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으로 뜬 '상하이방', 부동산으로 지다

[해외리포트] 중국 상하이 '부동산 불패' 신화 추락하나

등록 2006.10.09 14:17수정 2006.10.10 13:41
0
원고료로 응원
a 천량위 상하이 공산당 서기가 지난 2004년 1월 14일 상하이에서 한 회의에 참석중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천량위 상하이 공산당 서기가 지난 2004년 1월 14일 상하이에서 한 회의에 참석중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국경절 연휴(1~7일)로 간간히 폭죽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상하이 인근 공원과 유원지는 연휴를 즐기려는 가족단위 인파로 넘치고 있다.

하지만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측근이며 '상하이방'의 핵심인 천량위(陳良宇) 상하이시 공산당 서기가 지난달 말 사회보장기금 유용혐의로 물러나자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상하이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천 서기 퇴출후 며칠 지나지 않아 중국 중앙정부 국무원은 농지불법전용 실태조사를 이유로 8개 부처 합동조사단을 전국 11개성과 자치구, 직할시에 급파했다. 조사단은 지난 기간 중앙정부 부동산 조치 이행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또 이와는 별도로 중국 건설부는 상하이를 비롯한 부동산시장 과열도시 8곳에 조사반을 보내 부동산시장 현황, 거래상황, 개발업체 관리감독 등을 조사하고 있다.

상하이를 근거지로 중국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대표적 '상하이방'인 천 서기가 물러나자 상하이 부동산 경기 전반에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부동산 과열 억제정책 제동걸던 상하이방

중국 정부는 '부의 균등 배분,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정책노선으로 제시하며 최근 2년 동안 많은 경기과열 억제정책을 내놓았지만, 상하이방 등 성장정책 추진 인사들의 견제로 제대로 먹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정부는 2003년부터 번번이 부동산 과열 억제 정책을 여러번 내어 놓았지만, 별 효과도 없이 부동산 값만 계속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는 서민계층으로부터 원성을 샀다.


갈수록 도농격차, 빈부차가 더욱 벌어지고 부동산 개발로 인해 각종 민원이 제기되거나 일부 지방에서는 보상을 둘러싼 시위가 발생하는 등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정치적 부담감마저 가지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상하이 황제' 천 서기는 중앙정부의 경기과열 억제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상하이 개발정책을 이끌어나갔다.


a 조망권이 뛰어난 푸둥 황푸강변에 건설중인 고급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조망권이 좋은 일부 아파트는 2년 사이에 무려 200% 가까이 올랐다.

조망권이 뛰어난 푸둥 황푸강변에 건설중인 고급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조망권이 좋은 일부 아파트는 2년 사이에 무려 200% 가까이 올랐다. ⓒ 유창하

일부 고급 아파트 2년새 200% 오르기도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부동산 가격 상승은 엄청났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01년에서 2005년 사이 35% 상승하였고, 상하이는 67%나 올랐다.

하지만 실제 상하이 고급아파트 단지의 경우, 5년 사이 무려 200% 오른 지역이 많다. 외국인 거주 선호지역이나 전망이 좋은 황포강변 지역 부동산 상승폭은 2002년~ 2004년 2년 사이에만 200%가 오른 곳도 더러 있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2005년 3월과 4월 영업세 2.2% 인상, 양도세 부과 조치, 올해 6월과 8월 두 차례 대출금리 인상, 7월 외국인 투자규제 조치(외국인 실명제), 토지사용제도 정비, 소득세 강제징수, 서민주택공급 할당제 등 규제조치를 취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각종 부동산 규제조치는 심리적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를 주춤하게 했지만 여전히 신규분양가는 높아만 갔다. 신규 세금 정책은 오히려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가격을 올리는데 작용했다.

소형 평수 공급 정책은 오히려 고급주택 선호도를 높여 고급 부동산 위주 거래 움직임이 형성되었다. 건축 시공사들은 부동산 대리판매상과 자금을 대는 전주와 야합해 분양가만 올리면서 부동산 시장을 투기 시장으로 변질시켰다. 그리고 이른바 '치고 빠지기'를 거듭해 단기이익을 남기는 데 몰두했다.

그래서 상하이 곳곳에 미분양 부동산은 남아도는데도 분양가도 오르고 덩달아 전체 부동산가격은 계속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a 한국인 신흥 거주지역인 금수강남 4기 인근에 최근 들어선 한국인 경영 부동산중개소 모습.

