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교와 서해대교, 시속 30km의 차이

서해대교 참사를 보며 미국 금문교의 거북이 운행을 떠올리다

등록 2006.10.10 17:29수정 2006.10.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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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의 모습. 지리적 특성상 아침이면 항상 안개가 자욱하게 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의 모습. 지리적 특성상 아침이면 항상 안개가 자욱하게 낀다. ⓒ 김귀현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는 미국 최고의 관광도시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많은 관광지 중에서 금문교(Golden Gate Bridge)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기자가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 때, 금문교를 차로 달린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차가운 캘리포니아 해류와 따뜻한 열대성 난류가 만나는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로, 온습한 공기가 냉각되면서 생기는 안개가 매우 자주 발생한다. 금문교는 바다 위에 세워졌기에 안개가 더 잦다.

다리에 진입하자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앞차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속도를 15마일도 안 되게 줄였다. 시속 25km 남짓한 속도이다. 거의 기어간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천천히 갔다. 약 3km되는 금문교를 통과하는데 거의 10분의 시간이 걸렸다. 금문교를 통과하는 긴(?) 시간 동안 한국 서해대교에서의 아찔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공포의 서해대교, 그곳에서의 아찔한 순간들

2001년도에 충남 서산에서 아르바이트로 파견 근무를 한 적이 있다. 본사는 서울에 있어서 거의 매일 같이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에 가곤 했는데, 항상 가는 길이라도 주위를 기울여야 하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서해대교이다.

아침에는 거의 항상 해무(海霧)라 불리우는 안개가 끼어있고, 곧 뻗은 직선 도로라 교량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차들이 과속을 한다. 또한 바다 위의 교량이라 바다 바람이 상당하다. 핸들을 잡은 손까지 떨릴 정도이다.

이런 이유로 서해대교를 통과 할 때면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운전이라는 것이 자기만 조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사고를 직접 겪은 적은 없었지만, 적지 않은 사고의 위기가 찾아왔고 많은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던 날에는 약 8km의 서해대교를 건너는 동안 초입에서, 그리고 다리 끝에서 무려 두건의 사고를 동시간에 목격했다. 또한 앞차가 흔들리는 바람에 내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어 급브레이크를 밟은 적도 있었다. 또한 교량 위 차로변경이 금지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속력을 내기 좋은 직선도로라 수많은 차들이 ‘좌우 운동’을 반복한다.


맑은 날에도 사고의 위험을 느낀 건 마찬가지이다. 서해대교에서 바다를 보려고 갑자기 속도를 줄이거나, 시선을 돌린 채 부주의하게 운전하고, 아예 갓길에 차를 세우는 경우도 많아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도 서해대교는 2000년 개통 이후 많은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안개이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 비상등을 켜지 않아 불현듯 앞에 등장하는 차들 때문에 안개가 끼면 규정 속도인 55km도 너무 빨라, 이내 속도를 더 줄이곤 했다. 언젠가는 서해대교에서 큰 사고가 한번 날 것만 같았다.


서해대교 참사, 그 원인은 운전자들의 ‘부주의’

a 지난 3일 11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던 서해대교 전경.

지난 3일 11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던 서해대교 전경. ⓒ 한국도로공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우려하던 대형사고가 서해대교에서 발생했다. 3일 오전 7시50분쯤 서해대교 상행선에서 29중 연쇄추돌사고가 발생해 11명이 사망하고 57명 부상이 부상을 입어 연휴를 앞둔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고의 원인은 바로 안개였다. 엄밀히 따지면 안개 발생 시 운전자들의 부주의한 운전 때문이었다. 가시거리가 100m도 안 되는 상황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고속 주행하던 25톤트럭이 갑자기 속도를 줄인 1톤트럭과 추돌한 것이 이 사고의 시발점이었다. 이후 미처 사고 현장을 보지 못했던 차들이 연쇄 추돌하며 사고는 더욱 커졌다.

사고의 현장을 보면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지독했던 서행 운전이 떠올랐다. 아무리 안개발생시 규정 속도인 시속 55km로 달렸다 해도 이는 정말 빠른 속도이다. 하지만 시속 25km면 주행 중 사고가 나더라도 접촉사고 정도의 가벼운 사고만 났을 것이다.

문득 시속 30km의 차이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서해대교는 잦은 안개, 강한 바람 등 운전을 하기에는 안 좋은 여건이다. 하지만 쭉 뻗은 3차선 직선 도로라는 이유로 차들이 다리에 진입하자마자 더 과속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또 사고가 나지 않으란 법은 없다. 이에 몇 가지 서해대교 운행시 안전 수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안전거리 확보와 감속 운전이 기본이다. 안개 발생시 가시거리가 100m 이상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보통 100m의 차량거리를 권장하는데, 무조건 앞 차의 흔적도 안 보일 정도로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55km라는 속도도 빠르다. 30km 이하의 속도로 주행할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뒷차를 위해 비상등을 켜고 주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브레이크등보다 비상등을 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붉은색보다 황색이 더 투과율이 좋아 멀리서도 잘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라이트를 켜면 빛이 분산되어 앞이 안 보이기 때문에, 안개등만 켜고, 안개등이 없을 경우에는 미등만 켜고 주행한다.

또한 바람이 심한 서해대교에서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운전대를 확실히 두 손으로 잘 잡아주어야 한다. 한 손으로 잡거나 살짝 잡으면 옆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간혹 바람이 아주 센 경우는 핸들은 꽉 잡아도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내 몸에서 핸들을 밀어낸다고 생각하고 핸들을 잡으면 한결 수월하게 주행할 수 있다. 또한 절대로 차선 변경을 하지 않아야 한다. 교량 위는 원칙적으로 차선변경이 금지되어 있으며, 바람 때문에 생각지도 않은 ‘두 차선 건너뛰기’ 시범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운전을 할 일이 생겼다. 갈 때는 시간이 없어, 급한 마음에 시속 130~14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다른 차들을 추월해가며 그야말로 질주를 했고, 올 때는 시속 100km로 안전운행 하면서 왔다. 하지만 질주와 안전운행의 차이는 단 30분. 우리나라는 좁기 때문에 끝에서 끝까지 아무리 빨리 달려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30분 빨리 가려다 30년 먼저 간다’라는 옛 표어가 생각난다. 요즘에는 평균 수명도 길어져서, 30년이 아닌 50년 혹은 60년 먼저갈 수도 있다. 속도를 줄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은 물론 자신의 가족과 타인의 안전까지 지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감속 운전이다.

대한민국의 운전자들. 밟고 싶을 때 딱 시속 30km만 줄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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