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사, 가을 산사의 고즈넉한 풍경

서울근교 4대명찰 중 하나인 불암사의 가을 풍경

등록 2006.10.05 18:10수정 2006.10.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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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는 산사(山寺) ⓒ 박민삼

문득 산사(山寺)의 고즈넉한 풍경소리가 듣고 싶어 계획에 없던 불암사를 찾게 됐다.

석관동에서 경기도로 넘어가는 길목인 화랑대(육군사관학교)와 태릉선수촌을 지나 202번 버스종점인 불암동에서 승용차로 10여분 들어서면 바위로 둘러싸인 불암산 자락에 있는 불암사를 만나게 된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화접리에 자리하고 있는 불암사(佛巖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다.

큰 바위봉우리가 부처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불암산 중턱 깊숙한 노송숲속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 근교 4대 명찰 가운데 하나며 세조 때 사방에 왕실의 원찰(願刹)을 하나씩 정할 때 동불암으로 꼽혔던 절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노송 높은 곳에 설치된 스피커에 잔잔한 스님의 불경소리가 들려오고 가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청명한 소리를 내는 풍경소리가 가을산사 내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불암산 산행 때마다 입구만 잠시 들러 약수물에 목만 축이며 내려왔던 곳인데 오늘은 내친김에 여유를 갖고 천천히 둘러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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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사 경내 ⓒ 박민삼

불암사는 불암사사적비(佛巖寺事蹟碑)에 의하면 824년(헌덕왕 16)에 희양산문(曦陽山門)을 일으킨 지증대사(智證大師)가 창건했으며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중창하고 무학대사(無學大師)가 삼창했다고 한다. 그 뒤 성종대(1469~94)에 중건된 것을 1855년(철종 6)에 보성(普性)·춘봉(春峯)·혜월(慧月) 등이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절입구 우측으로 산나물을 쪄내는 냄새가 구수하여 쳐다보니 공양음식을 조리하는 전각에서 몇몇 신자들과 등산객들이 공양음식을 정성스레 먹고 있었다. 코끝으로 허기를 느끼면서 조심스레 낮은 계단을 이용해 발걸음을 옮긴다.

경내에 들어서자 대웅전이 화려한 모습을 보이며 자리하고 있었다. 보통의 전각규모에 멀리 보이는 불암산 바위능선을 배경삼아 우아하게 절 경내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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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 박민삼

대웅전(大雄殿)은 가람의 중심이 되는 전당으로 중심에 불상을 안지하는 수미단(須彌檀)과 신중(神衆)을 모시는 신중단, 영가(靈駕)를 모시는 영단을 두고 각 단마다 탱화를 모신다. 본존불 석가모니불에는 좌우에 협시불(脇侍佛)을 세우고,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세우기도하고,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를 세우기도 한다.

부처의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은 부처의 왼쪽에 여의주나 칼, 청련화(淸連花)를 들고 있거나 청사자를 탄 모습이다. 보현보살은 부처의 오른쪽에 연꽃을 들고 있거나 코끼리를 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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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의 단아한 전경 ⓒ 박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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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각 ⓒ 박민삼

대웅전을 빠져나와 경내 좌측으로 서너 걸음을 이어가자 범종각이 시야에 들어온다. 범종각(梵鐘閣)은 사찰에서 범종을 두는 당우(堂宇)로 범종을 달아놓은 전각을 말한다. 범종은 절에서 사람을 모이게 하거나 시각을 알리기 위하여 치는 종으로 범종의 신앙적인 의미는 종소리를 듣는 순간만이라도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데 있다.

한국종의 특징은 무엇보다 우아하고 안정된 외형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며 그 소리도 매우 은은하고 맑다. 마음까지도 경건해지고 평온을 되찾는 마음의 종소리다.

이곳 범종각 주변으로 현재 남아있는 당우(전각)로는 보광명전·제월루(霽月樓)·관음전·산신각·독성각·수성전(壽聖殿)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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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바람에 풍경소리가 청명하다 ⓒ 박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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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존마애불상 ⓒ 박민삼

선선한 가을 산바람을 맞으며 대웅전과 주변전각들의 단아한 모습을 감상한 뒤 대웅전 뒷계단을 이용해 멀리 사리탑이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선다. 사리탑 아래 우측으로 거대한 삼존마애불상이 산등성바위에 웅장하게 새겨져 버티고 있다. 마애불상 앞에는 소원성취를 염원하는 촛불들로 온통 짙은 향내음을 뿌리고 있었다.

현재 불암사 진신사리탑은 태정스님께서 1989년 태국에서 3과, 스리랑카에서 4과의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와 봉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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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봉안된 진신사리탑 ⓒ 박민삼

이밖에도 불암사에는 보물 제91호인 석씨원류응화사적경판(釋氏源流應化事蹟經板) 212매의 목판이 있는데, 이것은 1638년(인조 16) 왕명으로 역대 승려의 법통을 이어온 경전을 판각한 것으로 고창 선운사(禪雲寺)와 이 절에만 있는 귀중본이다. 이밖에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53호로 지정된 379매의 경판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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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불경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 박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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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에도 가을의 정취가 묻어난다. ⓒ 박민삼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발걸음을 옮긴 불암사. 둘러보는 내내 내자신의 고뇌와 번뇌를 씻고자 애썼지만 어디 오늘하루에 이 모든 것을 지울 수 있으랴. 깊은 가을로 빠져드는 가을산사를 내려오는 길목에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불경과 석가의 가르침이 유난히 귓가에 맴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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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그 길을 찾고...기록으로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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