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비군사적 대북 제재 결의

북한 "미국이 압박 가중하면 전쟁선포로 간주"

등록 2006.10.15 07:12수정 2006.10.15 11:32
0
원고료로 응원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14일(현지시각)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 유엔 헌장 7장 41조에 의거 경제·외교적 제재를 가하되 군사적 조치는 배제하는 결의안(1718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진은 지난 6월 30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 모습.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14일(현지시각)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 유엔 헌장 7장 41조에 의거 경제·외교적 제재를 가하되 군사적 조치는 배제하는 결의안(1718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진은 지난 6월 30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 모습.유엔 포토

[기사 보강 : 15일 오전 11시 25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14일(현지시각)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 유엔 헌장 7장 41조에 의거 경제·외교적 제재를 가하되 군사적 조치는 배제하는 결의안(1718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우리 외교부도 성명을 발표하고 "안보리의 결정을 환영하고 지지한다"며 "정부는 이를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만약 미국이 압박을 가중시킨다면 우리는 이를 전쟁 선포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결의는 "북한의 핵무기 실험은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난하면서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NPT(핵확산방지협약)과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규정 복귀,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결의는 ▲전차·장갑차·중화기·전투기·공격용 헬기·전함·미사일 및 미사일 시스템 ▲ 핵이나 탄도미사일·기타 대량 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있는 모든 품목과 장비의 금수 조치를 명시했다.

또 사치품들이 원산지를 불문하고 북한으로 직간접 제공되거나 판매·이전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규정도 들어있다. 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등 고위층의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또 유엔 결의는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금과 금융자산·경제적 자원들을 동결하고 이들 금융자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결의안에 따르면 결의 채택 뒤 30일 이내에 회원국들은 이행조치를 안보리에 보고하고 결의이행을 위한 안보리 위원회를 구성하며, 모든 이사국들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이행상황을 감독하며 최소한 90일마다 이행상황을 보고토록 했다.

유엔결의안은 북한이 아무런 조건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것과 지난해 9월 합의한 6자회담 공동성명의 이행을 촉구했다.


7장 41조와 42조

유엔헌장 41조(경제제재) "안보리는 병력의 사용을 수반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으며, 또한 유엔에 대해 그러한 조치를 적용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 조치는 경제관계 및 철도·항해·항공·우편·전신·무선통신 및 다른 교통통신수단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단과 외교 관계의 단절을 포함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42조(무력제재)는 "안보리는 제 41조에 규정된 조치가 불충분할 것으로 인정하거나 또는 불충분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국제평화의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에 필요한 공군·해군 또는 육군에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한 조치는 유엔의 공군, 해군 또는 육군에 의한 시위, 봉쇄 및 다른 작전을 포함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미국·중국 해상검색 놓고 벌써 이견

이번 결의안에서 가장 핵심은 두가지다.

우선 군사적 제재 조치 부분이다. 유엔헌장은 비군사적 경제·외교 제재를 규정한 유엔 헌장 7장 41조를 원용했다. 미국은 애초 7장 전체를 원용함으로써 육해공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규정한 42조를 포함시킴으로써 대북 군사 행동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로 41조를 원용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다음은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검색이다.

이번 결의안은 "모든 회원국들은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특히 핵 및 화생방무기의 밀거래와 이의 전달수단 및 물질을 막기 위해 안보리 결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북한으로부터의 화물 검색 등 필요한 협력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call on)"고 되어있다.

'decide'(결정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call on은 권고·촉구의 의미이고 decide는 의무사항이다.

표결이 끝난 뒤 왕광야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중국은 화물에 대한 검색을 허용한 이 규정을 아직 받아들일 수 없으며 우리는 검색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존 볼턴 미국 대사는 "해상검색은 구속력 있는 조항으로 무엇보다도 구속력 있는 조치에 모든 회원국들이 동의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유엔결의와 상관없이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일본도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검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물론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검색하면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한국 정부는 애초 PSI에 확대 참여를 고려한다고 발표했다가 여당 안에서도 반발이 일어나자 현재는 "유엔 결의안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번 유엔결의안에 포함된 해상검색에 대해 한국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입장을 정할 지 주목된다.

북 유엔 결의에 굴복할 가능성은?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유엔 결의안을 전적으로 거부한다"며 "미국의 압력이 가중되면 이를 전쟁선포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보리가 미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등 이번 결의를 통해 공정성을 완전 상실했으며 업무에서 이중기준을 적용하려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사는 "우리가 미국의 위협에 노출되지 않으면 단 한발의 핵 폭탄도 보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유엔 결의안 통과로 북한의 태도가 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현재로서는 힘들다.

지난 7월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는 국제법상 아무 문제가 없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대북 결의안(1695호)을 통과시켰다. 강제성은 없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이에 찬성함으로써 북한에 강한 심리적 압박을 줬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9일 핵 실험을 실시했다. 이번 결의안 1718호는 1695호에 비해 훨씬 강도가 세다. 미국의 원래 요구에서 많이 완화됐지만 일단 의무사항인데다 중화기 중심의 무기 금수·사치품 금수 등이 포함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해석논란이 나오고 있지만 해상 검색도 들어있다.

그러나 이미 '제2의 고난의 행군'을 하겠다고 결심한 북한이 쉽게 물러설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더구나 '고난의 행군'은 인민들이 하는 것이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북한은 제2·제3의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핵무기를 탄도 미사일에 탑재하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며 이를 물리적으로 대내외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일본을 사정권에 넣는 노동 미사일에 핵탄두 탑재가 입증된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전쟁 억지력이 더 커진다. 이제까지 미국의 군사공격에 한국과 중국이 반대해왔으나 이제는 여기에 일본까지 가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엔 헌장의 구조상 7장 41조를 채택하고 효과가 없으면 추가 결의안을 통해 42조 등으로 넘어가게된다. 북한에 의한 상황악화 조치가 계속될 경우 추가적인 대북 압박 또는 군사적 조치가 유엔 차원에서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숨쉬기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사다리 타고 올라간 동료의 죽음, 그녀는 도망치듯 시골로 갔다 사다리 타고 올라간 동료의 죽음, 그녀는 도망치듯 시골로 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