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을 PSI와 맞바꿀 수 없다

[기고]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 전쟁도 정쟁도 이제 그만!

등록 2006.10.12 20:51수정 2006.10.1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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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임채정 국회의장이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북한의 핵실험에 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총을 하느라 1시간여 늦게 입장한 것을 비판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임채정 국회의장이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북한의 핵실험에 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총을 하느라 1시간여 늦게 입장한 것을 비판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 결코, 발생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1991년도 한반도 비핵화 선언,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남북한 화해와 평화번영을 위한 수많은 노력을 일거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북한의 핵실험이 북한이 목표하는 체제안전보장과 북미 관계정상화로 골인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매우 비관적이다. 곧바로 대북 강경 제재조치가 UN에서 논의되고 있으니 말이다.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극과 극을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북의 핵실험은 필히 주변국의 군비증강을 부추길 것이며, 미국의 강경 보수주의자(네오콘)와 일본의 우익세력 등을 자극하여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반도에 불안과 공포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우리는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노 대통령의 말처럼 정말 냉철하게 원인분석과 해법을 찾아 적확한 대처를 해야 한다.

북한의 핵문제가 잘 관리되던 시기가 있었다. 94년 핵위기 후 북미간 제네바협정 체결 정국이 그러했다. 그러나 곧바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을 문제삼으며 미국은 북에 제공하기로 했던 중유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 후 2000년 6월 15일 김대중-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직후 남북 관계 정상화를 계기로 잠시 해빙무드가 조성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에 대한 경제 봉쇄와 압박을 풀지 않았고 북은 '자위적 핵'에 대한 집착을 고수하며 강경한 태도를 견지했다.

이번 핵실험 사태가 해결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호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작년 2005년 6월 17일 정동영-김정일 회담이었다. 이후 북한은 곧바로 6자 회담에 복귀했고 베이징 9·19공동 성명이 나왔다. 이 성명의 핵심은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고 관계정상화에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하고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보장받았다. 대한민국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원칙 준수의지를 천명하였다.

6개국이 합의한 선언 왜 파기됐나

이처럼 6개국이 공동으로 합의한 선언이 왜 또 파기되었는가? 그것은 바로 '적절한 시기'의 경수로 제공 문제였다. 북한은 경수로 완전제공→북미 관계 정상화→북핵 완전 폐기를 주장했고 미국은 선(先) 북핵 완전폐기 후 논의라는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을 했다. 북한의 반발을 더욱 부채질 한 것은 9·19 공동성명이 발표되기 4일전에 미국은 또 한편으로 국내법을 들어 방코델타아시아(BDA)를 통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9·19 공동성명은 파기되었다. 북한은 6자 회담을 포기했다. 미국은 금융제재를 넘어 북한과 교역을 하는 13개국에 대해서까지 계좌추적을 하겠다는 협박과 미국내 북한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하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여 나간다. 급기야 북한은 올 7월 미사일 발사를 하고 핵실험까지 공개경고 공개예고하기에 이르렀다. 이 후 미국은 북과 교역하는 국가에 대한 무역 제재국을 3개국 늘였고 금강산 사업에 대한 한국의 대북 송금문제도 상당히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이런 결과로 끝내 10월 9일 북한은 예고한 대로 핵실험을 강행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었다. 나는 북도 북이지만 미국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다. 핵실험 직후 SBS에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를 주목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한 책임이 미국(38.1%), 북한(35.6%), 한국(22.8%)이라고 우리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M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는 북한의 핵실험 감행이유를 '미국과의 협상카드(72.1%)'로 꼽았다. 남한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은 불과 4.5%였다.

나는 국민들이 정말 고마웠다. 아니 국민들은 정말 위대하고 현명했다. 자칫 감정적으로 북한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대북 군사제재 등 강경조치를 원하는 수치가 높게 나오면 어땠을까 내심 걱정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나는 어제 국민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있는데 오히려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보수 언론이 이를 부추겨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국회 대정부 현안 질의를 통해 지적했다.


