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한테 선물 받은 송편입니다. 옆구리가 터지고 울퉁불퉁하지만 제 눈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런 송편입니다.장희용
2일 퇴근 시간이 거의 됐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인 줄 알았는데,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반갑게도 우리 딸 '놀아줘 대마왕' 세린이입니다.
'이 녀석~ 또 뭐하고 놀자고 그러나?' 싶어 전화한 용건을 물으니 헤헤거리며 일찍 집에 오라고만 합니다. 녀석하고 통화하고 아내한테 물으니 역시 그냥 웃으며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만 하더군요.
무슨 일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서둘러 집으로 갔습니다. 녀석, 무슨 말을 저리도 하고 싶었는지 아예 아파트 입구까지 나와 아빠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내 손을 끌고는 빨리 집에 가자고 재촉입니다.
끈적끈적한 이게 뭐니, 놀아줘 대마왕?
집에 들어서자마자 후다닥 뛰어가더니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서는 뒤로 감춥니다.
"아빠 눈 감아봐."
"왜? 뭔데 그래?"
"아이~ 빨리 감아봐."
녀석이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습니다. 제 손위에 뭔가를 올려놓았는데, 약간 끈적거리는 것이 요리조리 돌려가며 만져보아도 선뜻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뭐야?"
"맞춰 봐! 힌트 줄까? 한가위 때 먹는 거야."
저는 그것이 송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단박에 답을 말하면 왠지 이 녀석이 실망하거나 재미없어 할까봐 일부로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녀석은 "아빠는 그것도 몰라? 그럼 이제 눈 뜨고 봐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