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에 가려진 레이싱 모델의 고단함

자동차 엑스포에서 힘들어하는 모델을 보았습니다

등록 2006.09.27 15:35수정 2006.09.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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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전북 군산에서는 제2회 군산국제자동차엑스포(GAPA)가 군산 새만금 산업전시관에서 열렸습니다.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니 구경할 요량으로 저도 아이들 데리고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100만 명이 왔다 갔다고 하던데, 정말 사람이 많기는 많더군요.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데, 역시 사람들이 제일 많은 곳은 신차와 함께 레이싱 모델이 있는 주 전시관이었습니다. 솔직히 사람들은 차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모델 분에게만 관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아니었다고 부인은 하지 않겠습니다.

사진 찍은 분들은 왜 그리도 많은 지, 모델 분은 정말 쉴 틈이 없었습니다. 저도 모델 분과 아이들을 찍어 주고 싶어서 ‘어느 분하고 찍을까?’ 주위를 둘러 봤습니다. 마침 마음 좋게 생기신 한 분이 눈에 띄더군요.

아이들 사진 찍어 주려고 모델 분을 찾았는데, 마침 마음씨 좋게 보이는 모델 한 분이 보이더군요.
아이들 사진 찍어 주려고 모델 분을 찾았는데, 마침 마음씨 좋게 보이는 모델 한 분이 보이더군요.장희용

아이들 데리고 다가가는데, 모델 분이 갑자기 차에 엎드렸습니다. 며칠동안 높은 하이힐 신고 계속 서 있었으니 무척 힘이 들었나 봅니다. 하지만 금세 일어나는 프로정신이 아름다웠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다가가는데, 모델 분이 갑자기 차에 엎드렸습니다. 며칠동안 높은 하이힐 신고 계속 서 있었으니 무척 힘이 들었나 봅니다. 하지만 금세 일어나는 프로정신이 아름다웠습니다.장희용

마침 주위에 사람들이 없어 잘됐다 싶어 바삐 그 분 곁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분 앞에 막 도착했을 쯤에 포즈를 취하고 있던 자세에서 갑자기 차에 엎드리는 겁니다. 한 5초 정도 그 자세로 있었나, 저를 보자 얼른 다시 자세를 취하며 웃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근데요, 그 웃음이 결코 밝지가 않았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 표정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 느낌에는 굉장히 피곤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달가워 보이지 않는 듯한 표정, 얼른 이 행사가 끝났으면 하는 표정, 그러면서도 웃어야 한다는 직업의식, 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숨어 있는 그런 웃음 같아 보였습니다.

모델 분은 ‘사진 찍을 거 아니세요?’하는 표정으로 저를 보았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모델 분들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다들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습니다. 똑같은 포즈로 몇 시간 째 서 있고, 쉬지 않고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에 웃음은 기본이었습니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이따금씩 얄궂은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 척 하면서 모델 분의 허리와 어깨에 손을 얹기도 하더군요. 물론 모델 분은 드러내 놓고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살며시 올린 손을 내리면서 다른 더 멋진 포즈를 함께 취하는 센스를 발휘하더군요.


장희용

이 분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힘들겠구나'였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앞으로 이런 행사장에 가시면 이 분들을 호기심으로만 보시지 말고 격려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분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힘들겠구나'였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앞으로 이런 행사장에 가시면 이 분들을 호기심으로만 보시지 말고 격려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장희용

그 분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하나의 생각은, “진짜 힘들겠다”였습니다. 주 전시관을 나오면서 아까 힘들어하던 그 레이싱 모델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말을 건네기가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너무 고단해 보이는 것 같아 차마 그냥 나올 수 없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 힘내세요!”

그 분이 웃으며 화답을 해 주더군요. 아내도 높은 하이힐 신고 서 있는 게 정말 힘들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그날 자동차 엑스포에서 만난 레이싱 모델 분들 뿐 아니라 여러 다양한 행사장에 가면 이렇게 행사를 돕기 위한 분들이 많은 데,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만 보시지 말고 한 번쯤은 그 분들에게 “고생하네요. 힘내세요”라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처음에는 농약 주는 차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소방차라네요.
처음에는 농약 주는 차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소방차라네요.장희용

탱크인가? 생긴 건 꼭 탱크 같은 데, 애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바람에 자세히 못 봤습니다. 그림으로 봐서는 농사에 쓰는 것 같은데...
탱크인가? 생긴 건 꼭 탱크 같은 데, 애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바람에 자세히 못 봤습니다. 그림으로 봐서는 농사에 쓰는 것 같은데...장희용

전기차입니다. 쪼그만 한 것이 무척 귀엽더군요. 저 차 타면 환경오염 덜 되겠죠.
전기차입니다. 쪼그만 한 것이 무척 귀엽더군요. 저 차 타면 환경오염 덜 되겠죠.장희용

이건 진짜 차는 아니고요^^ 모형 차입니다.
이건 진짜 차는 아니고요^^ 모형 차입니다.장희용

옛날 차도 전시돼 있었는데, 사람들이 무척 호기심 있게 쳐다보더군요. 요즘 나오는 차보다 디자인이 더 멋지던데요.
옛날 차도 전시돼 있었는데, 사람들이 무척 호기심 있게 쳐다보더군요. 요즘 나오는 차보다 디자인이 더 멋지던데요.장희용

핑크 공주 장세린. 핑크색으로 예쁘게 장식된 마티즈를 보더니 신기한가 봅니다. 둘째 녀석은 졸려서 전시장 돌아다니는 내내 꾸벅 꾸벅^^
핑크 공주 장세린. 핑크색으로 예쁘게 장식된 마티즈를 보더니 신기한가 봅니다. 둘째 녀석은 졸려서 전시장 돌아다니는 내내 꾸벅 꾸벅^^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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