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당시 김선아.iMBC
얼마 전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통통한 여성의 당당함을 보여주어 호평을 받은 김선아씨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이 사진이 관심을 끈 것은 파격적인 살 빼기 때문. 얼굴이 반쪽이라는 표현은 대개 안 되어 보이는 것을 지칭하지만 그 사진은 다이어트 성공의 표상으로 칭송되었다. 진위와 관련 없이 이 사진을 둘러싼 반응은 드라마에서는 통통한 여성을 옹호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살을 빼야하는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고 있는지 모른다.
최근 심리학자 바이린 스와미 교수와 마틴 토비 교수는 배고픈 사람과 배부른 사람이 어떤 여성을 선호했는지 실험했다. 이 실험은 어이없어 보이지만, 문명의 정도와 여성의 체형에 대한 선호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관점을 제공해주는 중요한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서 배고픈 사람은 대개 통통한 스타일의 여성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느꼈다.
반면 배부른 사람들은 마른 체형에게서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통통한 여성이 풍요에 대한 본능적 갈구를 충족시켜 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실험에서 영국과 아프리카를 비교해 보면 아프리카인들은 대개 통통한 여성을 선호했고, 영국의 남성들은 마른 여성을 선호했다.
물론 이러한 실험에서 무조건 아프리카인들을 굶주리고 있는 이들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만, 산업화를 겪으면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사회에서 마른 여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통통한 여성을 배척했던 것만은 대개 일치한다.
고대 사회 미의 기준은 '통통함'
고대 사회 미의 기준은 통통한 여성이었다. 다산과 풍요는 비만형 여성이었다. 양귀비도 오늘날의 미인 기준과는 거리가 먼 비만형이었다. 르네상스 시기의 여성들도 모두 비만형의 미인이었다. 한국에서도 전통적인 미인형은 보름달과 같은 얼굴에 통통함이 돋보였다.
물론 현재 사극의 여성 인물들은 이러한 점을 반영하지 않고 날씬하게만 한 게 오히려 낯설기는 하다. 197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전통적인 미인과는 다른 미인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다. 갈수록 얼굴은 원형에서 달걀형으로 지금은 뾰족해 보이기까지 하다.
다이어트의 광풍이 불고 있는 원인을 외모 지상주의에 두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외모지상주의는 어떠한 인위적인 이데올로기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문화 무의식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바로 희소성의 가치가 문화적인 인식을 지배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미인이란 희소성이다. 누구나 미인이라면 가치가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물질적 풍요로움이 덜했기 때문에 영양 상태가 좋은 여성이 선호되었다. 산업화 이후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영양 상태의 증가를 낳았다. 이 때문에 더 이상 통통한 여성은 과거와 같이 가치 있는 존재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늘씬한 존재가 의미가 더 커진다.
다이어트 기준은 미디어가 원하는 체형상
그러나 이러한 문명적 희소성에만 그 원인을 돌릴 수는 없다. 여기에 노이즈가 개입하여 사람들의 판단에 잡음을 주는 것. 바로 그것은 미디어의 미인상이다. 다이어트의 기준은 미디어가 요구하는, 미디어가 원하는 체형상이다.
미디어가 원하는 체형을 위해 우리는 다이어트의 광풍을 어쩔 수 없다며 맞고 있다. 헌혈할 수 없는 지경의 영양 불균형 혈액이 되고 골다공증이 걸리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럴 때 다이어트, 혹은 마른 인간에 대한 강박증은 문명의 병이다.
통통함은 권력과 부, 신화적인 아우라를 상징했던 것에서 게으름과 나태를 상징하게 되었다. 이에는 문명의 도구를 통해 얼마든지 살을 뺄 수 있다는 인식도 한 몫 한다. 그래서 김삼순도 결국 얼굴이 반쪽이 되게 살을 다시 빼었을 것이다. 연예인들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새로운 근면의 논리다. 살을 빼어야 하는 것은 근면한 여성의 필수 요건이다. 이 살을 둘러싼 묘한 부지런의 논리가 시도 때도 없이 개입하고 있다. 본문의 논리상 살을 둘러싼 전쟁은 결국 물질적인 풍요로움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과연 풍요로워졌는가?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결국 값싸게 칼로리를 얻는 것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는다.
이제 비만은 가난한 자의 병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마른 인간은 결국 사회적 신분의 상징을 의미하기에 그렇게도 우리는 마른 몸을 아니 몸매를 만들고 있다. 그것이 권력이고 사회적 힘이 되고 부의 수단으로 이르고 있는 것은 또 다른 문명의 병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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