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우리 가족이 극장에 갔다. 함께 본 영화는 <타짜>.싸이더스 FNH
지난 10일, 아버지께서 갑자기 극장으로 가족 나들이를 가자고 제안하셨다. 우리 가족이 영화를 본 것은 2001년 < 공동경비구역 JSA >가 마지막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꽃놀이(화투)에 관심이 많으신 아버지께서 영화를 개봉 전부터 무척 보고 싶어 하셨다고 한다.
마침 아르바이트비도 받았고 해서 내가 영화를 보여드린다고 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으로 갔다. 극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얼마 전 읽었던 신문기사가 불현듯 떠올랐다.
‘김혜수 파격 전라 노출’ 아무리 내가 성인이지만 그래도 노출 수위가 심한 것은 부모님과 함께 보기 민망하다. 즉각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타짜>를 봤다고 자랑하던 후배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타짜> 부모님과 함께 보는데 어때? 노출 수위?’
둘에게 보냈는데 의견이 분분했다. ‘십분 정도 민망한 장면만 빼고는 괜찮을 듯’ 과 ‘오빠 안돼!’ 라는 두 가지 의견. 잠깐 고민을 하다가 결국 보기로 했다. 시간대도 맞는 게 없을 뿐더러 멀티플렉스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타짜> 이외의 다른 영화는 드물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아들의 생각, ‘<타짜>의 노출 장면이 나올 때, 어떻게 담담하게 대처해야 하는가, 또한 시선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생각뿐이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아버지의 생각, “난 '고스톱(GoStop)'인 줄 알았는데, '섰다'네. 에이 '섰다'는 모르는데. 김 샜다”라고 영화를 보는 동안 나에게 슬쩍 언질를 해주셨다.
영화를 보는 동안 어머니의 생각, “어머!” “어쩜!” 하시며 손으로 눈을 가리기 일쑤였다. 손 자르고 도끼로 손 찍는 거 정도는 요즘 나오는 잔혹한 영화들에 비하면 소프트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드라마만 주로 보시는 어머니에게 이 정도의 잔인함은 보시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드디어 우려해 마다않던 노출신이 나왔지만, 김혜수의 뒷모습만 잠깐 나오는 등 생각보다 약했고 빠른 시간에 끝났기에 별다른 마찰(?)과 민망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마찰은 영화가 끝나면서부터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