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

[서평] 안동수의 <내 인생을 바꾼 여행>

등록 2006.09.29 12:26수정 2006.09.2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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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브라질 상공에서 바라 본 '이과수 폭포'. 슬픈 전설을 가진 악마의 목구멍으로 무지개가 떠있다.

브라질 상공에서 바라 본 '이과수 폭포'. 슬픈 전설을 가진 악마의 목구멍으로 무지개가 떠있다. ⓒ 북스

"때때로 자신이 떠나왔다는 사실을 잊게 해주는 나라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중남미다. 악마의 목구멍의 슬픈 전설이라고 부르는 이과수 폭포와 삼바가 있는 브라질에서 노예들의 한을 느끼고, 거북이를 먹고 사는 자코 원주민과 불시착한 사람들의 도시 아순시온이 있는 파라과이를 돌아보면서 그들의 넉넉함을 배운다.

영화를 위해 지어진 듯한 부에노스아이레스와 탱고와 반도니온이 있는 아르헨티나를 통해 예술적인 기질을 깨치고, 바람이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파이네와 150개의 성당의 칠로에 섬 그리고 수많은 먹거리가 있는 칠레에서 실컷 웃으며 삶의 고단함을 잊는다.


고향집처럼 그리운 꾸스코와 천상의 호수 띠띠까까, 책에서만 접해본 로빈슨 크루소 섬이 있는 페루에서는 인생을 되돌아본다.

중남미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머리만 열어두어서는 안 된다. 머리와 가슴 모두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 한번쯤 일상에 잠겨 있는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싶다면 남미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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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스

머리와 가슴을 활짝 열어야 그 참맛을 볼 수 있는 곳. 몸과 마음의 자유를 맘껏 풀어놓고 사람 냄새와 자연의 신비로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 저자가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곳이라 하며 극찬했던 남미를 한 컷 한 컷 넘겨가며 나는 자신도 모르게 남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남미. 유럽이나 미주지역에 비해 왠지 낯설게 다가오는 곳이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남미의 모습은 아름다움보다는 가난의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하지만 자존을 위해 혁명을 했던 곳,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처럼 축구나 춤의 열정에 사로잡혀 있는 곳이란 피상적 앎이 거의였다.

안동수의 <내 인생을 바꾼 여행>을 읽고 보면서 남미는 내가 단순히 알고 있던 곳 그 이상이었다. 다큐멘터리 PD 눈에 비친 남미는 단순한 여행객의 모습으로 비친 모습뿐만 아니라 그들의 아픔과 삶의 여유, 오늘의 가난 속에서도 내일 하루의 즐거움을 위해 일 년 동안 번 돈을 쏟아 붓는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또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미소 짓는 순수함 모습들이 그의 글과 사진 속에서 살아서 다가왔다.


"남미에는 '몸이 허해졌다 느껴지면 파라과이를 찾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파라과이에서는 각종 보양식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명성에 걸맞게 열대림 지역인 자코에서 만난 한 원주민들은 거북이를 주식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a 빙하의 수도 깔라파떼의 '모레노 빙하'. 폭이 5㎞, 높이가 60m, 길이가 35㎞나 된다고 한 빙하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빙하 색깔이 조금씩 변한다 한다.

빙하의 수도 깔라파떼의 '모레노 빙하'. 폭이 5㎞, 높이가 60m, 길이가 35㎞나 된다고 한 빙하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빙하 색깔이 조금씩 변한다 한다. ⓒ 북스

a 거북이를 들고 있는 자코 원주민  추장

거북이를 들고 있는 자코 원주민 추장 ⓒ 북스

파라과이의 자코 원주민들은 거북이를 주식으로 먹는다. 집집마다 거북이가 가득 든 주머니가 있다. 그런데 이들은 거북이를 구워먹으면서 주문을 왼다. 그것은 거북이의 영혼이 하늘나라까지 잘 올라가도록 빌기 위해서다. 그들의 순박한 영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어떤가? 매일 소나 돼지, 닭, 개를 잡아먹으면서 그네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 적이 있는가?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명이라는 위대한 것이 우리 인간에게 가까이 오면서 우리 인간은 영혼의 순수함을 잊었다.

