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 민사작전(대민봉사활동)은 에이 플러스 학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정청래 의원실
미국이 내세웠던 이라크 침공 명분이 허위로 밝혀졌다. 부시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사담후세인이 은닉해 놓았던 대량 살상무기는 단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석유를 탐한 미국의 명분없는 침략전쟁이었다. 사담 후세인 집권시 혼란상을 바로 잡겠다던 미국의 호언장담은 무색하게 되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종전(2004년 5월)을 선언하고 신(新)정부를 구성했지만 종전 후 아니 신정부 구성 후 더 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있다. 자이툰 사단의 정보보고에 의하면 2005년도 월평균 테러 발생건수는 2230건이었다. 2006년도 2월 총선 발표 후 2372건이던 테러 발생은 2006년 8월에 들어 3736건으로 테러가 급증했다.
쿠드르 자치공화국(KRG) 신자리 내무장관도 조사단 접견시 이라크는 매일 100명 이상이 죽어가고 바그다드만 50명 이상 죽고 죽이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다. 미국에 의해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이 골고루 상층의 정부에 참여했지만 정작 기층의 수니파, 시아파간의 전쟁은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친미적 성향의 상층 종족간 결합이 이라크 평화유지에 전혀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하다. 실제 대통령(쿠르드)과 부통령단, 총리와 부총리단, 국회의장과 부의장단은 정확하게 3등분 되어 수니, 시아, 쿠르드가 분점하고 있었다. 이러한 조합이 미국의 희망대로 약효가 전혀 없이 이라크는 점점 더 혼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단언컨대 미국의 이라크내 종족간 상층 결합은 실패했다. 상층간의 조합이 어떻게 짜여지든 이라크 민중들에게는 미국에 대한 적대적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점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언제 끝날지도 모를 이라크 전쟁에 대한민국 국군은 언제까지 들러리 파병으로 이라크에 주둔할 것인가? 여기에 우리는 답해야 한다.
전쟁없는 곳에서 '전후' 재건은 무슨...
이라크 남부와 달리 자이툰 부대가 머물고 있는 북부 아르빌 지역은 안전하다고 한다. 그랬다. 아르빌은 평화로웠다. 자이툰은 기상나팔과 함께 새마을운동에 열중하고 취침나팔에 맞추어 잠들고 있었다. 전쟁지역에서는 군부대의 기상나팔과 취침나팔은 없다고 한다. 엄밀히 말해 아르빌은 이라크가 아니었다. 마치 이라크와 멀리 떨어진 뉴질랜드같이 아르빌은 바그다드와 다른 나라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자이툰 부대의 명칭은 전후(戰後) '이라크 평화 재건 사단'이다. 우선 자이툰 부대의 명칭부터 바꾸어야 한다. 아르빌에는 전쟁이 없었고 따라서 전후(戰後)도 없다. 아르빌은 이라크 북부 400만 쿠르드인들의 자치 공화국의 수도이다. 정부가 내걸었던 파병 목적 즉 이라크 전후 재건에 참여하겠다던 공언은 온데간데 없다.
아르빌은 전쟁이 없었으니 말이다. 이라크 전쟁터에 파병되었지만 정작 자이툰은 새마을 운동만 하고 있었다. 아마 이러한 공적(?)으로는 전후 재건에 어떠한 어드밴티지가 있는지 사뭇 궁금하다.
자이툰은 이라크 전쟁터에서 그다지 큰 역할이 없다. 전쟁터 사지에 나가 싸우라는 말이 아니다. 이라크 파병국 29개의 나라는 철군했거나 철군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만 그러한 계획이 없다. 한국은 미국의 돈을 받지 않고 세금을 들여 파병한 아홉 개 나라 중의 하나이다.
자이툰 부대의 1년 예산은 1700억 원이 넘는다. 이중 90%는 자이툰 부대원들의 월급 등 경상비이다. 10%만이 아르빌 대민 봉사활동비로 쓰여지고 있었다. 기형적인 예산편성이다. 고작 10%의 예산을 활동비로 쓰자고 90%의 경상비를 지출해야 하는가? 그것이 파병목적에 부합한 예산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이라크 파병을 결정할 때 정부의 논리는 이라크 전후 재건사업에 주동적으로 참여해 경제적 실리를 취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요청에 불응하면 괘씸죄로 막대한 국익의 손상이 예상된다고 강변했다. 파병을 했으니 그러한 이프(IF)에 의한 역사적 상상은 접자. 그러나 파병을 했으니 우리는 어떠한 실리를 확보했는가는 차분히 따져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르빌에 거주하는(정확이 자이툰 영내) 주민들은 자이툰에 분노했다. 평화로운 아르빌이라면서 자이툰 부대 밖으로의 활동에 대한 엄격한 통제에 대한 분노였다. 아르빌은 1년 전에 비해 도시가 30% 정도 팽창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공항을 짓고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건설하는 등 '아르빌은 공사중'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경제적 부분에서는 터키가 실리를 챙기고 있었다. 이라크에 파병했어도 우리는 이라크 재건사업에 동참은커녕 남의 떡만 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아르빌은 안전하다고 하면서 자이툰 부대 밖으로는 경제활동을 통제하고 잇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에 30년 째 사업을 하고 있다는 김석태씨는 자이툰이 주둔하면서 오히려 상업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또한 자이툰 부대는 파병시 이라크의 치안유지 활동으로 평화유지 및 정착에 힘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이툰은 실제 아르빌 평화유지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자이툰은 오히려 쿠르드 자치공화국 수비대(바르자니)의 외곽 경호 속에서 새마을 운동을 하고 있다. 이것이 파병의 목적인가?
새마을 운동부대 파견, 국회는 부결해야
결론적으로 이라크 전후 평화 재건을 목적으로 한 자이툰 부대의 파병은 목적과 다른 활동만을 하고 있다. 미국의 명분 없는 침략 전쟁에 들러리 파병으로 막대한 예산만 축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파병요청에 불을 했을 시 불이익이 무엇인지 상상하기 어렵듯이 실제 파병을 했어도 그 경제적 실리 중 무엇을 챙겼는가도 상상 속의 가정일 뿐이다.
아르빌이라는 한정된 지역에서의 새마을 운동으로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했다는 자부가 있다면 차라리 전쟁이 없는 다른 어려운 나라를 도우러 자발적 "새마을 운동부대" 파병을 하라. 더 성과가 클 것이다.
파병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전후 재건에도 참여하지 못해 어떠한 국익도 경제적 실리도 챙기지 못하는 이라크 파병은 미국에 질질 끌려 다니는 자존심 상한 들러리 파병일 뿐이다. 그것도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면서 말이다. 연말 정부의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은 제출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미국의 눈치 때문에 또다시 국회로 연장 동의안이 날아오면 국회는 이를 부결시켜야 한다.
2006년 9월 25일
이라크 파병 실태조사단
국회의원 정청래 올림.
덧붙이는 글 | 정청래 기자는 열린우리당 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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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운동' 벌이려고 파병했나 전쟁없는 곳에 '전후' 재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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