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데리고 다가가는데, 모델 분이 갑자기 차에 엎드렸습니다. 며칠동안 높은 하이힐 신고 계속 서 있었으니 무척 힘이 들었나 봅니다. 하지만 금세 일어나는 프로정신이 아름다웠습니다.장희용
마침 주위에 사람들이 없어 잘됐다 싶어 바삐 그 분 곁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분 앞에 막 도착했을 쯤에 포즈를 취하고 있던 자세에서 갑자기 차에 엎드리는 겁니다. 한 5초 정도 그 자세로 있었나, 저를 보자 얼른 다시 자세를 취하며 웃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근데요, 그 웃음이 결코 밝지가 않았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 표정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 느낌에는 굉장히 피곤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달가워 보이지 않는 듯한 표정, 얼른 이 행사가 끝났으면 하는 표정, 그러면서도 웃어야 한다는 직업의식, 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숨어 있는 그런 웃음 같아 보였습니다.
모델 분은 ‘사진 찍을 거 아니세요?’하는 표정으로 저를 보았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모델 분들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다들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습니다. 똑같은 포즈로 몇 시간 째 서 있고, 쉬지 않고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에 웃음은 기본이었습니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이따금씩 얄궂은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 척 하면서 모델 분의 허리와 어깨에 손을 얹기도 하더군요. 물론 모델 분은 드러내 놓고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살며시 올린 손을 내리면서 다른 더 멋진 포즈를 함께 취하는 센스를 발휘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