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런 송편 보셨나요?

6살 세린이가 유치원에서 만든 송편

등록 2006.10.03 14:52수정 2006.10.03 16:1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딸 아이한테 선물 받은 송편입니다. 옆구리가 터지고 울퉁불퉁하지만 제 눈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런 송편입니다.
딸 아이한테 선물 받은 송편입니다. 옆구리가 터지고 울퉁불퉁하지만 제 눈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런 송편입니다.장희용
2일 퇴근 시간이 거의 됐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인 줄 알았는데,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반갑게도 우리 딸 '놀아줘 대마왕' 세린이입니다.


'이 녀석~ 또 뭐하고 놀자고 그러나?' 싶어 전화한 용건을 물으니 헤헤거리며 일찍 집에 오라고만 합니다. 녀석하고 통화하고 아내한테 물으니 역시 그냥 웃으며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만 하더군요.

무슨 일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서둘러 집으로 갔습니다. 녀석, 무슨 말을 저리도 하고 싶었는지 아예 아파트 입구까지 나와 아빠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내 손을 끌고는 빨리 집에 가자고 재촉입니다.

끈적끈적한 이게 뭐니, 놀아줘 대마왕?

집에 들어서자마자 후다닥 뛰어가더니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서는 뒤로 감춥니다.

"아빠 눈 감아봐."
"왜? 뭔데 그래?"
"아이~ 빨리 감아봐."


녀석이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습니다. 제 손위에 뭔가를 올려놓았는데, 약간 끈적거리는 것이 요리조리 돌려가며 만져보아도 선뜻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뭐야?"
"맞춰 봐! 힌트 줄까? 한가위 때 먹는 거야."


저는 그것이 송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단박에 답을 말하면 왠지 이 녀석이 실망하거나 재미없어 할까봐 일부로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녀석은 "아빠는 그것도 몰라? 그럼 이제 눈 뜨고 봐봐" 합니다.

송편을 넣어 온 상자도 직접 만든 거랍니다. 먹기 너무 아까워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습니다. 오래 오래 두고 보려고요.
송편을 넣어 온 상자도 직접 만든 거랍니다. 먹기 너무 아까워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습니다. 오래 오래 두고 보려고요.장희용

아빠는 노란색, 엄마는 분홍색 드세요~

눈을 떠 보니 역시 송편이었습니다. 세린이라는 이름과 '송편처럼 예쁘고 알찬 추석 보내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는 작은 노란 상자 안에는 색깔도 고운 분홍색과 노란색 송편이 들어 있었습니다. 솔잎도 밑에 깔아 놓았더군요.

"와! 송편이네. 유치원 선생님이 줬어?"
"아니! 이거 내가 만든 거다. 선생님하고 친구들하고 엄마 아빠 주려고 만든 거야!"
"어유~ 그랬어? 이거 그럼 우리 세린이가 만든 거야? 정말 예쁘게 잘 만들었네."
"아빠, 먹어봐. 맛있어. 어떤 색 먹을 거야? 음~ 아빠는 노란색 먹고 엄마는 분홍색 먹어."

저는 녀석이 만든 송편을 한참 쳐다봤습니다. 기특한 녀석, 벌써 이렇게 커서 추석에 엄마 아빠 송편도 만들어오고. 아이들 보면서 느끼는 행복을 또 한번 크게 마음에 담습니다.

녀석은 자꾸 먹으라고 했지만, 왠지 녀석의 정성이 담긴 것을 단숨에 꿀꺽 먹어 버리기에는 아까운 마음이 들어 냉동실에 넣어 두었습니다. 당분간은 녀석의 이 송편을 보면서 행복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자식 키우는 행복이 이런 데 있나 봅니다.

항상 말썽쟁이인 줄 알았는데, 벌써 이렇게 엄마 아빠 송편도 만들 줄 알고, 자식 키우는 행복이 이런 가봅니다. 딸이 만들어 선물한 이 송편으로 올해 추석은 행복한 추석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항상 말썽쟁이인 줄 알았는데, 벌써 이렇게 엄마 아빠 송편도 만들 줄 알고, 자식 키우는 행복이 이런 가봅니다. 딸이 만들어 선물한 이 송편으로 올해 추석은 행복한 추석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장희용

덧붙이는 글 | 저는 4일에도 출근하기 때문에 4일 저녁에 시골에 갑니다. 녀석을 데리고 방앗간도 가고 산에 올라가 솔잎도 따서 어머니랑 같이 송편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송편처럼 예쁘고 알찬 추석되세요!

덧붙이는 글 저는 4일에도 출근하기 때문에 4일 저녁에 시골에 갑니다. 녀석을 데리고 방앗간도 가고 산에 올라가 솔잎도 따서 어머니랑 같이 송편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송편처럼 예쁘고 알찬 추석되세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누군가 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오지 않을 세상입니다. 오마이 뉴스를 통해 아주 작고도 작은 힘이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땀을 흘리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3. 3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4. 4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5. 5 관광객 늘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제주 사람들이 달라졌다 관광객 늘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제주 사람들이 달라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