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존재 이유 사라졌다"

김성호 전 의원 '탈당신고서' 발표... 정당 정체성 상실 비판

등록 2006.10.10 12:00수정 2006.10.1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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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성호 열린우리당 전 의원

김성호 열린우리당 전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지자를 배신하고 국민을 속이는 정치에는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그 길이 설령 홀로 가야하는 외롭고 힘든 길일지라도, 기꺼이 그 고독의 길을 가겠습니다."

김성호 열린우리당 전 의원은 10일 "내가 가는 길과 당이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에 떠나려 한다"며 이같이 탈당의 변(辯)을 남겼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이른바 '탈당신고서'라는 형식의 글에서 "철학과 이념, 정책과 노선에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가는 길과 제가 가고자하는 길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 명확해졌다"며 "그래서 지난 9월 4일 열린우리당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 형식 등을 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길이 다르면 '조용히 그리고 깨끗이' 떠나는 것이 창당과정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또 다른 피해자임에 분명한 당원들에 대한 정치적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세상을 바꾸자'며 거리로 나섰던 젊은 청춘들의 열정과 회한이 담겨있는 정부"라고 규정했다.

2004년 4·15 총선에 대해서도 "개혁의회를 구성한 선거이자 탄핵 위기에 처한 대통령을 민심의 힘으로 구해낸 선거"라고 평가했다. 그야말로 국민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해 준 선거라는 것.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은 얼마 못가 허탈감으로 바뀌고 말았다"며 "노 대통령과 당은 자신들의 노선을 '좌파 신자유주의'와 '친미자주' '실용주의'로 가볍게 정리하고 급격히 보수우경화하면서 총선 민의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소동은 지지자 모욕주기의 극치"라며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정책상 별 차이가 없다'며 스스로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지지자를 모독했다. '권력을 통째로 넘기겠다'며 국민주권을 우롱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그런데도 당은 아무런 비판 없이 이를 당론으로 추인했다"며 "이는 자신들이 이념도 철학도 없이 오직 권력만을 쫓는 기회주의 집단이자 정체성을 상실한 잡탕정당임을 스스로 천명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은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단 한번도 당의 주인인 당원들에게 의사를 묻지 않았다"면서 "민주정치의 핵심은 선거를 통한 국민의 정치참여와 선출된 대표자들의 책임정치 그리고 이를 매개하는 민주정당이다. 따라서 자신들을 뽑아준 지지자를 철저히 배신하면서 국민을 속이는 이런 무책임한 정치행태는 그 자체가 바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말장난에 불과한 '좌파 신자유주의'와 '실용주의'가 실제로는 '재벌과 부유층'을 위한 '우파 친재벌' 노선일 뿐"이라며 "실제로는 자신들을 뽑아준 서민과 중산층을 배신하는 정책을 펴면서도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기 위해 '좌파'니 '실용'이니 하는 정치적 수사를 동원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 구체적인 사례로 김 전 의원은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반대했던 법인세 인하를 단행한 것과 특정재벌 봐주기라는 여론의 비판을 무시한 금산법 개정안, X파일 사건 등을 꼽았다.

그는 "친재벌 신자유주의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젊은이"라면서 "새로운 세상이 올 걸이라는 믿음 속에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켰던 젊은이들은 지금 사상최악의 청년실업율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의 탈당신고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역시 햇볕정책과 한·미관계 부분이었다.

