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초등학교 한 교사가 금품상납 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오마이뉴스 강성관
추석을 앞두고 광주광역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내 '금품상납과 수수 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미묘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명절날, 스승의 날, 출산휴가 전후 상대방의 성의랍시고 금품수수 하신 교장, 교감 선생님들과 예의네 인사네 하면서 금품상납 하신 선생님들께 이제 그만 하시길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금품상납 갈 데까지 갔다" 비판... 일부선 "일반화해선 안돼"
박상철(33)교사가 지난 25일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초등교육계 금품상납과 수수 관행 척결을 위하여'라는 글을 게재하고 "이제 제발 그만 하시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박 교사는 이 글에서 "다른 지역은 이미 금품상납과 수수 관행이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라며 "당신들이 하는 짓 보고 있으면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더 답답할 노릇은 금품을 주고 받는 짓이 위법행위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라며 "그저 미풍약속인 줄 알고 후배 교사에게 권하기까지 하는 웃기지도 않는 양반들도 있으니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이 지경인데도 지금까지 시교육청은 문제해결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꼬집고 싶다"며 "이 문제의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명절날에 대거 단속반을 투입했다느니 하는 속을 지금까지 전혀 접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개선을 위해 "지역 초등교육계 교장, 교감들은 대부분의 교사들에게 '금품상납을 하면 좋아한다' '금품상납을 해야 교직생활 하는데 편하다'라는 의심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번거로우시더라도 교장, 교감선생님들께서 해당 학교 교사들에게 '금품상납 하지 마세요'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단계에 걸친 개선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1단계(29일까지) 전 교직원 대상으로 행동강령 연수 ▲2단계 교장·교감이 "금품상납하지 마세요"라고 밝힐 것 ▲3단계는 추석 전 교육청의 단속반 투입(교직단체와 시민단체 참여)을 제안했다.
이 같은 박 교사의 제안에 대해 일부 교사들은 댓글을 게재하고 "이번 기회에 고리를 잘라내야 한다"며 동조했다. 이에 대해 한 교사는 "그런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며 "모든 학교와 교사에게 일반화해서는 안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전교조 "근무평정제 폐지해야"... 시 교육청 "그런 일 없다"
이와 관련 전교조광주지부 초등위원회는 28일 성명을 내고 시교육청에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성명에서 "광주지역 특히 초등학교계에 명절날, 스승의 날, 출산휴가 후 등에 교장과 교감에게 예의를 빙자한 금품상납 행위는 부인할 수 없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부정부패와 금품상납 관행이 만연하게 된 배경에는 학교장의 제왕적 권위주의를 지탱하는 근무평정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광주지역 초등인사 전보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근무평정제도가 타 시도교육청의 경우는 인사전보 순위에 포함되지 않고 있거나 미미함에도 유독 광주에서는 평교사들의 족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윤리강령에 대해 교육감이 서한문을 발송하고 학교장 주도하에 전 교직원에게 연수하도록 하고 적발될 경우 일벌백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초등인사전보 조항의 근무평정제를 폐지하고 초등학교내 인사위원회가 정확하게 자리매김되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 광주지부 한 관계자는 "전교조는 부패 고리를 끊기 위해 시교육청 등을 상대로 투쟁해 갈 것"이라며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금품상납에 대해 시교육청이 특단이 조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박 교사의 주장은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내용이 부풀려졌다"면서 "그런 일을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시교육청에서도 필요한 조치를 했다"며 "요즘 세상에 상납을 강요하는 학교장이 있겠느냐, 일부 교장들은 상당히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박상철 교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계속된 문제제기에도 금품상납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글을 올렸다"면서 "개인적으로 교사들을 만나면 금품상납을 안 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박상철 교사는 29일 오후 시교육청이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금품상납 근절을 위한 삼보일배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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