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다른 '노림수' 있다

[정욱식 칼럼] 6자회담 복귀 선언 가능성에 대해

등록 2006.10.10 09:43수정 2006.10.1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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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이 이루어진 북한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위치.
핵실험이 이루어진 북한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위치.오마이뉴스 고정미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초유의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북한의 '의도'이다.

근본적인 의문은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에 관한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북한이 생존의 핵심적인 목표로 삼아온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대한 절망의 표현이자, 미국의 적대정책에 맞선 '핵 억제력' 확보를 향한 강력한 의지의 표출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라는 대외정책의 최고 목표를 포기한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보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외교 카드로 핵실험? 북한 바보 아냐

지난 6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설이 모락모락 피어날 때, 그리고 북한이 10월 3일 성명을 통해 핵실험 계획을 발표했을 때,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은 '협상용'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필자는 북한이 점차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외교적 카드'에서 '군사적 억제력' 확보용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북한은 이미 많은 학습효과를 통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악의적인 무시'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외교적 카드'로서 핵·미사일 시위 강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한 분석이었다. 쉽게 말해 북한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 안팎에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한미·미일동맹도 재편되면서 북한이 느끼는 군사적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도 '억제력' 추구의 근거로 작용했을 것이다. 북한의 대외정책을 분석하고 전망하는데 북한을 둘러싼 군사안보 환경은 가장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과 정부 관료들은 종종 이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도저히 없어 보이는데, 이들을 모두 강행한 데에는 외교적 카드로서 효용은 없더라도 억제력을 확보해야 할 안보 우려는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핵실험은 6자회담 복귀 카드?

2단계 제4차 6자회담 이레째인 2005년 9월 19일 낮 댜오위타이에서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단계 제4차 6자회담 이레째인 2005년 9월 19일 낮 댜오위타이에서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성연재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목표를 포기하고 핵무장을 하는 것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은 것일까? 그리고 이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고, 이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은 정녕 우리의 손을 떠난 것일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의 뇌리에는 '반전(反轉)'의 실마리가 스쳐지나갔다. 물론 그 실마리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핵실험이 북미간의 대결에서 북한의 승리를 상징하고 결국 미국이 굴복할 것이라는 진단에 있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은 '억제력 확보'라는 1차적 목표와 함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명분만들기'도 깔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 즉,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이 된 이상,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도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대하고 6자회담도 군축회담이 되어야 한다며 6자회담 재개 의사를 피력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줄곧 "제재의 모자를 쓰고는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며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해왔고, 미국은 이를 번번이 일축해왔다. 동시에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얻을 것이 더 많다며, 6자회담을 하고 싶은 당사자는 바로 자신이라는 입장도 피력해왔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을 종합해볼 때, 제재의 모자를 벗지는 못했지만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이라는 새로운 모자는 쓰게 된 만큼, 6자회담 복귀를 전격적으로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금융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은 미국 주도의 압박에 굴복한 것 같은 모양새를 띄지만,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했다고 믿는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일 내에 6자회담 제안 성명 발표할 듯

필자의 '희망적 사고'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10월 3일 외무성 성명에서 핵실험 계획과 함께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조선반도에서 우리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이어지는 비핵화가 아니라 조미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든 핵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비핵화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원칙적립장에는 변함이 없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내용이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북한은 작년 3월 31일 성명에서도 이와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맥락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수일 내에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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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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