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정말 겁내는 것은 북 핵실험이 아니다

부시 "국가·비국가단체에 핵 이전하는 것은 심각한 위협"

등록 2006.10.10 09:23수정 2006.10.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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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자료사진).
부시 대통령(자료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조지 부시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각) "북한은 이란·시리아에 미사일 기술을 이전하는 등 전 세계에 미사일 기술을 주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북한이 국가나 비국가 단체에 핵무기나 물질을 이전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되며, 북한은 이런 행위의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TV로 생중계되는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미국은 외교적 해법 약속을 계속 지킬 것이며, 우리 자신과 국익을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으로 볼 때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그 자체보다는 핵무기·핵물질 또는 기술을 제3국이나 테러단체에 넘겨주는 것을 더 걱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주장은 그 자체로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며 "미국은 이런 도발적 행위를 규탄하며, 북한은 다시 한번 국제사회의 의지를 무시했고 국제사회는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한국·러시아·일본 지도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유엔 안보리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억악받고 가난에 빠진 북한 주민들은 더 나은 미래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핵물질은 협상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테러단체에 들어가면?

이날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동시에 핵물질 이전에 대해 "이 결과에 북한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한 말은 주목된다. 미 행정부가 내부적으로 설정하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이른바 '금지선'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지선'이란 미국이 유엔 결의 등 국제사회와의 협의없이 단독으로 군사적 공격을 포함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선을 의미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량살상무기의 생산 그 자체보다는 이를 제3국이나 테러단체에 이전하는 것이 금지선일 것으로 생각해왔다.

미 행정부가 금지선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를 명확히 밝히면 북한·이란 등이 되레 이를 역이용해 미국으로부터 공격받지 않을 한도까지는 마음대로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핵물질이 다른 나라나 비국가 단체에 이전되는 것을 두려워한 것은 결국 테러와의 전쟁에서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이지만 어떤 나라가 핵개발을 해도 협상을 통해서 한정적으로라도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교섭 통로 자체가 없는 나라(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이 한 예)나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단체에 핵무기가 들어가면 아예 협상 자체를 할 수 없고 미국의 전 국토는 언제든 핵공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부시의 '외교적 해법'은 비군사적 봉새

핵물질 이전에 대한 강력한 경고는 미국의 북핵실험에 대해 취할 조치의 내용을 짐작하게 해준다. 현실적으로 군사적 공격이 힘든 이상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 봉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안의 내용을 제출했다. 이 속에는 북한을 출입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검색·군사적 물품의 무역 금지·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해외자산의 동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제3국이나 테러단체에 대한 핵물질 이전에 대한 경고는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를 강화하는 근거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외교적 해법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의 외교적 해법이란 북한과의 협상이 아니라 PSI 등 비군사적 방법에 의한 북한 봉쇄를 말할 가능성이 높다.

미 민주당 "부시의 강경정책 충격적으로 실패"

한편, 한국 안에서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는 보수진영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미 민주당은 정반대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완전 실패했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미국판 '남남갈등'이 내달 7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더 거세졌다.

지난 2004년 대선 때 미 민주당 후보로 나왔던 존 케리 상원의원은 "부시의 정책은 충격적으로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 어떤 대량살상무기도 없던 이라크에서 우리가 수렁에 빠져있는 동안 한 미치광이는 궁극적인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해리 라이드 상원의원은 "지난 몇년간 부시 행정부는 점증하는 북한의 도전을 부인해왔다"며 "우리는 북한의 핵능력 증강을 막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부시는 이라크 문제에 매달리면서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소속의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은 "몇몇 민주당 인사들은 듣기바란다, 당신들은 적이 김정일이 아니라 조지 부시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맞비난했다.

한편 농축우라늄에 의한 핵프로그램을 추진해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한 이란은 국영라디오 방송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고 미국 정부를 비난했다.

라디오 방송은 논평을 통해 "미국은 북한에 가해온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외교적 압력을 증가시켰다"면서 "그런 압력이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핵실험을 실시토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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