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생오지' 에서 작가 문순태를 만나다

무등산 뒷자락 쌩오지에 '문학의 집'이 들어서다

등록 2006.10.10 20:14수정 2006.10.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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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문순태씨를 만나다

광주호를 지나 소쇄원을 거쳐서 유둔재를 넘어가면 담양군 남면 만월리 용연마을이라는 산골 마을이 있다. 큰길가에 '용연문예마을'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하얀 지붕으로 된 카페 같은 집이 한 채 눈에 띈다. 그곳이 바로 지난 8월 정년퇴직한 문순태 전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새로 마련한 집필실이자 시 낭송과 작가와의 만남을 여는 장소인 '문학의 집 - 생오지'다.

'문학의 집 생오지' 로 올라가는 시골길

작가 문순태씨는 지난 8월 그동안 근무했던 광주대학교를 떠나 조용히 이 마을에 정착했다.고향은 그가 호로 사용하고 있기도 한 아랫마을인 '구산' 마을이다. 그는 1941년생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이곳을 떠나 광주에서 살다가 55년 만에 귀향했다.

문학의 집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소쿠리 속 같이 한갓진 마을이다.

문학의 집은 산속으로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한다. 말 그대로 가게도 없고 문화혜택이라곤 거의 없는 산골마을이다.

'문학의 집 생오지'가 있는 마을 풍경

앞도 뒤도 산으로 둘러싸인 생오지 마을이다. 나락이 익어가는 마을에서 작가는 동네사람들과도 소통하고 산책을 하기도 한다.

입구에 걸어둔 '문학의 집 생오지'

작가의 의도대로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간판이다. 그는 개인 창작의 공간 뿐 아니라 누구나 찾아와 자연을 즐기고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작가 문순태씨

추석 연휴이던 지난 8일, 손주들이 와서 마당에 씨앗을 심느라 분주한 가운데 작가를 만났다. 그는 여지없는 시골 할아버지이기도 했다.

문순태씨는 1974년 한국문학 신인상에서 소설 <백제의 미소>가 당선돼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달궁>, <고향으로 가는 바람>, <징소리>, <철쭉제>, <시간의 샘물>, <된장>, <울타리>, <41년생 소년>, 장편집으로 <타오르는 강>, <그들의 새벽>, <정읍사>가 있다.

문씨는 고향에 돌아와 해야 할 일이 있단다. 그것은 장편 소설 <타오르는 강>(1~7권으로 1989년에 창비에서 출간)을 10권으로 마무리 짓는 일이다. 민초들의 질긴 생명력을 그린 이 작품을 완간하기 위해 답사와 취재를 더 세밀하게 할 생각이라고 한다.

매월 1회씩 열 예정인 시 낭송회와 작가와의 만남을 설명하고 있는 문순태씨

지난 9월 8일에는 개관 기념으로 소설가 한승원님의 '원효를 말한다'라는 기념강의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가 만든 열린 공간에서 만나게 될 작가가 기대된다.

문순태씨가 소장한 책 6000여권이 꽂혀 있는 문학의 집 내부 모습

문씨는 그 동안 애지중지했던 책들을 문학의 집 내부에 책꽂이를 마련해 꽂아두었다. 책들은 가난했던 시절 그의 유일한 자존심이기도 했다.

작가 지망생들이나 시민 누구나 찾아와 애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한다. 문씨는 오전에는 책을 읽고 집필을 하며 개인시간을 확보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방문하려면 오후에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시 낭송과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만든 공간

'문학의 집 생오지' 외관

문씨는 고 3때 부모님을 졸라 세계문학전집 한질을 사주면 의대에 가겠다고 생떼를 쓰다시피하여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을 손에 넣었다. 그는 이 책을 다 읽고 철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이 책들을 '생오지' 책장에 꽂아두고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느긋하게 차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는 것이 오지게 좋다고 한다.

문순태씨가 다녔던 남면초등학교 인암분교장

어린이들이 구산리에서 분교까지 걸어 다니기엔 상당한 거리다. 문학의 싹이 움튼 그의 고향 마을과 모교 가까이로 귀향한 그는 평온해 보였다. 문학의 집이 창작의 산실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이번에 아홉번째 소설집 <울타리>로 '요산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축하드린다.

생오지에 와서

문순태

오랜 세월 먼길 돌고 돌아
헐 벗은 마음 여미고 나 여기 왔다
열두살에 유둔재 넘었으니
몇 해 만인가
이제야 귀천의 길 찾았구나
무등산 새끼 발가락 언저리
깊고 푸른 품에 꼭 안겼으니
고단한 나 살만한 곳 아닌가
나무들과 함께 깨어나고
풀 잎 속에 은둔하듯 누워서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다가
흔들리다가 잠들고 싶은 곳
이제 여기서
강물 타오를 때까지
유년의 나를 기다리겠네

덧붙이는 글 | * '문학의 집 생오지' 찾아가는 길은 광주호- 소쇄원- 남면 소재지- 유둔재- 인암분교- '남도마당'에서 우회전해서 1km 정도 골짜기로 들어간다.

주소는 전남 담양군 남면 만월리 용연2구 114번지
전화는 061-381-2405
이메일은 moonsoontae@hanmail.net

덧붙이는 글 * '문학의 집 생오지' 찾아가는 길은 광주호- 소쇄원- 남면 소재지- 유둔재- 인암분교- '남도마당'에서 우회전해서 1km 정도 골짜기로 들어간다.

주소는 전남 담양군 남면 만월리 용연2구 114번지
전화는 061-381-2405
이메일은 moonsoont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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