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제4차 6자회담 이레째인 2005년 9월 19일 낮 댜오위타이에서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성연재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목표를 포기하고 핵무장을 하는 것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은 것일까? 그리고 이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고, 이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은 정녕 우리의 손을 떠난 것일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의 뇌리에는 '반전(反轉)'의 실마리가 스쳐지나갔다. 물론 그 실마리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핵실험이 북미간의 대결에서 북한의 승리를 상징하고 결국 미국이 굴복할 것이라는 진단에 있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은 '억제력 확보'라는 1차적 목표와 함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명분만들기'도 깔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 즉,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이 된 이상,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도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대하고 6자회담도 군축회담이 되어야 한다며 6자회담 재개 의사를 피력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줄곧 "제재의 모자를 쓰고는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며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해왔고, 미국은 이를 번번이 일축해왔다. 동시에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얻을 것이 더 많다며, 6자회담을 하고 싶은 당사자는 바로 자신이라는 입장도 피력해왔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을 종합해볼 때, 제재의 모자를 벗지는 못했지만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이라는 새로운 모자는 쓰게 된 만큼, 6자회담 복귀를 전격적으로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금융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은 미국 주도의 압박에 굴복한 것 같은 모양새를 띄지만,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했다고 믿는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일 내에 6자회담 제안 성명 발표할 듯
필자의 '희망적 사고'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10월 3일 외무성 성명에서 핵실험 계획과 함께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조선반도에서 우리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이어지는 비핵화가 아니라 조미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든 핵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비핵화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원칙적립장에는 변함이 없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내용이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북한은 작년 3월 31일 성명에서도 이와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맥락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수일 내에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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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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