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고속이 토지공사에 요청한 휴직보상비 내역서. 82명 직원 모두 우리은행 계좌를 따로 만들어 청구했지만 정작 직원들은 계좌가 만들어졌는지도 몰라 명의도용 의혹이 떠오르고 있다. 중앙고속은 직원 1인당 수백만원씩의 휴직보상비를 챙겼다.자료사진
재향군인회 산하 기업인 (주)중앙고속이 정비공장을 이전하면서 한국토지공사로부터 3억원에 가까운 노동자 휴직보상비를 받아 가로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보상비를 받기 위해 직원 개인명의를 임의로 도용해 통장을 만들고 이를 착복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나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중앙고속이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노동자 휴직보상비를 허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중앙고속은 관련 보상법을 교묘히 이용해 토지공사로부터 수억원의 보상비를 착복했다는 것이다.
휴직보상금 2억9500여만원 청구... 휴업 않고 지급도 안해
중앙고속은 지난 2003년 12월 화성시 동탄면 석우리 정비공장 부지가 토지수용되자 동탄면 중리로 정비공장을 옮겼다.
당시 중앙고속은 땅과 건물에 대한 보상과 함께 공장 이전 기간 동안 작업장을 가동하지 못해 발생하는 노동자의 휴직보상비도 청구했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토지수용 등에 의해 영업이 정지돼 노동자들이 휴직 또는 실직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을 보상해주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공사는 2004년 1월 땅과 건물 보상비와는 별도로 노동자 휴직보상비를 지급했다. 중앙고속이 청구한 휴직보상비는 총 2억9530여만원. 당시 공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82명이 90일간 휴직할 경우를 계산한 액수다.
하지만 중앙고속은 3억 가까운 휴직보상비를 받고도 실제 공장문은 닫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휴직보상비는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순 의원은 “당시 근무했던 노동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중앙고속이 공장을 옮기면서 실제 공장 가동을 멈춘 것은 2003년 12월경 단 3일뿐”이라고 전했다. 또 “공장 이전 기간 동안 노동자들도 모두 정상 근무했으며 월급도 100% 지급됐다”고 말했다.
중앙고속에 근무했던 직원들도 같은 증언을 하고 있다. 전직 중앙고속 정비공장 노동자 A씨는 “공장 이전 기간 동안 휴직한 기억이 없다”며 “휴직보상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노동자 B씨도 “휴직보상비를 받았다는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월급통장 있는데 다른 계좌, 왜?... 명의도용 의혹
이와 함께 중앙고속이 휴직보상비를 타기 위해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임의로 개인통장을 개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행법상 휴직보상비는 모두 노동자 각자에게 개인별로 지급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한국토지공사는 휴직보상비 지급 당시 노동자 개인 명의로 된 통장계좌를 요구했고 중앙고속은 82명 각자의 이름으로 된 통장계좌를 제출했다.
하지만 중앙고속이 개인통장이라며 제출한 계좌번호는 한날 한시에 우리은행 모지점에서 일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통장을 한꺼번에 만들어 휴직보상비를 받은 것이다.
전 직원들에게 월급이 지급되는 개인계좌가 있음에도 중앙고속이 우리은행에서 한꺼번에 통장을 개설한 것은 매우 석연찮은 대목이다. 더구나 노동자들은 자신의 명의로 우리은행 계좌가 개설된 것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A씨는 “내 명의로 우리은행 통장을 만든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영순 의원은 “휴직보상금 2억9500여만원이 노동자들의 개인 이름으로 된 통장에 입금됐으나, 조사 결과 노동자들은 수령도 하지 않았고 통장이 개설된 사실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일부 사람들은 (통장을 만들기 위한) 인감 및 도장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자신도 모르게 휴직보상비와 통장이 개설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중앙고속의 휴직보상비 청구 자체가 허위”라며 “한국토지공사는 당시 휴직보상비에 대한 정밀 감사를 실시하고 경찰과 검찰은 조속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고속 부서별 떠넘기기-토지공사 “조사중”
한편 중앙고속은 “당시 근무했던 담당자가 누군지 모른다”며 관련 의혹을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고 있다. 본사 총무과 관계자는 “그런 얘기(휴직보상비 허위 청구)를 듣기는 했지만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사노무팀 관계자도 “당시 근무했던 분들이 퇴직해서 잘 모르겠다”고 떠넘겼다.
한국토지공사는 일단 관련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화성지부 동탄사업단 조재균 차장은 “의혹의 진위 여부를 먼저 알아보고 있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법률자문을 받아 환수가 가능한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차장은 또 “만약 환수한다면 누구를 상대로 할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당시 근무했던 개인에게 보상받아야 하는지, 중앙고속을 상대로 해야 하는지 자문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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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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