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에 바라본 북한 영변 핵 시설단지.2003 몬테레리 연구소
한국지질자원연구소는 10일 북한의 이번 핵실험으로 발생한 진도가 3.9라고 발표했다. 전날 3.58에서 수정한 수치다. 이 연구소는 핵실험이라면 0.4~0.8㏏(TNT 400~800t)의 위력으로 봤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핵실험 때는 진도 4.5~6이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진도는 너무 작다.
11일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들은 북한의 핵실험 규모가 재래식 폭약을 터뜨렸을 때와 비슷한 0.2㏏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추론이 나오고 있다. 일단 조기 폭발 가능성이다. 기폭장치의 결함 또는 성능이 떨어져 충분한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미리 터졌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핵실험이 부분적 성공 또는 실패했다는 의미다.
미 언론들은 북한이 9일 핵실험을 하기 직전 중국에 4㏏규모의 핵폭탄을 터뜨릴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크게 실패했다. 1945년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가장 초기형의 플루토늄 원폭도 21㏏이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핵무기 위력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핵폭탄을 완충물로 감싸 의도적으로 진도를 줄였을 수도 있다. 지하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주변이 암석인지 공간이 더 있는지 등에 따라 멀리에서 감지되는 진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북한이 TNT나 다이나마이트 등 재래식 폭약을 터뜨리고 핵실험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10일 "최소한 기술적인 면에서는 러시아가 폭발 장소로부터 가까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북한의 핵실험 폭발 규모는 5~15kt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9번째 핵보유국이 됐지만 국제사회는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핵 강대국인데다 지리적으로도 핵실험 장소에서 남한보다 더 가까워 이같은 주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함몰된 지형이 없다] 움푹꺼진 땅은 어디에
북한 핵실험 장소로 추정되는 함경북도 김책시 상평리 등 몇몇 지역에 땅이 움푹 꺼지는 등 지형 변화가 아직 관측되지 않고 있다. 500㎞ 상공에서 지상 12㎝ 크기의 물체를 식별하는 미국의 KH-12 정찰위성 등으로 촬영했으나 지형 변화는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금까지 한미 양국 정부가 지목한 핵실험 지역은 추정일 뿐이다. 북한이 다른 지역에서 핵실험을 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방사능 물질이 없다] 제논·크립톤85 등 나와야
아직까지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고있는 점도 의문거리다. 핵실험을 하면 제논·크립톤85 등의 방사능 물질이 방출된다. 그러나 한국·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그 어느 나라도 아직 감지하지 못했다. 만약 며칠이 지나도록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북한 핵실험은 상당히 의심받게 될 것이다.
[결과 발표가 너무 빠르다] 1시간 13분만에 성공 확인?
북한이 인공 지진파는 9일 오전 10시 35분 포착됐다. 북한은 오전 11시48분 핵실험 성공을 발표했다. 불과 1시간 13분만에 발표가 이뤄졌다. 이 짧은 시간동안 핵실험 성공 여부와 주변 환경 오염 여부 확인, 상급기관의 검토 및 승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 언론 발표문 내용 확정 등을 다 마쳤다고 보기는 힘들다.
발표문은 실험 결과와 상관없이 미리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만약 북한이 핵실험에 실패했다면 아예 언론 발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3일 북한은 일반 주민들에게도 핵실험을 예고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설사 핵실험이 실패했더라도 무조건 성공으로 발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