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오신 여러분, 추석상 받으세요"

순천 하늘샘 교회, 추석 맞아 탈북자 식사 대접

등록 2006.09.30 11:35수정 2006.09.3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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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1주일 정도 남겨둔 29일.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 있는 자그마한 교회에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소외계층이라 할 수 있는 탈북자들에게 식사 제공과 선물을 전달하는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이렇게 순천 지역에서 대규모로 탈북자에게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천 하늘샘 정병원 집사는 "외롭게 추석을 보내게 될 탈북자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이웃이며 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일부러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고 교회 앞에서 기다리던 조례동에 사는 심양희씨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탈북자들의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얘기한다.

순천 지역에는 탈북자 김광철씨를 비롯해 24명이 살고 있다. 할아버지의 고향이 순천이기에 순천을 택하게 되었다는 사람에서부터 그들이 순천을 택한 사연은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본 소감을 묻자, 모두 만족하고 살기 좋은 도시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다. 특히, 직업에 관한 것들이 많다. 그들을 받아주는 회사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언제든지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는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또 직장에 들어가도 진정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동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 모임을 주선한 늘보기획 한대호 사장은 "우연히 탈북자인 김광철씨를 만나 그를 통해 순천 지역에 탈북자가 24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먼저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고 식사를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a 순천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이 조례동에 있는 하늘샘교회에서 마련한 식사 자리에 앞서 예배를 보고 있다.

순천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이 조례동에 있는 하늘샘교회에서 마련한 식사 자리에 앞서 예배를 보고 있다. ⓒ 서정일

한 사장은 올해 여름,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탈북자 김광철씨를 만나 탈북자의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또한 불의의 사고로 팔을 잃은 장애인이기에 사회의 편견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아 탈북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이렇게 순천 지역에 살고 있는 탈북자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모처럼 마련된 자리에서 그들은 하고 싶은 얘기들을 쏟아냈다. 두 달 전에 남한으로 왔다는 한 탈북 여성은 "말씨가 달라 좋은 뜻으로 얘기했지만 상대방이 나쁜 뜻으로 해석해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점점 더 말을 하지 않게 되고 또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고 얘기했다.


식사를 마치고 추석 선물을 받아든 한 탈북자는 "이런 모임이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씩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면서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친다.

1주일 후면 민족의 명절 추석. 교회 안에서 '고향의 봄'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훔쳤다는 탈북자. 그들이 맞이하게 될 추석은 그 누구보다 외롭고 힘들 것이다.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소외계층인 탈북자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 뉴스에도 송부합니다

덧붙이는 글 SBS 유포터 뉴스에도 송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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