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기 맞은 남북 경협사업 어디로 가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전전긍긍'...금강산 관광은 일단 진행

등록 2006.10.09 17:53수정 2006.10.10 11:56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해 5월 26일 개성공단 신원 공장에서 북한 여성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6일 개성공단 신원 공장에서 북한 여성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9일 핵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개성공단 조성 등 남북경제협력 사업도 좌초 위기에 빠지게 됐다.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선 북한에 대한 각종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고, 정부도 경협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국내 기업들도 이날 긴급 회의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과 전문가들은 '공단 철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부터, 장기적으로 '사업 지속'이라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북경협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이날 예정된 금강산 관광 일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향후 남북관계에 따라 관광사업이 중단될 수도 있어 정부의 대응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개성입주 기업들, 핵실험 소식에 '전전긍긍'

현재 개성공단에는 15개 시범단지에 신원, 로만손, 태성산업 등 국내 중견기업들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북한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 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장호선 로만손 전무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전체의 30% 수준"이라며 "국내에 원자재 등을 조달하는 업체도 있고, 중국 등지에 생산공장이 있어 그쪽으로 (생산) 물량을 돌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성공단에서 생산 물량이 큰 회사들은 사정이 다르다.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태성산업은 전체 물량의 70~80%를 개성공단에서 만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개성쪽 물량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쪽으로 생산물량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면서 "향후 운영에 대해선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신원, 로만손, 태광산업 등 어느 정도 규모가 큰 업체들은 당장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큰 손실은 입지 않을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에서 경제협력 사업 손실보조제도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사업이 어려워질 경우 투자금액의 90%, 최고 50억원까지 은행으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핵실험에 따른 업체 보상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금강산 관광 축소 등 사업차질 불가피

a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중인 현대아산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중인 현대아산에도 비상이 걸렸다. ⓒ 오마이뉴스 이한기

개성공단 사업 부지 조성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중인 현대아산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아산은 이날 오전 핵실험 발표가 이어지자, 긴급 회의를 갖고 향후 남북 경협 사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기에 바뻤다.

이날 예정된 금강산 관광은 그대로 진행됐다. 권기섭 현대아산 차장은 "아침 8시10분과 오후 3시10분에 모두 1005명의 관광객이 금강산을 향해 떠났다"면서 "아직까지는 남과 북 어떤 곳으로부터 관광에 대한 별다른 통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핵실험 발표가 있은 후 6명이 관광 취소를 해왔다"면서 "이들 고객에게는 100% 환불을 하고 관광객의 신변에 이상 징후가 보일 경우 (관광객을) 즉시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아산쪽은 정부로부터 별다른 조치가 있지 않는 한, 관광 사업은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금강산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었고, 9월 들어서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한달동안 금강산을 다녀온 관광객은 모두 2만450명이다. 이는 8월 2만6399명보다 크게 줄어든 숫자다. 게다가 핵실험 발표로 금강산 관광사업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양문수 북한대학원 교수는 "이번 발표로 야당의 남북 경협에 대한 공세는 강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국내정치와 미국 등 국제정치의 역학관계 속에 어떤 정책적 판단을 내릴지에 따라 경협의 지속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이어 "정부 입장에선 개성공단 사업을 당장 중단하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일정 부분 속도조절이 진행될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 갈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10년 넘게 이어져온 남북경협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3. 3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4. 4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5. 5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