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북 군사제재, 상상할 수도 없는 일"

등록 2006.10.10 17:26수정 2006.10.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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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북핵6자회담 사흘째인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이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가 의장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제5차 북핵6자회담 사흘째인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이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가 의장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옥현

[기사보강 : 10일 오후 6시 25분]

중국 외교부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군사행동을 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10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어떤 군사행동도 인정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군사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군사제재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류 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이 의심할 여지없이 중·조(북한)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왔다"면서도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정책에 따라 북한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류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 안정 유지 ▲6자회담 복원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이는 문제의 출발점이자 귀착점이며, 우리의 목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류 대변인은 "이 세 가지 중요한 원칙을 바탕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제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에너지와 식량 지원 중단과 같은 조치가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을 피했다.

"나쁜 행동" "제멋대로"... 이례적 강경발언했으나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중국은 강력하게 경고해왔다.

왕광야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5일 "북한은 핵실험을 할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나쁜 행동(핵실험)을 한다면 누구도 그들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나쁜 행동'이라는 말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행동을 지칭할 때 썼던 말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9일 북한에 대해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게 될 행동을 하지 말라"고 공개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비난했다. '제멋대로'란 표현은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이었다.

미국이 제출한 유엔 결의안 초안에는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유엔 헌장 7조가 원용되어 있는데 여기에 중국이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은 지난 7월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도 원자바오 총리가 직접나서서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말을 듣지 않아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 강행도 마찬가지여서 중국 지도부가 대단히 분노하고 있으며 김정일 정권을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다.

중국없이는 미국의 북한 공격 어려워

지난해 10월 2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는 모습.
지난해 10월 2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는 모습.AP/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은 일단 이같은 관측을 부정하는 것이다.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는 같은 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핵확산 방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단 중국이 바라는 것은 북한을 죽을 지경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조장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때문에 북한 공격에 동원할 병력이 거의 없다. 여기에 중국이 군사 행동에 반대한다면 사실상 미국의 북한 공격은 힘들다.

결국 이같은 상황에서는 미국은 유엔 결의를 통한 대북 경제 제재와 봉쇄에 주력할 것이다. 중국도 이에 일정 한도 안에서 동참할 가능성은 있다. 지난 2003년 3월 중국은 북한의 4자회담 참가를 압박하기 위해 대북 송유관을 3일간 끊은 적이 있다.

류 대변인이 10일 기자회견에서 에너지와 식량 지원 중단과 같은 조치가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한 것도 이를 시사한다.

그러나 미국이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에 따라 북한 해역에 대한 전면적인 봉쇄를 구상한다면 이에 중국이 찬성할 가능성은 적다. 북한은 이 정도 봉쇄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닝푸쿠이 "중국은 북한이 죽기를 바라는 것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초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이후 핵실험 가능성을 감지하고 북한에 대해 여러차례 만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는 10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 "핵 실험은 국제사회의 흐름에 반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만류했다"고 말했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닝 대사는 또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지만, 냉정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하고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과격한 조치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지나친 대북 강경기조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닝 대사는 이어 "한반도 비핵화와 핵확산 방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확고하다"면서 "다만 중국이 바라는 것은 북한을 죽을 지경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조장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재섭 대표는 "북한이 계속해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두 번 다시 (핵실험을) 하지 못하게 국제공조를 철저히 해서 막아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당근 뿐 아니라 채찍도 필요하며, 중국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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