a 사막의 푸른 보석이라 부르는 아타카마 사막

사막의 푸른 보석이라 부르는 아타카마 사막 ⓒ 북스

"그곳에서는 사랑만 나누고 싶다. 하늘 지붕 아래 촉촉하게 젖은 당신과 마주 앉아 그저 밤새 속삭이고만 싶다. 심장이 아무리 딱딱한 사람이라도 사막 한 가운데 떠 있는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서는 이렇게 변한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사랑만 나누고 싶다는 고백이 절로 나올까? 저자의 아름다운 고백에 그곳에 달려가고 싶다는 충동이 절로 인다. 그러나 갈 수 없는 몸. 그의 글과 사진 속에 빠져 취해보는 걸로 위안을 삼으며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로로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발을 내딛어 본다.

사막의 푸른 보석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아시스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끝없는 사막을 오르고 오르다 보면 하나의 신처럼 우뚝 서있는 산. 그런데 산도 산이려니와 저자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에 대한 고정관념을 일시에 깨트린다.

사막의 모래라 하면 팍팍하고 힘들고, 이따금 모래바람이라도 불면 모래구덩이에 묻혀 버릴까봐 걱정이 앞서는 곳. 그곳을 거닐며 저자는 '구불구불 이어진 모래언덕이 살아 있는 듯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관광객들은 그 모래 언덕을 뛰어내리고 오르며 괴성을 지르고 데굴데굴 구르며 즐거워한다. 거대한 사막에서 뒹굴며 소리 지르며 뛰어논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멋진 곳인가.

a 잉카의 마추픽추.  지붕 없이 하늘을 향해 벌어진 집을 하고 말없이 흐르는 잉카의 핏줄이다.

잉카의 마추픽추. 지붕 없이 하늘을 향해 벌어진 집을 하고 말없이 흐르는 잉카의 핏줄이다. ⓒ 북스

그러나 여행이 어찌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겠는가. 신화처럼 시간의 흔적 속으로 말없이 사라지고 있는 잉카는 저자에게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보지도 않은 곳을 그리워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잉카가 꼭 그랬다."

저자에게 잉카는 단순히 먼 나라, 과거 속의 단순한 역사의 흔적이 아니었다. 가보진 않았지만 두고 온 고향처럼 그립고 안타까운 곳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그래서 잉카는 그에게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현실로 다가온다.

그런데 그것이 어찌 한 나그네의 마음으로만 다가올까. 잉카의 후손들은 지금도 잉카의 번영을 기원하며 태양제를 올리며 진심으로 태양신에게 축복을 빌고 있다. 그들에게 잉카는 신화이면서 전설이고 현실이기 때문이리라.

안동수의 <내 인생을 바꾼 여행>은 남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쓴 70일 간의 촬영이야기다. 그의 사진과 글에는 순수한 영혼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또한 가슴 시린 이야기와 행복했던 이야기들이 사진과 곁들여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김소원씨의 말대로 남미의 모드 도시들이 <내 인생을 바꾼 여행> 한 권에 다 들어있다. 그래서 직접 가보지 않아도 남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혹 남미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내 인생을 바꾼 여행>을 읽어 보라. 남미의 뜨거운 숨결을 한층 더 뜨겁게 호흡할 것이다.

a 해발 3,856m에 위치한 하늘에 떠 있는 호수 ‘띠띠까까’. 호수의 넓이가 충청도을 삼킬만하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해발 3,856m에 위치한 하늘에 떠 있는 호수 ‘띠띠까까’. 호수의 넓이가 충청도을 삼킬만하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 북스

덧붙이는 글 | <내 인생을 바꾼 여행>. 저자 : 안동수  출판사 : 북스  가격:14,800원

덧붙이는 글 <내 인생을 바꾼 여행>. 저자 : 안동수  출판사 : 북스  가격:14,800원

내 인생을 바꾼 여행

안동수 지음,
북스(VOOX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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