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부들 "추석 상차림은 내손으로"

송편 등 추석음식 만들기와 차례상 차림 등 배워

등록 2006.09.27 08:31수정 2006.09.2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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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자녀와 송편을 만들고 있는 외국인 주부

자녀와 송편을 만들고 있는 외국인 주부 ⓒ 안서순

“올해추석 차례상은 제 손으로 차려 볼 겁니다”

26일 충남 서부평생학습관(서산시 석림동)에서 외국인 주부들이 추석명적을 앞두고 송편 만들기와 차례상 차리는 법, 큰절하기 등 우리 예법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베트남과 몽골, 필리핀, 일본, 등 아시아 각국에서 갓 시집을 왔거나 6-7년 정도된 이들은 생전 처음 송편을 빚어보거나 항상 명절때마다 뒷전에서 심부름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이번 만큼은 확실히 배우고 익혀 직접 추석음식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이들의 의지와는 달리 쉬운듯 뵈는 송편이 마음대로 빚어지지 않는다.

자녀들과 함께 이들이 만든 송편은 모양과 크기가 각기 달라 마치 만물상 같다. 필리핀에서 지난2001년 시집을 온 조세핀(28.서산시 장동)씨는“송편 만드는 방법을 열심히 배워 이번 추석에는 시집식구들에게 제대로 만든 송편을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외국인 신부들은 송편을 만드는 등 추석음식 만드는 시간에는 어렵지만 재미있어 하다가 추석상 차리기에 들어가자 잔뜩 긴장한 채 사진을 찍고 메모도 하며 사믓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외국인 주부들에게 ‘추석명절 제대로 알리기’에 나선 충남서부평생학습관의 정상일 관장은“생활환경과 풍습이 각기 다른 외국인 신부들에게 ‘명절문화’를 제대로 깊이 있게 알려주기는 어려우나 명절과 관련된 음식만들기와 차례상 차리기 등을 통해 하나씩 익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케 됐다”고 말했다.

“자- 제사상이나 차례상은 상차림에 있어 법도가 있습니다. 이 법도는 집안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방법은 거의 같습니다.”


이날 송편만들기와 차례상 차리기 강사로 나선 김화자(여.64)씨는 목기에 가지런히 담겨진 차례음식을 차례상 위에 하나씩 올려 놓으면서 일일이 설명했다.

“맨 앞줄에는 과일을 놓습니다, 놓는 순서는 집안에 따라 홍동백서(紅東白西)로 하거나 조율이시(棗栗梨柹)로 놓습니다, 홍동백서는 대추, 감이나 곶감, 사과 등의 순서로 붉은색 과일을 동쪽으로 흰색인 밤과 배 등은 서쪽으로 놓는다는 것입니다, 조율이시는 대추, 밤, 배, 감 등을 순서에 따라 동쪽에서부터 놓아가는 것입니다.”

외국인 주부들의 눈길은 김씨의 손끝을 따라다니며 손으로는 연신 카메라셔터를 누르거나 메모를 했다.


“다음 줄은 조과 줄로 조과는 산자나 다식처럼 손으로 만든 다과를 말합니다. 그 다음 줄은 전 줄로...”김씨가 차례상 차림에 대한 시연과 설명을 마치자 이들은 모두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송편을 빚을 때의 재미있어 하고 즐겁던 표정 대신 저걸 어떡하지 하는 빛이다.

“겁내할 것 없어요, 예법은 평생을 배워도 못배우는 것이고 더구나 집안마다 가례가 다르기 때문에 그 집안 법도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이 지나가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김씨는 웃으며 말하자 외국인 새색씨들의 표정도 조금씩 풀려갔다.

이날 추석배우기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 새색시들은 ‘추석명절’속에 한국의 거의 모든 예법이 농축되어 있는 것 같다며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기 위해 명절음식 만들기와 차례상 차리기를 진지한 자세로 배우고 익히려 했다.

a 강사로 나선 김화자 씨가 추석처례상 차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사로 나선 김화자 씨가 추석처례상 차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안서순


a 큰절을 배우고 있는 외국인신부들

큰절을 배우고 있는 외국인신부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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