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프리마돈나 안숙선 명창의 두 모습. 술 취해 주정부리는 아낙과 도창의 엄격한 모습.김기
안 명창은 이 작품에서 물론 도창의 역할을 기본으로 하면서 월매역, 농부가 대목에서는 술 취해 비틀거리는 수다스런 아낙 역할 등을 열연해 그간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깨뜨렸다. 거기에 서정금, 남상일 등 창극 재간동이들도 역시 1인 다역을 소화하면서 창극의 맛과 흥을 돋우었다.
마당창극 <춘향>은 공연방식도 독특했다. 먼저 안숙선 명창이 무대에 올라 단가 ‘사철가’로 판소리의 맛을 객석에 전달하고는, 뒤에 대기하던 악사들과 함께 구음시나위를 구성지게 연주했다. 물론 시나위단에는 남상일의 가야금, 이몽룡역을 맡은 안현빈의 징 연주가 가세했다.
대본과 연출 그리고 변학도 등 출연까지 종횡무진 활약한 조영규 연출은 “극의 원칙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단원 개개인의 끼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도록 요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것은 오래전 협률사나 원각사 방식의 창극이 생기기 전에 변형 판소리처럼 연행된 기록에서 기원한 것으로, 그야말로 온고지신의 방법론을 채용한 것이다. 그리고 절묘하게 그 오래된 방식이 현대 관객들에게 제대로 먹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