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진짜로 한 거 맞아?

방사능 물질·지형 변화 등 핵실험의 결정적 증거가 없다

등록 2006.10.11 12:29수정 2006.10.1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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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9일 핵실험 성공을 발표한지 이틀이 지나면서 과연 이게 진짜인지 아니면 부분적 성공(또는 실패)인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핵실험을 했다고 단정할 만한 결정적 증거들이 확보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북한이 재래식 폭약을 터뜨리고 핵실험으로 가장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북한산 인공위성, 미사일의 실패... 이번에도 혹시?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핵 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실험의 실패 가능성을 내놓는 점이다.

이는 물론 북한 핵실험 성공이 완전 사실로 판정될 경우 부시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을 추방한 지 2년만에 모든 것을 실제로 해냈다고 믿을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북한 역시 실패를 성공으로 가장한 경우가 많다. 지난 1998년 북한은 인공위성 광명성을 쏘아올렸다고 주장했으나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북한산 위성은 없다. 또 지난 7월 북한은 대포동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2㎞도 날지 못하고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도가 너무 작다] 조기 폭발·재래식 폭약 가능성도


위성에 바라본 북한 영변 핵 시설단지.
위성에 바라본 북한 영변 핵 시설단지.2003 몬테레리 연구소
한국지질자원연구소는 10일 북한의 이번 핵실험으로 발생한 진도가 3.9라고 발표했다. 전날 3.58에서 수정한 수치다. 이 연구소는 핵실험이라면 0.4~0.8㏏(TNT 400~800t)의 위력으로 봤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핵실험 때는 진도 4.5~6이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진도는 너무 작다.


11일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들은 북한의 핵실험 규모가 재래식 폭약을 터뜨렸을 때와 비슷한 0.2㏏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추론이 나오고 있다. 일단 조기 폭발 가능성이다. 기폭장치의 결함 또는 성능이 떨어져 충분한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미리 터졌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핵실험이 부분적 성공 또는 실패했다는 의미다.

미 언론들은 북한이 9일 핵실험을 하기 직전 중국에 4㏏규모의 핵폭탄을 터뜨릴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크게 실패했다. 1945년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가장 초기형의 플루토늄 원폭도 21㏏이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핵무기 위력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핵폭탄을 완충물로 감싸 의도적으로 진도를 줄였을 수도 있다. 지하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주변이 암석인지 공간이 더 있는지 등에 따라 멀리에서 감지되는 진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북한이 TNT나 다이나마이트 등 재래식 폭약을 터뜨리고 핵실험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10일 "최소한 기술적인 면에서는 러시아가 폭발 장소로부터 가까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북한의 핵실험 폭발 규모는 5~15kt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9번째 핵보유국이 됐지만 국제사회는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핵 강대국인데다 지리적으로도 핵실험 장소에서 남한보다 더 가까워 이같은 주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함몰된 지형이 없다] 움푹꺼진 땅은 어디에

북한 핵실험 장소로 추정되는 함경북도 김책시 상평리 등 몇몇 지역에 땅이 움푹 꺼지는 등 지형 변화가 아직 관측되지 않고 있다. 500㎞ 상공에서 지상 12㎝ 크기의 물체를 식별하는 미국의 KH-12 정찰위성 등으로 촬영했으나 지형 변화는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금까지 한미 양국 정부가 지목한 핵실험 지역은 추정일 뿐이다. 북한이 다른 지역에서 핵실험을 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방사능 물질이 없다] 제논·크립톤85 등 나와야

아직까지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고있는 점도 의문거리다. 핵실험을 하면 제논·크립톤85 등의 방사능 물질이 방출된다. 그러나 한국·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그 어느 나라도 아직 감지하지 못했다. 만약 며칠이 지나도록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북한 핵실험은 상당히 의심받게 될 것이다.

[결과 발표가 너무 빠르다] 1시간 13분만에 성공 확인?

북한이 인공 지진파는 9일 오전 10시 35분 포착됐다. 북한은 오전 11시48분 핵실험 성공을 발표했다. 불과 1시간 13분만에 발표가 이뤄졌다. 이 짧은 시간동안 핵실험 성공 여부와 주변 환경 오염 여부 확인, 상급기관의 검토 및 승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 언론 발표문 내용 확정 등을 다 마쳤다고 보기는 힘들다.

발표문은 실험 결과와 상관없이 미리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만약 북한이 핵실험에 실패했다면 아예 언론 발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3일 북한은 일반 주민들에게도 핵실험을 예고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설사 핵실험이 실패했더라도 무조건 성공으로 발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진은 2002년 8월 13일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사진은 2002년 8월 13일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연합뉴스
단 한발의 폭탄... 소형 핵폭탄이라면 더 위협적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지난 1998년 5~6발의 핵폭탄을 연속으로 터뜨렸다. 핵폭탄 개발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대개 5회 이상 반복·재현 실험을 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현재까지 단 한발만 터뜨렸다.

북한이 첫번째 핵실험에 실패하자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을 가능성, 확보하고 있는 플루토늄의 양이 너무 적어 한번으로 그쳤을 가능성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북한이 현재까지 확보한 플루토늄 양은 43㎏ 안팎으로 추정된다. 5~6㎏ 정도의 플루토늄으로도 1기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북한은 현재 7~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실제로 1㏏이하의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면 이는 더 위협적이다.

10~20㏏ 정도는 원폭은 전략용 핵무기다. 그러나 1㏏이하의 핵무기는 전술용으로 소형화됐다는 것이고 탄두 무게 500㎏ 이하로 축소해 노동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

북한이 전술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면 이는 기술 수준이 되레 높은 것이고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그러나 강정민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연구원은 11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이는 수백 회 이상의 실제 핵실험 경험에 근거하여 실전에 사용할 수 있게끔 저폭발력 성능을 발휘하는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이 있는 미국 및 러시아는 가능한 일"이라며 "그러나 첫 핵실험에 임하는 북한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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