한국인 신흥 거주지역인 금수강남 4기 인근에 최근 들어선 한국인 경영 부동산중개소 모습. ⓒ 유창하

개발붐으로 돈 번 한국인들 피해 가능성

상하이 소재 홍콩자본 외국브랜드매장 관리회사 책임자 이성기 총경리는 "13년 전 중국 경제성장을 주도하던 푸젠성(福建省) 샤먼(厦門) 일원에서 공산당 간부 100여명이 부패혐의로 퇴출된 적이 있다"며 "이번 천 서기의 퇴진도 같은 맥락에서 다른 도시에 비해 과도한 부동산 개발정책을 추진하는 상하이를 중앙정부의 통제에 놓으려는 시도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성기 총경리는 "상하이는 안정적인 성장 구축을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외국자본은 당분간 지켜보며 움직이지 않겠지만 곧 평온을 찾을 것"이라고 다소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개방개혁 조치 이후 고속성장 과정에서 중국사회의 심각한 빈부차가 야기되고 당 간부들이 부패해 서민들과 당원으로부터도 원성이 높아지자, 결과적으로 공산당의 존립기반 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제기돼 왔다.

이번 천 서기의 퇴출은 중앙정부의 부동산 억제 등 경기 과열 규제 정책을 따르지 않았던 지방 정부에 강력한 경고 메세지다. 그동안 지방 정부는 취약한 지방재원을 이유로 들어 개발 우선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 앞으로는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규제정책이 먹혀들게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중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던 상하이에서도 그동안의 성장개발 노선이 일정 정도 퇴조하고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사회보장, 균등발전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상하이에 불어닥친 부동산 개발붐에 편승해서 운 좋게 돈을 번 일부 한국인들이 이번 사태의 충격으로 큰 손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 상하이 푸둥금융개발구의 빌딩가 모습. 상하이 부동산시장은 주택 구입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구입, 상가 구입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각화 되었다.

상하이 푸둥금융개발구의 빌딩가 모습. 상하이 부동산시장은 주택 구입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구입, 상가 구입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각화 되었다. ⓒ 유창하


상하이방 퇴출, 후진타오의 권력장악 수순?

'상하이방(上海幇)'이란 용어는 80년대 들어 형성된 중국 공산당 내 상하이 출신들의 정치인맥을 일컫는 말이다. 상하이방은 정치이념을 추구하기 보다는 중국의 경제를 부흥시킨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마오쩌둥의 3번째 부인인 장칭과 왕홍원, 장춘차오, 야오원위안 등 문화혁명 4인방이 상하이방의 원조 격이다.

장칭을 필두로 한 문화혁명 4인방의 '마오쩌둥 권력계승 거사'는 덩샤오핑을 지지하는 군부 예젠잉에 의해 적발되어 실패하고, 1980년에 4인방 체포와 숙청으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사라진다.

그러다 상하이방의 좌장격인 전 국가주석 장쩌민의 등장으로 상하이 인맥은 중앙정치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다. 1989년 천안문 사태의 위기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덩샤오핑에 의해 비정치 노선을 걷던 상하이 출신 장쩌민이 중앙정치에 등용된 것이다.

이후 중앙정치에서 장쩌민과 상하이 인맥은 베이징 정치 세력의 견제를 받는다. 그렇지만 장쩌민에게 공개적으로 대들던 천시통 베이징 당서기가 1993년 미화 22억 달러를 받은 뇌물혐의로 16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퇴출되고 만다.

장쩌민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중앙정치 무대를 상하이방 인맥으로 채워 나갔다. 현 황쥐 부총리, 우방귀 전인대 상무위원장, 자칭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천량위 전 서기 등이 현재의 대표적 상하이방 인맥이다.

그러나 상하이방 집권 15년이 지난 후 2003년 10월 제16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덩사오핑의 추천과 장쩌민의 지원으로 안후이성 출신 후진타오가 순조롭게 국가주석을 승계한다.

이어서 후진타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2005년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도 선출되면서 국가 당총서기, 국가주석, 군사위 주석 등 중앙권력 모두를 장악하게 되고 장쩌민 필두의 상하이방 정치세력은 서서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4. 4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5. 5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