이런 국민들의 현명한 눈은 세계 유수 언론의 입장과도 일치한 것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와 은 부시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북의 핵실험으로 이어졌고 총체적이며 충격적 실패로 끝났다고 미국책임을 지적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현실 가능한 유일한 대안은 대화, <더타임즈>는 대안이 없을 땐 포용이 유일한 방법, <파이낸셜타임즈>는 부시 행정부, 대북 압력의 효과에 비현실적 기대, 프랑스의 <르몽드>는 미 대북 정책의 정당성 의문,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경솔한 일본 핵무장론은 자살행위라며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 그리고 나름의 해법은 제재가 아닌 '대화'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내에서도 부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베이커는 "적과도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룰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부시 행정부가 (대북)대화를 내켜하지 않아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집권하면) 즉각 대화로 복귀하겠다"고 천명하며 부시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한국과 과장을 지낸 스트라우브, 도널드 그레그 전 한국대사, 한반도 전문기자인 글렌 케슬러 기자, <뉴스위크>의 랠리 웨이마우스 기자 등도 같은 입장이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닉슨-모택동, 레이건-소련의 대화를 강조하며 문제를 풀어 나갔던 모범사례와 일치된 시각이다.

우리 국민들도 세계 언론들도 미국 양심세력들도 미국의 책임과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핵에 대한 억지력은 남한에 있지 않다. 미국이 그 힘이 있고 미국의 강경책이 책임소재라면 결국 북미간 양자대화가 이 문제를 푸는 유일한 해법이다. 미국은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북핵 문제를 꼬이게 한 출발선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적 군사적 제재가 아닌 북-미간 양자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 북한도 양자회담과 6자 회담에 나와 평화적 해결에 대한 성의를 다해야 한다.

a 임채정 국회의장이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북한의 핵실험에 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총을 하느라 1시간여 늦게 입장한 것을 비판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임채정 국회의장이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북한의 핵실험에 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총을 하느라 1시간여 늦게 입장한 것을 비판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제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해야할까

자,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94년 북핵위기 때 김영삼 대통령은 "핵을 가진 자와는 대화하지 않는다"라며 스스로 남북 관계를 끊어버렸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양자회담)을 통해 제네바 협정을 해결하였다. 그 결과 우리는 한마디 끽소리도 못하고 경수로 분담금 70%를 물어야 했다. 이런 과오를 또다시 범해서야 되겠는가? 국민들과 세계의 여론이 미국 책임과 '평화적인 대화'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남북 관계를 경색시킬 것이 명약관화한 대북 포용정책의 수정을 논하는가. 이는 바보짓이다.

우리는 이완용이 아니라 민영환 선생을 일제치하 일본군 장교였던 박정희보다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을 존경한다. 왜 그런가? 그것이 옳은 길이었고 일시적 편안함을 물리치고 시련속에서 꿋꿋하게 정도를 걸었기 때문에 그 존경심이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닌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보수우익세력들의 발호가 분명히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참여정부로서 참 어려운 시련의 시기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남북의 최후의 보루 대화의 끈인 대북 포용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길 말고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포용정책을 포기하고 군사적 긴장을 높여 전쟁 위험지대에 빠질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오늘 국회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나는 이 결의안이 모든 책임을 북한에게만 돌리고 미국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기에 반대표를 던졌다. 아니 이 결의안은 북미간 대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노력조차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일방적인 '대북 규탄 결의문'이었다. 참 걱정된다. 우리 스스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북미간 대화 국면이 오면 우리는 또다시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금강산 개성공단 사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중단되어서는 곤란하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도 참여해서는 안 된다. PSI의 참여는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검문, 검색, 압수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무력 충돌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북미간의 알력과 분쟁에 왜 남과 북이 군사충돌로 이어질 일을 하는가? 그래서는 큰일이다.

한나라당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도 안 되지만 국회에서 정쟁도 곤란하다. 반기문 장관이 UN총장이 되는 것은 국가적 쾌거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전아무개 의원은 '국제적 조롱거리'라며 조롱했다가 그 자신이 네티즌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국가적 경사도 시련 앞에서는 정말 당리당략이 아닌 국리국략의 입장에 서야한다.

덧붙이는 글 | 정청래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정청래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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