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평화재향군인회 소속 회원들이 23일과 24일 잇따라 열리는 반전평화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왼쪽은 찰스 아킨스, 오른쪽은 윌슨 파웰씨.
"전 세계의 모든 젊은 미군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이라크에 파견된 한국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Bring them home now!)"
24일 서울에서 열리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 한국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미국 퇴역군인단체 회원들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평화재향군인회(Veterans for Peace) 소속 회원들은 이번 주말 잇따라 열리는 국내 시민단체 집회에 참석해 자이툰 부대 철군과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주장할 예정이다.
22일 오전 서울 안국동에서 대회 참석차 입국한 찰스 아킨스(78)와 윌슨 파웰(74)씨를 만났다.
아킨스씨는 1950년부터 1952년까지 2년간 미 육군 소속으로, 파웰씨는 1952년부터 1953년까지 1년간 미 공군 소속으로 각각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아킨스씨는 전쟁 공로로 미군으로부터 은성훈장(Star of Silver)을 받기도 한 '전쟁 영웅'이다.
하지만 퇴역 후 두 사람은 수십년간 적극적인 반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를 '최악'이라고 평가한 두 사람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도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음식 만들어야 할 땅을 미군기지 건설에..."
아킨스씨는 "한국에 온 것은 평택 캠프 험프리에 새로운 기지를 짓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서"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야 할 좋은 땅을 (미군 기지 건설에) 이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아킨스는 또 "미국 정부는 14번이나 다른 나라를 전복시켰다"면서 "사람들을 도우려는 목적이 아니었고 미군 기지를 짓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 미군기지 건설은 결국) 제국을 만들려는 것이었고,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단체의 반전평화운동에 동참하게 된 계기를 두 사람은 한국전쟁의 끔찍한 경험에서 찾았다.
한국전쟁 당시 대구에서 근무한 파웰씨는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했고 수많은 고아들을 만들어냈다'며 "그 고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very sorry)"고 털어놨다. 그는 또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파웰씨는 "전쟁 중에 한 농장에서 늙은 부부가 고아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봤다"며 "노부부는 충분한 음식이 없었고 재울 장소도 없었지만 고아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모습이 나를 부끄럽게 했고 나의 얼굴을 인간답게 돌려놓았다"고 전했다.
이후 파웰씨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던 그의 가족들은 옷가지들을 구해 고아들을 돕는 일에 힘썼다. 파웰씨는 "미국에서 모은 옷과 모자·코트·신발 등은 매우 더러웠지만 암시장에서 팔아 음식과 돈·통나무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킨스씨도 "우리는 (전쟁 당시) 한국의 자유를 위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전투 중 참호 속에서 북한군의 기관총에 맞아 큰 부상을 입기도 했던 그는 "한국인들이 이제 서로 화해하고 평화적으로 함께 살기를 바란다"면서 "그게 우리가 여기 와서 싸우는 이유"라고 밝혔다.
"전 세계 미군을 집으로... 우선 이라크와 한국부터"
두 사람은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 '자이툰 부대'도 즉각 철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한미군도 줄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군의 '이라크 침공'을 "재앙(disaster)"이라고 표현한 아킨스씨는 "중동의 평화를 불가능하게 하고 전세계 이슬람 공동체를 적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라크는 한국 젊은이들을 보내기엔 매우 나쁜 장소"라며 "우리는 모든 군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파웰씨도 "전 세계의 미군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지만 특히 이라크와 한국의 미군을 우선 돌려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웰씨는 "북한으로부터 당신들을 방어하고 싶다면 (한국정부는) 지금도 충분한 군인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난도 빠지지 않았다. 아킨스씨는 "부시는 최악의 인물"이라며 "미국은 '세계의 골목대장(bully)'이지만 외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깨어나야 한다"며 "되풀이되는 비극의 과정을 버리고, 다른 나라와 함께 할 수 있는 과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22일 오후 입국하는 다른 3명의 회원과 함께 주말 대규모 집회에 참석한 뒤 내주 초반 평택 대추리와 비무장지대(MDZ)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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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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