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상 내가 차리는 게 역사의 진보

[일본도시농업연수기4] 도시혁명의 지도자-<요시다> 선생을 만나다

등록 2006.09.22 18:41수정 2006.09.2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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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게 연금이 아니라 일거리를 주고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돌려주자는 사람이 있다. 쿠바를 다섯 번이나 다녀와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쓴 사람이다. 1961년생으로 일본 츠쿠바대학 자연학부를 졸업하고, 현재는 나가노 현 농정부에서 농업정책팀 주임기획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사람은 남이 만든 것들로만 밥상을 차리던 도시인들이 직접 자기 손으로 밥상의 한 귀퉁이를 채운다는 것은 대단한 역사의 진보라고 역설하는 사람이다. 요시다 타로(吉田太郞) 선생이다. 일본 유기농업의 이론가이자 저술가다.

야마시다 사과농원의 제초작업 모습, 유기농업에 관한 강의를 하는 요시다 타로 선생, 야마시다 사과농장에서 농장 주인의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생들(위에서부터).
야마시다 사과농원의 제초작업 모습, 유기농업에 관한 강의를 하는 요시다 타로 선생, 야마시다 사과농장에서 농장 주인의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생들(위에서부터).전희식
이 사람을 만나러 우리 일행은 나가노현에 있는 '국제21호텔'에 딸린 강당에 모였다. 먼저 와 있던 젊은 일본인 실무자 한 사람이 마이크도 설치하고 노트북이랑 전원코드도 빼고 빔 프로젝트를 연결하고 있었다. 정작 강의를 맡은 그는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놀랍게도 체 게바라 사진이 가슴에 찍힌 허름한 티셔츠를 입고 잡부처럼 설비작업을 하던 그 젊은이가 강의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가 바로 요시다 선생이었던 것이다.

그는 "하버(Fritz Haber)라는 독일학자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폭탄을 만들었고 나중에 독가스 전문가가 되는데 놀랍게도 농약이 이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면서 지금 광우병 소동은 결국 농약과 비료 등 '녹색혁명'이 원인이라고 질타하였다.

하버는 1918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는데, 같은 화학자였던 그의 부인은 남편의 연구에 반발하여 자살하였다고 한다.

학자이자 공무원인 요시다 선생과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한명숙 국무총리 남편이자 성공회대 교수인 박성준 선생을 2년 전 어느 단식 명상 모임에서 만났을 때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소개받았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100만 권만 읽히면 혁명이 일어난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요시다 선생의 말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농학자 프랜시스 무어(Frances Moore)가 "지구에는 식량이 넘치지만 굶는 사람 또한 넘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초국적 대기업의 정치경제적 작용도 있지만, 더 큰 원인은 석유 없으면 농사를 못 짓는 하이테크 농업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미의 쿠바가 수많은 댐을 부수고 트랙터를 포기하며 일구어 낸 도시농업의 모델을 소개했다.

강의가 끝나고 요시다 선생과 함께 야마시다 사과 농원에 견학을 갔다. 요시다 선생이 담당하는 지역이었던 것 같았다. 그곳 과수 농민들하고 친구처럼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과농장에는 풀을 베는 기계와 사과를 따는 기계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곤충이나 벌레의 종 다양성을 위해 작은 연못을 파서 서식하게 하고 있었다.

놀이동산에서 볼 수 있는 범퍼 카보다 두 배정도 커보이는 제초차는 사과나무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다니며 풀을 베는데 작업의 정교함이나 작업량이 놀라웠다.

가장 놀라운 것은 가장 피해가 심한 다섯 종류 해충의 암컷 페로몬(Pheromone)을 묻힌 끈끈이 줄을 사과나무에 매달아 수컷을 유인, 달라붙게 하여 병해충을 예방하는 농법이었다.

야마시다 농장운영도 그랬지만 요시다 선생은 일본의 치산치쇼우(地産地消) 운동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신토불이(身土不二) 정신과 같은 것으로 이해했다. 그 지역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으로 자연조건과 인문사회조건을 생각할 때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대형 마트는 총 사회비용이 크고 자동차에 의존하는 방식이라 배척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지역의 작은 슈퍼를 살리자는 우리나라 환경단체 운동과 비교해 일맥상통하는 주장을 접하고 반가웠다.

전주생태농업학교 교장이자 전북대 교수인 이석영 선생이 번역했던 <농업경전>이라는 알버트 허워드(Albert Haward 1873-1947)경의 자료집을 이곳에서 전해 받고 감회가 새로웠다.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번역한 후배가 이번 연수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여 이래저래 한국에서 벌어지는 생태운동과의 인연들을 만나는 하루였다.
줄 잇는 견학과 과수 견학생
일본 최고의 영농법인

야마시다 농장은 처음에는 사과를 생산만 하다가 점점 주변 과수농가들과 힘을 합쳐 영농법인을 만들었고, 판매와 가공도 한다. 지금은 판매와 가공을 별도로 분리하였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다 함께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다섯 농가가 법인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30여 농가가 참여하여 회사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야마시다 농장은 일본 최초의 영농법인으로 역사가 깊다. 60년 된 사과나무가 제일 나이 든 나무이고, 꾸준히 사과나무 교체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농장은 부사 2.5ha를 재배하고 복숭아 10a인데 곳곳에 자두와 야생사과, 개 봉숭아 등도 섞어 키우고 있었다.

조개 껍질을 대량으로 가져와 구워서 나무에 칼슘공급을 하는 시설도 보았다. 주스와 젤리, 케첩 등을 직접 만드는데 영농법인 안에 가공부가 따로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과농장은 나가노 현의 지원과 협조하에 대도시 학생들이 견학도 오지만 1주나 보름 정도의 과수 교육생을 받을 정도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견학 관광수입과 이 연수생 교육수입도 보통이 아니라고 했다. 소비자들은 지역의 도시들에 사는데 워낙 밀착되어 있고 신뢰가 있어 과일의 겉모양이 흠이 있고 과일이 조금 작아도 이해하고 농장도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 농주(農住 또는 濃酒)

덧붙이는 글 | <전북일보> '특별기획' 난에 전면에 걸쳐 연재되고 있는 일본도시농업연수기 입니다. <전북일보> 9월 18일에 연속물 4회로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일보> '특별기획' 난에 전면에 걸쳐 연재되고 있는 일본도시농업연수기 입니다. <전북일보> 9월 18일에 연속물 4회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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