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상병이 월급받아 조상님 제사상을 차려?

육군 제 62사단 장병들, 추석 제삿상에 올릴 배 한상자씩 고향으로 보내

등록 2006.09.27 20:37수정 2006.09.2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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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육군 제62사단(사단장 준장 박창희) 장병들이 월급으로 추석 제삿상에 올릴 배 한상자씩을 고향으로 보내고 있다.

육군 제62사단(사단장 준장 박창희) 장병들이 월급으로 추석 제삿상에 올릴 배 한상자씩을 고향으로 보내고 있다. ⓒ 윤형권

"군에 있는 손자가 이번 한가위를 맞아 조상님께서 잡수실 배 한상자를 보내 드리니, 조상님들께서는 맛있게 드시고 국태민안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육군 제62사단에 근무하는 조기호 상병은 27일 오후 다가오는 한가위 제사상에 올릴 배를 한 상자 구입해서 집으로 보면서 이와 같이 기원했다.

아니? 군복무를 하고 있는 조 상병이 그것도 사병으로서 어떻게 집으로 제수용품을 사서 보낼 수 있었을까? 참고로 조 상병의 한달 월급은 6만 5천원이다. 조 상병은 "군복무중이라 고향에는 갈 수 없지만, 마음을 담아 조상님의 제사상에 올릴 배를 보내드렸습니다. 지난 설날에도 고향에 배 한 상자를 보냈는데 부모님께서 깜짝 놀라시며 감격하셨다"고 말했다.

조 상병이 근무하는 육군 제62사단(준장·박창희)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설 연기군 봉암면에 있다. 이곳은 배와 복숭아로 유명한데, 연기군청에서 운영하는 '와이팜'이라는 지역농산물 쇼핑몰업체(영농조합법인)가 있다.

이 와이팜에서는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갈 수 없는 장병들이 고향으로 제수용품을 보낸다면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제사에 참여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것에 착안해 기발한 상품을 개발했다.

와이팜에서 개발한 상품은 설날과 추석 등 제사상에 빼 놓을 수 없는 배인데, 월급 4만여 원을 받는 일등병부터 간부까지 부담없이 살 수 있도록 6개들이 작은 상자를 별도로 제작해 가격을 만원에 맞췄다.

육군 제62사단에서는 와이팜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2003년 부터 설날과 추석 때 매번 이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 추석 육군 제62사단 장병들과 간부들이 고향으로 보낼 배를 700상자나 계약했다. 전부대원 중 셋 중 한명이 이 행사에 참여한 것.


이처럼 명절을 맞아 집에 갈 수 없는 장병들이 '고향으로 배 보내기' 행사에 참여한 것에 대해 서일권(대위·공보장교)는 "군복무를하면서도 고향의 부모님과 조상님들께 감사드리는 충효예의 정신을 함양하고, 농민들의 수고도 덜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 대위는 이어 "이런 군 생활이 모범적인 군복무가 아니겠냐?"며 장병들이 이런 마음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사단 장병들은 제대할 때 까지 아무 사고없이 군복무 할 수 있다"고 이 행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와이팜 홍근진(44세) 사무국장은 "명절 때 마다 이 행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반응이 좋다. 특히 전국적으로 우리고장 조치원배를 홍보 할 수 있어 좋다"며 "지역사회와 군이 상부상조하는 미덕의 실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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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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