서 붙게 된 것인가?
"시사만화가라고 이름을 달긴 했는데 그것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이런 작품을 해보고 싶고, 한번쯤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이런 책을 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 일본에서의 출간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 관련 시리즈를 낼 계획도 갖고 있는가?
"일본 쪽에는 10월께 2개 출판사에서 출간이 될 것 같다. 아직 정확한 출판사명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

2부에 대한 계획이 있고, 현재 자료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2부의 주요한 내용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차별받는 재일동포, 731부대 등이다. 힘든 작업이라 빨리는 힘들고 아마도 내년 5~6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 출간과 더불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을 내면서 말도 많았다. 하지만 <혐일류>는 돈을 벌려고 한 게 아니다. 책의 대히트나 일본 진출 등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없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누군가 한 권이라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 일본에도 이런 책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으로 책을 만들었다. 많이 팔려야겠다는 것보다는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다.

주위에서 유치한 짓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무시하기엔 일본 내에서 그 책의 반향이 너무 크지 않았나. 남이 와서 툭 치고 가는데 왜 때렸냐고 묻는 게 맞지 않나. 무대응은 대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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