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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께서는 포항 공과대학교 인근의 성모병원 아래 언덕배기에 멋진 농장을 꾸며두셨습니다. 언덕 아래에는 샘물이 솟아나는 우물도 있고 물이 고여있는 작은 웅덩이도 있습니다. 그 웅덩이에는 미꾸라지를 키우기도 하시고, 때로는 새끼 오리나 병아리를 사다가 키우시기도 하십니다.
여기서 자란 닭이나 오리는 가끔씩 찾는 사위들에게 멋진 술안주로 제공되기도 합니다. 여기는 우리들이 처가를 갈 때면 꼭 잊지않고 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찾았을 때에는 닭 두 마리가 노닐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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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새 낳은 따끈따끈한 닭의 알 ⓒ 강재규
닭집을 들여다보았더니 금새 낳은 것으로 보이는 따끈따끈한 계란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닭의 눈치를 살피며 잽싸게 낚아챘습니다. 계란의 위와 아래에 구멍을 내어 후루룩 마셔버렸습니다. 고소했습니다. 옛날의 그맛 그대로였습니다. 나는 계란을 마신 것이 아니라 어릴적 추억을 마셨습니다.
닭은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모이를 쫒고 있었습니다. 그런 닭들에게 조금은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닭에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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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을 도둑맞은 줄도 모른 채 모이를 쪼는 닭들 ⓒ 강재규
"닭아, 미안해! 냉큼 너의 알을 내가 후루룩 마셔버렸어."
앞으로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생태주의적 삶을 장인어른께서 미리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지금 나의 머리속에는 거미줄처럼 삶의 계획들이 짜여지고 있는 중이랍니다.
닭장 옆 장인어른의 텃밭에서는 무와 배추들이 힘차게 자라고 있습니다. 웰빙이 따로 없습니다. 가을이 되면 장인어른의 무농약 무와 배추는 우리들의 겨울 김장 김치로 화려한 변신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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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차게 자라는 무와 배추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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