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금강산도 풍년이오~"

남북 농민이 함께 참여한 금강산 협동농장 벼 베기 행사

등록 2006.10.02 12:46수정 2006.10.0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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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평통 화순군협의회원 등 120여 명이 삼일포 협동농장에서 벼를 베고 있다.

평통 화순군협의회원 등 120여 명이 삼일포 협동농장에서 벼를 베고 있다. ⓒ 최연종

"북녘 들녘에서 통일쌀을 수확했으니 통일은 시간 문제 아닙니까?"

민주평통 화순군협의회원 등 50여 명은 지난 9월 29일 금강산 관광지구 삼일포 협동농장 들녘에서 남북 합동으로 통일쌀을 수확했다.

바로 (사)통일농수산사업단(상임대표 허상만, 이하 사업단)과 (사)통일농수산 포럼(상임대표 이길재)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2회 삼일포 통일 벼 베기 행사. 지난 5월 27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남측 180여 명과 북측 20여 명 등 200여 명이 1000여 평의 논에 남북 공동으로 모내기한 것을 걷어 들이는 행사다.

남측에서는 화순의 평통 회원 등 51명을 비롯해 양서농협, 한국농촌공사 관계자, 통일부 관계자 등 120여 명이, 북측에서는 협동농장 분조장 3명과 행사 도우미 등 10여 명이 참여했다.

남북 농민이 만나 가을걷이 나섰네

a 벼 베기 행사에 참여한 민주평통 화순군협의회.

벼 베기 행사에 참여한 민주평통 화순군협의회. ⓒ 최연종

9월 29일 오전 9시경, 숙소인 외금강 호텔을 나와 셔틀버스로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삼일포 협동농장. 삼일포 협동농장은 금강산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협동농장으로 삼일포에서 해금강에 이르는 넓은 평야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총 경지 면적은 500ha에 이른다.

사업단은 2002년 금강산 남새(채소) 온실 농장에 필요한 영농자재 등을 지원해 오다 2004년 4월부터 영농자재뿐만 아니라 60ha 규모의 공동영농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다. 북과 공동 시험재배를 시작한 이래 2005년 700ha, 올해는 1110ha 규모의 공동영농협력사업을 하고 있다.


북쪽 농민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양쪽의 영농방식의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좀 더 좋은 결과를 얻게 하는 것이 사업단의 의도. 실제로 종자, 비료시비 등 남한 농법을 이용해 북측에서 재배, 기존 북한 농법에 비해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a 삼일포 협동농장 관계자가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삼일포 협동농장 관계자가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 최연종

a 삼일포 협동농장 분조장의 벼베기 시범 모습.

삼일포 협동농장 분조장의 벼베기 시범 모습. ⓒ 최연종

벼 베기 작업에 앞서 허상만 통일농수산 상임대표와 북한 관계자의 인사말에 이어 북한 농민이 직접 나서 벼 베기와 벼를 묶는 시범을 보였다. 논에 물이 고여 있어 신발을 벗은 채 작업을 했지만 북녘 땅에서 벼를 수확한다는 설렘 때문인지 불평하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통일농수산사업단에서 나눠준 '통일' 로고가 새겨진 흰 옷을 입으니 황금 들녘이 흰 물결로 출렁인다.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2시간 동안 2필지 400평의 벼를 100명이 넘는 인원이 베는 것이니, 금세 끝날 것 같지만 만만치가 않다. 한 번도 벼를 벤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2시간 동안 새참도 먹을 틈도 없이 꼼짝없이 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남측 사람들 "벼 베기 만만찮네요"

a 벼베기 작업 시작.

벼베기 작업 시작. ⓒ 최연종

a 세 명의 북한 협동농장 분조장이 함께 벼를 베고 있다.

세 명의 북한 협동농장 분조장이 함께 벼를 베고 있다. ⓒ 최연종

역시 초보는 금세 티가 났다. 물이 고여 있는 데다 벼의 생육 상태 등이 남쪽과 같지 않아 벼 베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여성 참가자들은 벼를 뿌리째 뽑고 있었다.

이번 벼 베기 프로그램은 남과 북이 한데 어우러져 통일 모내기와 벼 베기 행사를 통해 남북 교류협력을 확대해 통일의 물꼬를 트자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때문에 사업단 관계자는 일을 빨리 하지 말고 천천히 제대로 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는데 벼를 베다 보니 그 말이 실감이 났다.

