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대리번역이 아니라 이중번역"

12일 오전 입장 발표... "앞으로 윤리적 책임을 최고 순위로"

등록 2006.10.12 12:26수정 2006.10.1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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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출간된 <마시멜로 이야기> 표지. 번역자는 정지영 아나운서로 되어있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마시멜로 이야기> 표지. 번역자는 정지영 아나운서로 되어있다.

100만부 판매(밀리언셀러)의 신화를 이룩한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번역 의혹과 관련, 책을 출판한 한경BP는 12일 "대리번역이 아니라 이중번역이었다"고 해명했다.

한경BP는 이날 오전 입장발표를 통해 "마케팅 회의 결과 20~30대층을 주요 타깃 대상으로 한다는 것과 독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을 역자로 내세우는 스타마케팅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정지영의 캐릭터와 지적이면서도 깨끗한 이미지가 이 책의 마케팅 방향과 잘 맞는다는 판단 하에 (정 아나운서) 섭외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경BP는 "정지영씨가 번역을 진행하기는 하나 전문 번역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후 오역과 퀄리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다시 정지영씨 측에서 재의뢰하는 과정을 거치면 책의 출간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지영씨의 번역 진행과는 별도로 전문번역가 김모씨와 8월초 계약을 맺고 번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지영 아나운서.
정지영 아나운서.TN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한경BP는 "하지만 이를 정지영씨 측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며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정지영씨 측이 계약 의사를 철회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한경BP는 "이에 김씨와의 번역작업을 비밀에 부치는 데 합의하고 8월 10일경 계약, 8월 25일경 원고가 입고되었다"며 "이 원고를 바탕으로 윤문의 방향·세일즈 포인트·일러스트·표지 발주·마케팅 전략 수립 등의 일들이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한경BP는 "정지영씨는 9월말 원고 번역을 마치고 출판사측에 전해주었다"며 "정씨의 원고를 받고 출판사는 정지영씨의 번역원고·김씨의 번역원고·원서를 대조해가며 본격적인 윤문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경BP는 "이후에도 정지영씨측에게는 내부 편집자 번역원고를 많이 고치게 되어 본래 정지영씨 번역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렸다"며 "제3의 번역자가 있었음은 끝까지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경BP 측은 "골 깊은 출판계의 불황 속에 나름대로 살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며 "앞으로 출판에 있어 윤리적 책임을 그 어떤 부분보다 최고의 순위에 둘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스타마케팅으로 방향 잡고 정지영씨 섭외"
[입장 전문] "두 번역원고와 원서 대조해 윤문"

다음은 12일 오전 한경BP에서 발표한 입장 전문이다.

1.입장 표명에 앞서
일단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이때에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이에 한경BP는 본 사건에 대한 사실을 조속히 밝히는 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본 보도자료를 정리했습니다.

2.사건의 경과
먼저 <마시멜로 이야기>에 대한 출판과정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2005년 6월 (99쪽)이라는 영미서의 갤리판(책이 출간되기 전 나오는 복사본)을 에이전시로부터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저자인 호아킴 데 포사다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컨설턴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펴낸 책은 국내에 한번도 소개되지 않은 저자였기 때문에 무명의 저자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원서의 내용은 한국 출판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우화였기 때문에 수많은 출판사들의 경쟁 아래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최종 오퍼 경쟁 결과 2005년 7월 한경BP에서 12만 달러에 이 책의 판권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희 한경BP는 태스크포스팀을 긴급히 구성하고, 책 출간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편집팀은 물론 전사적인 차원에서 이 책을 띄워야 하다는 중압감이 있었습니다. 마케팅회의 결과 20~30대층을 주요 타깃 대상으로 한다는 것과 독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을 역자로 내세우는 스타마케팅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곧바로 역자 선정에 들어갔으며 어렵게 정지영측과 연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지영씨의 캐릭터와 지적이면서도 깨끗한 이미지가 이 책의 마케팅 방향과 잘 맞는다는 판단 하에 섭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의혹에 대한 답변입니다.

