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럼은 시민이 발제자로 나서서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김귀현
'도전! 물난리 없는 광주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류동훈(광주선남개혁연대 사무처장)씨는 자신을 수해 스토커로 소개했다. "매번 물난리가 나면 그 당시만 '예방해야 한다. 복구해야 한다' 떠들어 대고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혀진다"며 평상시의 수해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어 "광주지역의 상습 수해 피해 지역을 조사해보니, 2~3년 연속으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면서 "이를 치밀하게 분석해보니, 도시개발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장을 꾸준히 답사를 한 결과 고지대에 세워진 아파트 때문이었다"면서 "우선 아파트를 짓기 위해 지대를 높인 것이 문제이다. 상습침수지역이 원래부터 침수지역은 아니었다"라고 개발에 의한 수해 피해가 크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구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광주 시청과 함께 연석회의를 마련하여, 본격적인 수해 스토거 활동을 시작했다는 류씨는 지난 겨울의 일을 재밌게 설명했다.
"수해 대비는 겨울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를 준비했었다"면서 "2005년 12월 겨울 첫눈이 오는 날 시청 앞 연못에서 <물난리대책호소 물벼락 100번 맞고 오돌오돌 떨기> 퍼포먼스를 계획했으나, 이날 따라 날씨나 너무 추웠고 이대로 하다간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의사의 경고 때문에 무산되었다"고 말하자 장내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살아서 감사하단 생각뿐"... 발표하며 목이 멘 발제자
류씨는 이어 "구체적인 원인 분석을 한 결과 윗동네에서 맨홀 냄새를 막기 위해 장판을 덮어 놓는데 장판 때문에 배수가 되지 않아 물이 흘러 넘쳤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이유는 윗동네의 쓰레기 때문이다. 통에 넣지 않은 쓰레기가 비가 오면 배수를 막는다"며 아주 상세하게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수해 지역 주민의 고충도 그들을 대신하여 털어 놓았다. "상습 침수 지역의 80세 할머니는 빗소리만 들어도 잠을 주무시지 못한다" 면서 "아예 중요한 가재도구를 옥상에 두고 생활하시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게 다 저 아파트 때문이여라고 탄식하시는 어르신을 볼 때마다, 수해는 정말 인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며 그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어 "수해가 났을 경우 대피만 준비하기보다, 장마철 아예 피신해 있을 곳을 복지 정책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고지대 주민들은 저지대 주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맨홀 위 장판 걷기, 쓰레기 제거 등 수해 시 시민 전체가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수해 예방 대책을 제안했다.
이번 태풍의 피해가 심했던 강원도 인제군 가리산리의 김영선 이장은 첫 마디 부터 떨리는 목소리였다. "정말 끔찍했다. 언론에 보도된 것은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라며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참았던 눈물을 흘렸고, 순식간에 장내는 숙연해졌다.
곧 감정을 추스린 김 이장은 "왜 이 나라는 수없이 재난을 맞이하면서도 왜 아직도 대처를 못 하는가? 피해 조사 작업, 시체 수습 작업을 왜 마을 주민이 해야 하는가? 과연 도시에서 이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렇게까지 정부에서 무심했을까?"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난 7월 14일 아침 8시, 한 시간만에 모든 상황이 벌어졌다. 산이 무너지고 모든 아스팔트가 붕괴되는 모습을 눈으로 지켜보았다"면서 "이번 피해로 우리 마을에서만 일곱 분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또한 "실종된 분을 찾고 시체를 인양하는 작업을 모두 우리 주민들이 했다. 그래서 그 정신적 피해는 더 컸다"면서 "복구와 피해조사를 모두 주민이 맡아 했다. 행정은 대체 왜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행정기관의 구호품, 가스레인지도 없이 라면과 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