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권위있는 군사전문지 '글로벌 시큐리티'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 가능지역으로 지목한 길주군 풍계리 풍계역 주변 위성사진.연합뉴스
북한이 10월 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실험 강행 의사를 밝혔다.
이번 성명이 미국에게 사안의 긴박성을 각인시켜 외교적 타협을 모색하고자 나온 '벼랑끝 전술'의 일환인지, 아니면 미국의 협상 의지에 근본적인 회의감을 품고 점증하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억제력' 확보용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예방외교'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발표 이후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경고' 일색인 듯 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관련국들에게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미국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오히려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하는 시점에 북한의 핵실험 위협을 가함으로써 협상 분위기가 물 건너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고와 제재 위협, 좋은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에 대한 경고와 제재 위협이 북한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한 사례를 찾기란 어렵다. 오히려 이러한 강경한 태도는 북한의 모험주의적 행태를 부채질해왔고, 이번 핵실험 경고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의 핵실험 위협의 책임을 대북포용정책에서 찾으면서 대북 제재 동참과 관련 장관 사임을 촉구하고 나선 한국 내 일부 보수파의 진단과 처방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의 자제와 함께 미국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에게 경고와 제재 위협을 가하는 것은 북한을 자제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지도부는 이미 '제2의 고난의 행군'과 '전쟁불사론'을 결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단히 안타깝고 화가 나는 일이지만, 우리가 냉정하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에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법은 금융제재 문제를 비롯한 북한의 요구 사항이 포함된 외교적 해법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변화가 절실하다.
여러 가지 잡음과 다양한 해석이 있었지만, 한미 양국은 지난 9월 14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한미 양국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위협으로 이러한 방안 모색이 물건너간 것같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 위협을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폐기할 근거로 삼지 말고, 오히려 이를 가다듬고 가속화해서 북한과 접촉에 나설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파국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외교'의 참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 재발 이후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을 공언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강행하게 된다면, 이러한 공언은 공염불로 끝날 것이고, 이에 따라 임기 내에 북핵 해결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금이야말로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외교적이고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역할은
지난 6월부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감지되자, 미국은 북한에게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 물론이고,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에게 자제를 촉구하고 경고를 보냈다. 그러나 북한은 7월 4일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했다.
이러한 전례는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부시 행정부에게 대북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또 하나의 공동의 목소리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 몫은 노무현 정부에게 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말이다.
우선 노 대통령이 직접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현 상황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고 북한에게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지난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거듭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이 힘을 합쳐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최후의 노력을 해보자는 설득과 함께.
아울러 8일로 예정된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아베 신조 신임 총리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때마침 한일정상회담 이후 중일, 한중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고, 중국 역시 미국의 유연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한중공조를 통한 미국과 일본을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은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 역시 최근 북미 직접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 역시 또 하나의 공동의 목소리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파국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한국
북한의 핵실험 위협은 분명 우려와 분노를 자아내는 일이다. 그러나 북한을 비난하고 경고를 보내는 일은 쉬울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북한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파국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한국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이 '문제 해결 지향적인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오늘날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정부의 외교력과 국민적인 지혜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