결국 이에 대한 불만이 탈당으로 이어졌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김 전 의원은 "노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계승 발전과 대등한 한미관계'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남북관계만 잘 되면 나머지는 깽판 쳐도 된다' '반미 좀 하면 어떠냐?'며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것도 대통령 자신이었다"고 상기시킨 후 "그러나 취임 직후 대북송금특검을 강행했다. 특검 수용은 햇볕정책의 근간을 훼손하고 6·15 공동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려는 냉전세력의 요구에 화답하는 것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몽헌 회장의 증언으로 현대그룹의 대북송금과 정상회담 사이에 대가성이 없음이 분명해지자, 대북송금사건은 박지원 전 비서실장의 150억원 뇌물수수사건으로 둔갑했고, 그마저도 최근 대법원이 뇌물수수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함으로써 대북송금특검은 민주평화세력에게 깊은 상처만을 안겨 준 '선무당의 칼춤'으로 끝났다"고 비꼬았다.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김 전 의원은 "국민여론을 무시한 독단적인 결정과 '친미굴종외교'로 국익을 침해하면서도 '친미자주'라는 허황된 말로 노 대통령의 실패를 합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세계적인 반전평화여론을 무시하고 미국의 불법적이고 야만적인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참한 것이나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FTA가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라며, "최근 '자주 국방'으로 포장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전시작통권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시작통권환수문제와 관련 "전시작통권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우리 정부가 가져야 할 권리"라며 "따라서 그 어떤 조건과 연계하거나 대가를 지불함이 없이 무조건 환수하는 경우에 비로소 '자주'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작권은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지금 대통령은 입으로는 '자주'를 외치면서 뒤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천문학적인 군비증강에 나서는 등 철저히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또 "전략적 유연성이란 한국방위에 국한돼 있던 주한미군의 역할을 유사시 중국봉쇄와 동아시아 분쟁개입으로 확대, 변경하는 것이다. 이 경우 만약 미·중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발생할 경우 자칫 한반도가 '외세의 대리 전쟁터'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와 국회 동의를 거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김 전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특히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을 북핵문제와 연계하고 이에 대해 한·미 정부가 긴밀히 공조한다'는 내용으로 노대통령과 부시 미대통령이 합의한 일에 대해 "이같은 합의는 햇볕정책의 기본정신을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 있어 미국의 내정간섭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남북관계는 민족내부의 문제로서 당사자인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면 되는 일이지 미국이 개입할 성질이 아니다. 민족자주와 자존의 영역인 남북관계에 미국의 개입을 허용한 것은 말이 좋아 '공조'이지 사실상 외교주권 포기이며 반민족적 행위에 다름 아닌 일"이라며 "오늘날 북핵 문제가 난마처럼 얽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단 상황에서 민족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동적인 정치군사적 문제와 별개로 경제협력과 문화교류를 꾸준히 병행 추진해야 한다"며 "이와 같은 정경분리원칙이 바로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햇볕정책의 기본정신이며, 이와는 반대로 경제협력과 문화교류를 정치군사문제와 연계하자는 것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기계적 상호주의'였다"면서 "북한미사일 문제와 연계하여 인도적 지원을 중단한 것은 곧 노무현 정부가 햇볕정책을 폐기하고 이회창 전 총재의 '기계적 상호주의'를 택한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 중단은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밝힘으로써 햇볕정책의 폐기를 공식적으로 뒷받침 했다는 게 김 전 의원의 견해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이날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노무현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은 대북제재 동참이 아니라 미국에 대해 대북제재 중단과 북미 간 직접대화를 촉구하는 일이었으며,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일이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북 식량지원은 전 세계가 정치나 이념을 떠나 인류애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기아에 시달리는 북한주민에 대한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햇볕정책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동포애마저도 포기한 것이다. 남한의 쌀 지원중단은 결국 북한의 이산가족상봉 중단 조처로 이어져 최소한의 인도적 교류마저도 중단되고 말았다"며 "노무현 정부는 이제 따뜻한 '인간의 얼굴'이 아니라 그때그때 여론에 따라 흔들거리며 오직 권력유지에만 골몰하는 '마키아벨리의 얼굴'로 전락했다. 그래서 저는 더 이상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귀국 즉시 탈당절차를 밟아야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햇볕정책의 포기로 북한 핵실험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이제 미국에 대해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완전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정신으로 되돌아올 것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역설적이게도 지금이야말로 햇볕정책, 즉 대북 포용정책의 전면적 복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리 정부가 한반도문제의 남북당사자 원칙에 따라 주도적으로 북한과 미국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전 의원은 "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민주당의 기본정책과 민주개혁노선은 계승하되, 부패를 청산하고 정당을 현대화하여 새롭고 깨끗한 정치를 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었고, 저 역시 그런 시대적 가치에 동의해 창당에 참여했던 것"이라면서 "지금도 그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며 당시 저의 정치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으신다면 흔쾌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창당정신을 망각하고 정체성을 상실한 채 이권연합체로 전락한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중도개혁정당이 아니며 민주평화세력은 더더욱 아니다"며 "깨끗하게 해산하는 것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지지해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열린우리당은 국민적 지지도가 낮기 때문이 아니라,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존재이유가 사라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시민일보(www.siminilbo.co.kr) 10월 11일자에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시민일보(www.siminilbo.co.kr) 10월 11일자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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