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드러나는 권력변환 3색 스펙트럼

[지역언론 별곡-148] 대선레이스 스타트라인 분석 '제각각'

등록 2006.09.28 19:37수정 2006.09.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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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북일보>는 28일 고건 전 총리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그의 정치행보를 자세히 소개했다.

<전북일보>는 28일 고건 전 총리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그의 정치행보를 자세히 소개했다. ⓒ 전북일보

"중도실용주의는 내편으로"
"민주개혁세력은 이쪽으로"
"저평가 우량주는 바로 나"

정치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창출되어지는 것이라 했던가. 정치권력의 정략적 술수가 슬슬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술수는 '헤쳐모여'에서 시작된다.

4대 지방선거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역에선 대권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영ㆍ호남지역이 숨 가쁘다. 아직 대권선언을 공식화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내심 정치권은 대권경쟁 불씨지피기에 바쁘다. 지역 언론들은 열심히 기름을 붓는 꼴이다.

의제가 없던 참에 잘됐다는 듯 신난 형국이다. 추석을 앞둔 우울한 민생경제는 뒷전이다. 정치권력의 이념 스펙트럼은 중앙보다 지역에서 더 확대되는 추세다. 언론에 싣기 위한 '꾸민 의사사건' 일지라도 권력변환의 행방에 온갖 안테나를 세우며 언론은 초점을 모으고 있다 . 권력과 상호보완적인 조화는 미디어의 음성과 영상, 활자에 묻어난다.

'헤쳐모여' 3각 편대 전북서 스타트

정치권력의 성격변화는 그것이 여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까. 지역 색을 덧칠하는 언론의 보도행태에선 정치권력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배어있다. '우리당 중심', '민주당 중심', '한나라당 중심'의 헤쳐모여 식 정계개편 바람은 이미 호남평야를 휩쓸어 영남을 향하는 분위기다.

첫 스타트라인에는 김근태, 이명박, 손학규, 고건 등이 섰다. 그들이 차례로 선 곳이 전북지역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조만간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까지 가세할 곳이다. 10여년이 넘도록 한국사회에서 가장 장기적 논쟁이 지속돼 온 새만금에 대한 담론을 재구성하기 위함일까. 주된 화두는 새만금에 모아지고 있다.


80년대 후반 노태우정권 출범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으로 시작된 새만금사업의 특별법 제정에 너도 나도 동의한다는 표면에는 애정이 깃들어 보이지만 정략적 술수라는 의혹이 짙다. 그러나 지역언론은 마치 귀한 선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포장하기 바쁘다. 2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취임 100일째를 맞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18일 전북을 방문했다. 같은 날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방문은 예사롭지 않은 경쟁구도를 읽게 했다. 김근태 의장은 새만금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겠다고 장담했다.


그는 "더 이상 정파의 노력으로 폄하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직도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언급했다.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국가 안보상 불가피하더라도 급박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방폐장을 교훈삼아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원광대 강연 차 방문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지역언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새만금에 관한 언급을 빠뜨리지 않았다. "전북은 교육과 문화ㆍ환경 등의 요소는 잘 갖추고 있지만 생산과 고용의 자원이 없다"는 그는 "새만금은 생산과 고용을 갖출 수 있는 좋은 자원"이라고 전제했다.

김근태, 이명박, 고건, 손학규 동시방문 의미는?

a <전북중앙신문>은 28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정읍 재활용품 수거봉사활동 기사를 사진과 함께 내보냈다.

<전북중앙신문>은 28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정읍 재활용품 수거봉사활동 기사를 사진과 함께 내보냈다. ⓒ 전북중앙신문

개인적으로 중국의 상해권과 연계한 프로젝트를 권하기도 했다. 그는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모래와 자갈만으로도 공사비의 60%가 충당된다"며 "준설과정에서 가용토지가 나오기 때문에 정부예산을 쓰지 않고도 가능한 사업"이라고 밝혀 '불도저 형 지도자' 이미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후 27일 전북지역은 고건 전 총리의 방문으로 정계개편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그동안 정치행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온 그는 "고향에 올 때는 항상 마음이 편하다"는 인사로 이미지에 신경을 썼다. 꾹 참아왔던 보따리도 고향에서 풀었다.

