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팔듯 책 판다...책 시사회, 책 예고편 등장

등록 2006.10.05 14:11수정 2006.10.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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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책을 파는 방법은 간단했다. 서점에 책을 갖다 놓고 여유가 되면 신문이나 잡지에 광고를 하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지면 광고가 TV나 라디오 그리고 인터넷으로 다양해지긴 했지만 큰 틀은 변화지 않았다.

a 북토피아는 전자책을 이용하여 신간 시사회를 열고 있다.

북토피아는 전자책을 이용하여 신간 시사회를 열고 있다. ⓒ 북토피아

하지만 최근 책을 파는 방법에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책이 따라 잡으려는 마케팅 선배는 다름 아닌 영화. 시사회와 예고편이라는 영화 고유의 마케팅 방법을 가져다 책을 파는데 쓰기 시작했다.

전자책 전문 기업 '북토피아'는 2005년부터 주요 출판사들과 손을 잡고 '책 시사회'를 열어 왔다. 책 시사회는 종이책이 출간되기 전에 전자책을 먼저 다운받아 읽어 보는 것이다. 신청을 받아 선발된 이들에게 무료로 전자책을 제공하고 입소문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영화 시사회를 단단히 벤치마킹한 셈이다.

동영상 UCC 사이트로 급부상한 '유튜브'에는 최근 <미스터리 게스트>라는 책의 예고편이 올라와 있다. 배우들을 고용하고 영화 기법들을 이용해서 책 분위기를 흥미롭게 묘사한 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그 형식이 누가 봐도 영화 예고편이다. UCC 사이트에 올려 바이러스 마케팅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는데 제작비에만 1만 달러를 들인 이 동영상은 이름도 영화 예고편을 본 따 '북 트레일러'로 불리고 있다.

책을 파는 새로운 방법들인 책 시사회와 책 예고편은 문화 마케팅의 최전선인 영화의 성공 사례를 고스란히 가져다 쓰는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그 속사정은 '인터넷 마케팅'에 있다. 책을 사는 방법이 서점을 직접 방문하는 것에서 인터넷 주문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미디어가 아닌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이 필요했고 책 시사회와 책 예고편 모두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책 시사회와 책 예고편 다음엔 무엇일 올까 하는 예측도 영화가 인터넷에서 시도해서 성공시켰던 다양한 마케팅 기법들을 떠올려 보면 쉬울 것이다. 사실 지금도 출판계엔 신간 내 놓고 몇 주 안에 몰아쳐서 인터넷 서점 판매 순위 얼마 안에 들어 본전 뽑는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데 개봉 첫 주 스크린 몇 개 하는 식으로 영화판에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닌가.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인터넷을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책을 소개하는 기회를 늘려 나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반면 책을 찬찬히 살펴보기 보다는 대세와 단편적인 이미지에 따라 구매하게 되는 경향이 더 강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책 제작비 외에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도 늘어나 최근 활발하게 덩치를 키우고 있는 대형 출판사들에 유리한 게임이 될 것이다.


광고비 쓰지 못해도 책만 좋으면 결국 독자들이 서점에서 찾아낸다는 낭만적인 믿음도 규모의 경제가 압도하고 있는 출판계에서 이제 옛날 얘기가 되어가고 있어 안쓰럽다. 작은 출판사들도 나름의 규모로 가능한 인터넷 마케팅 방법을 마련해야 할 때다.

a 기존 TV 광고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영화 예고편 형식을 따라 간 '북 트레일러'. UCC 사이트를 통한 바이러스 마케팅도 노리고 있다.

기존 TV 광고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영화 예고편 형식을 따라 간 '북 트레일러'. UCC 사이트를 통한 바이러스 마케팅도 노리고 있다.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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