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인권유린, 당신의 미래일 수도 있다"

성람재단 사태해결 위한 노숙농성 60일째

등록 2006.09.23 15:59수정 2006.09.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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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9월 23일, 성람공투단이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60일째를 맞았다.

9월 23일, 성람공투단이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60일째를 맞았다. ⓒ 윤보라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성람공투단)이 성람재단 인권유린 및 비리·횡령에 대한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종로구청 앞 노숙농성에 돌입한 지 9월 23일로 60일째를 맞았다.

성람공투단은 7월 26일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에서 일어난 비리, 횡령 및 인권유린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종로구청에 성람재단 비리 이사진 전원 해임과 새로운 민주 이사진 구성 등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종로구청은 "사법처리 결과가 나온 뒤 조치"하겠으며 "이사진 전원 해임이 아닌,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유죄가 확인되는 이사에 대해서만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성람공투단은 "성람재단 이사 중 비리, 횡령 사건 당시 있었던 5명의 이사는 비리와 인권유린에 대해 방조한 책임을 갖고 있으며, 새로 임명된 이사 5명은 기존의 이사회가 법적, 도덕적으로 이사회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에서 임명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며 이사진을 전원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9월 15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있었던 성람재단 전 이사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성람재단 전 이사장 조모씨는 징역 3년, 추징금 3억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함께 기소된 성람재단 산하 서울정신요양원 전 원장 유모씨와 행정과장 하모씨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현 원장 박모씨는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8일 종로구청은 성람공투단과의 면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특별감사 결과가 나오면 재판 결과와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사진 해임 및 추가고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성람공투단은 종로구청 특별감사 결과 이후 성람재단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농성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설확충계획 전면 폐기하고, 자립생활 지원해야"


a 성람공투단은 종로구청 특별감사 결과 이후 성람재단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농성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성람공투단은 종로구청 특별감사 결과 이후 성람재단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농성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 윤보라

23일 오전 10시, 노숙농성 60일째를 맞은 성람공투단의 종로구청 앞 노숙농성장에는 6~7명의 성람공투단 소속회원들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날 농성장에서 만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최강민 조직국장은 60일째를 맞은 노숙농성에 대해 "정립회관 문제로 광진구청에서 농성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 또다시 성람재단 문제로 종로구청 앞에서 농성을 하게 됐다"며 "시설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시설이 사유화되어가는 것에 대해서 구청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해 해결이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 조직국장은 "시설은 아무리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할지라도 시설 자체가 장애인들을 사회에서 분리시켜 수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적으로도 인권 유린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현재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시설은 필요할 수도 있으나, 점차적으로 시설을 없애고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타인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생활하기 힘든 장애인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도움이 없거나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제도화되지 않으면 시설에 들어가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힘들지만 이번 성람재단 사태해결과 더 나아가서 정부의 시설확충계획 전면 폐지 및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이어 그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며 "정부가 시설확충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그에 대한 예산들으로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a 왼쪽부터 최강민 조직국장, 이광섭 활동가

왼쪽부터 최강민 조직국장, 이광섭 활동가 ⓒ 윤보라

또 거의 매일 농성장에서 밤을 지새우며 성람공투단의 노숙농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광섭 활동가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너무 추워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성람재단 사태가 언제 해결될지 몰라 벌써 겨울옷까지 준비했다"며 이번 성람재단 사태해결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였다.

어릴 적 집안 사정으로 인해 시설에 들어가야만 했다는 그는 6개월 동안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스스로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는 "아무것도 내 의사대로 결정할 수 없었던 시설생활이 너무 힘들었다"며 "다시 시설에 들어가 생활해야 한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뇌병변 장애 1급으로 생활하는 데 타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는 "성람재단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문제는 미래의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열심히 투쟁해 이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정부가 시설에 지원하는 예산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활동보조인서비스 등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데 가능한 예산"이라며 "더 이상 정부가 장애인들을 사회에서 격리시켜 시설에 가두지 말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윤보라 기자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 기자이며,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윤보라 기자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 기자이며,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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