① '아나운서 정지영은 명예역자였다'라는 부분에 대해

섭외 초기 정지영씨측은 정지영씨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번역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며 정중히 거절한 바 있습니다. 이에 저희 출판사 내부에서도 다시 논의를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성공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스타 마케팅'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정지영씨측을 지속적으로 설득했습니다. 내부 인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최고의 책을 만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출판사측의 완곡한 부탁에 결국 정지영씨는 그럼 원서를 한번 살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원서를 검토한 결과, 정지영씨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답하며,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이때가 7월이었습니다. 정지영씨가 번역에 들어간 사이 한경BP 내부적으로 또 한번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일단, 정지영씨가 번역을 진행하기는 하나, 전문 번역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후 오역과 퀄리티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다시 정지영씨측에게 재의뢰하는 과정을 거치면 책의 출간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3의 전문 번역자에게 일단 원고를 의뢰하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한경BP는 정지영씨의 번역 진행과는 별도로 전문번역가 김모씨와 8월 초 계약을 맺고 번역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정지영씨 측에게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정지영씨측이 계약의사를 철회할 수 있겠다(그동안 정지영씨의 입장을 미루어 볼 때)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 사건을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대리번역'이 아니라 '이중번역'이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이에 김씨와는 번역작업을 비밀에 부치는 데 합의하고 8월 10일경 계약, 8월 25일경 원고가 입고되었습니다. 이 원고를 바탕으로 윤문의 방향, 세일즈 포인트, 일러스트, 표지 발주,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의 일들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지영씨는 9월 말, 원고 번역을 마치고 출판사측에 전해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지영씨가 "하루에 100쪽을 번역했다"라는 모 일간지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이틀 만에 원서를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는 내용이었다"는 발언이 와전된 것이었습니다. 이에 해당기자와 신문사는 해당기사에 대한 정정기사(10월 10일)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정지영씨측의 원고까지 받고 출판사는 정지영씨의 번역 원고, 김씨의 번역원고, 또 원서를 대조해가며 본격적인 윤문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번역의 의도를 살리기보다는 책의 메시지 전달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를 고민했기 때문에 번역 원고에서 편집자가 많은 윤문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정지영씨측에게는 내부 편집자가 번역원고를 많이 고치게 되어 본래 정지영씨의 번역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제3의 번역자가 있었음을 끝까지 알리지 않았습니다.

번역 추가 발주에 대한 사실을 정지영측에 알리지 않음으로써 도덕적인 차원에서 상처를 받게 된 정지영씨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② 제3의 번역자를 부인했던 한경BP측의 입장

일단 사실 그대로를 밝히지 못했던 점에 사과드립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전문번역가(제3의 번역자로 지칭한) 김씨도 <마시멜로 이야기>를 번역한 것은 사실입니다. 한경BP측에서 9일과 11일 오마이뉴스와 KBS측에 김씨의 번역사실을 부인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본 사건이 기자의 취재로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자 번역가 김씨는 "이번 사건에 내가 거론되어 명예가 훼손된다면 나도 대응반안을 찾겠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번역을 발주한 주체로서 번역자를 보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의 번복으로 인해 취재 및 사실 보도에 착오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③ "10일 만에 출판이 가능하다"라는 기사에 대해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기사의 일부분으로서 "번역원고는 들어온 지 10일 만에 출판이 가능하다"며 "<마시멜로 이야기> T/F팀에서 집중하고 있어서 가능하겠다"는 기사는 마치 <마시멜로 이야기>가 원고 입고 후 10일 만에 포장되어 출간되었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시 출판 시스템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10일 만에 출판 가능한 책도 있다"라는 발언이 와전된 듯 싶습니다.

4. 마치는 말

서두에서 말씀드렸지만, 여러분들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골깊은 출판계의 불황 속에 나름대로 살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 것이 돌이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이 입었을 상처를 생각하면 송구그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왔을 출판업 종사자 여러분들, 마지막으로 출판사의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어려운 청을 수락하고 큰 난처함에 처해 있을 정지영씨에게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 여러분들게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저희 한경BP 임직원 일동은 이번 일을 거울 삼아, 앞으로 출판에 있어 윤리적 책임을 그 어떤 부분보다 최고의 순위에 둘 것을 약속드립니다.

물의를 일으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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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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