400평 가운데 절반씩 2개조로 편성돼 작업했는데 삼일포 협동농장 분조장 3명이 화순팀에 합류,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다. 지난해 남측 사람들만 벼를 심고 수확한 것에 비하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지만 사는 곳 등의 간단한 질문에는 말문을 열었다. 북한 주민은 쌀을 소비하고 남으면 다른 농장의 채소 등과 물물교환을 한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은 한결같이 윗옷에 김일성 주석의 배지를 달고 있다. 북한에서는 '초상휘장'이라고 부른다. 땡볕이 내리쬐는데도 모자나 수건 등 햇볕 가리개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낮으로 열심히 벼를 베고 있는 바로 옆 논에서 콤바인 소리가 요란한다. 남쪽에서 지원한 콤바인이 벼를 수확하고 있는 것이다. 남쪽에서 지원한 4대의 콤바인 중 2대가 이날 작업을 했다. 삼일포 들녘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파란 하늘과 주변 도로에 핀 코스모스가 운치를 더했다. 코스모스는 북한 주민들이 직접 심었다고 한다.

흰 바위로 이뤄진 산들이 들녘을 감싸고 있어 이곳이 금강산과 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삼일포 들녘 곳곳에는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북한 초병이 작업 도중 수시로 작업장 주변 도로를 왕래하는 데다가 민가 입구에는 여지없이 북한 초병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어 주민과의 접촉은 불가능했다. 또 북한 민가나 군인을 상대로 사진도 촬영할 수 없었다.

"작년에는 벼의 생육상태를 보며 답답했는데 불과 일 년 사이에 이렇게 변화할 줄을 몰랐습니다. 작년의 절망감이 희망으로 바뀌면서 북측도 이제 변하는구나 생각했지요. 북한 주민과 직접 접촉한 것도 큰 수확입니다."

북한 막걸리는 추수만큼 달았다

a 북한 병사가 행사장을 지나가는 모습.

북한 병사가 행사장을 지나가는 모습. ⓒ 최연종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벼 베기 행사에 참여한 문행주 화순군의회 의원의 소감이다. 문 의원은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30% 이상 늘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사업단은 쌀 생산이 2004년 ha당 2.5톤~3.0톤이던 것이 2005년에는 3.5~4.0톤으로 3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400평의 논의 벼를 다 베고 나니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새하얀 피부의 북쪽 아가씨들이 도시락 등을 나눠 주었다. 북측에서 올해 수확한 햅쌀로 지은 밥과 쌈채소와 돼지고기, 고사리 같은 나물류 등 소박한 반찬이 주로였지만 그 맛은 담백했다. 채소는 사업단이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금천리 일원에 조성한 시설채소단지에서 재배한 고추와 상추들이다. 떡과 막걸리까지 곁들여져 여느 점심보다 푸짐하고 넉넉했다. 특히 북한에서 직접 빚은 막걸리는 강한 단맛이 인상적이었다.

a 작업을 끝내고 돌아오는 남측 손님들에게 도시락을 챙겨주는 북한 동포들.

작업을 끝내고 돌아오는 남측 손님들에게 도시락을 챙겨주는 북한 동포들. ⓒ 최연종

a 협동농장에서 가져온 채소를 비롯해 햅쌀로 지은 밥, 나물 등이 점심 메뉴다.

협동농장에서 가져온 채소를 비롯해 햅쌀로 지은 밥, 나물 등이 점심 메뉴다. ⓒ 최연종

벼 베기 행사가 끝난 뒤 숙소 만찬장에서 화순군과 삼일포 농장과의 교류를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사업단은 화순군과 삼일포 농장과의 교류에 큰 관심을 보인 제천시가 벼 베기 행사장 바로 옆에 조성한 과수원을 소개했다.

제천시가 2004년 1억 5천만 원을 투자해 복숭아 6천 평, 사과 4천 평 등 1만평의 과수원을 조성, 온정각에서 매년 사과 이벤트를 열며 제천 사과를 홍보한다는 것. 과수원은 벼 베기 현장 바로 옆에 있어 벼 베기를 끝내고 둘러보기도 했다.

토론에 나선 사람들 대부분은 "통일 벼 베기 프로그램이 좋았다"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해 통일의 분위기를 확산시키자" 등 원칙에는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김성인 평통 화순군협의회장은 "이번 벼 베기 체험행사를 계기로 교류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회로 만들자"며 "통일농수산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북측과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 벼 베기 행사에 참여한 민주평통 화순군협의회.

벼 베기 행사에 참여한 민주평통 화순군협의회. ⓒ 최연종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도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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