"이제부터는 중도ㆍ실용ㆍ개혁세력과의 연대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여야 정치인과 만나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그는 사실상 공식적인 대권행보에 나설 뜻임을 시사한 것이다. 민생탐방에 나선 고 전 총리는 "전북도의 신 성장 동력의 창출원천은 새만금 사업"이라며 역시 새만금사업을 거론했다. "새만금의 미래가치를 극대화시켜 전북이 환 황해경제권의 중심기지로 부상할 수 있도록 원대한 계획을 세워 내부개발을 하나하나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선 24일부터 전북지역 민생투어를 벌여 온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행보 또한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26일 전주 상산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학생 및 교사들과 간담회를 나누는 등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여느 대권후보들과는 다른 이미지 정치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 실상을 깨닫고 낮은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정치 환경 조성을 위해 민심 대장정에 나섰다"는 그는 "서민들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소시민들의 목소리가 절절하게 마음으로 와 닿는다 "고 말했다.

100일 민심 대장정을 벌이고 있는 그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지역에서 재활용품 수거봉사활동 등을 벌이면서도 취재요청에 손사래를 치곤하지만 언론은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면에서 나타난다.

광주ㆍ전남, "민주당 중심 헤쳐모여"에 관심

a <남도일보>는 28일 정치권의 '민주당 중심 헤쳐모여'와 '노대통령 제외한 통합' 발언을 비교 보도했다.

<남도일보>는 28일 정치권의 '민주당 중심 헤쳐모여'와 '노대통령 제외한 통합' 발언을 비교 보도했다. ⓒ 남도일보

이런 와중에 전북지역 언론들은 독일에 체류 중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의 거취에도 주목한다. 다음달 1일 귀국 예정인 정 전 의장이 추석연휴 고향에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정치활동 재개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는 정치권 반응을 의제로 다루고 있다. 대권행보가 가장 활발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반면 광주ㆍ전남지역은 민주당 중심의 '헤쳐모여 식' 신당창당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지역 언론들은 중도실용노선의 새 틀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정통성을 전제로 한 신당창당을 주장하는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발언과 함께 한나라당의 합당요구에 대해서도 다분히 정략적 의도라는 한 대표의 주장이 전북지역에서 출발한 대권구도를 잠재우려는 듯하다.

그런가 하면 이 지역 언론들은 신기남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의 "민주당과의 합당은 부적절하다"는 발언과 같은 당 정대철 상임고문의 "노대통령은 대통합에서 빠져야 한다"는 발언내용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민주당에 무게중심을 두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권련변환 움직임에 대한 의제설정보다 민생경제에 초점을 두어야 할 때란 사설은 뼈 있는 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광주일보>는 26일 '정치권, 정계개편보다 민생부터 챙겨라'는 사설에서 "정계개편은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며 "국민들은 정계개편보다 엉망인 민생경제부터 챙길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부산ㆍ대구지역, "한나라당 중심 헤쳐모여" 관심

그러나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은 또 다른 스펙트럼이 그려지고 있다. 이른바 한나라당 중심의 헤쳐모여가 그것이다.

강재섭 한라당 대표의 27일 발언에 무게가 실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일신문>은 27일 "내부 경각심과 외부 참신함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는 외연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그의 발언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정계개편은 한나라당이 중심이 돼, 뜻이 맞는 여러 정파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a <영남일보>는 28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고향방문 소식과 함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유럽방문 기사를 동시에 내보냈다.

<영남일보>는 28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고향방문 소식과 함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유럽방문 기사를 동시에 내보냈다. ⓒ 영남일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고향방문' 소식도 눈에 띈다.<영남일보>는 28일 한나라당 대권주자 중 한명인 이 전 서울시장이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박3일간 자신의 고향인 포항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는 기사와 함께 유럽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나토사령부 방문 사진을 동시에 내보내 시선을 끈다.

부산지역도 한나라당과 뉴라이트의 세 결집에 관심이 모으고 있다. <부산일보>는 28일 "내년 대선에서 보수대 개혁의 대결구도가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뭉치는 보수진영과 고민하는 우리당의 모습을 중도파에 무게중심을 두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신문>은 이날 열린우리당 부산의원들이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갖기로 했던 오찬모임을 돌연 연기한 데 대한 배경에 궁금해 하는 기사가 주목을 끌만하다. '지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제목에선 여당에 대한 반 지역정서를 읽을 수 있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고 했다. 때문에 헤쳐모여의 세부방식을 쉽게 예단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종속적, 부수적 권력에서 정치권력을 유도하고 통제하는 언론권력은 지역 색을 가미한 스펙트럼 창조에 분주하다. 두 권력 사이의 상호관계가 훨씬 더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고 있다. 내년 대선은 미디어정치, 이미지정치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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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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