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테야 광장. 시에스타가 끝나는 순간, 몰려나오는 애들이 인상적이다.정민호
“노, 땡큐”를 입에 달기 위해 중얼거리며 에스테야 거리로 나갔다. 이곳에서도 확인해봐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쓰레기에 관한 것! 이곳 사람들은 쓰레기를 막 버린다. 특히 담배꽁초가 그렇다. 그것을 휙휙 던지는 꼴이 길거리를 더럽게 하려고 무슨 결심이라도 한 것 같다. 이를 스요시에게 이야기했더니 스요시도 놀랐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가운데 또 하나 확인한 사실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걸어 다니면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다. 이런 것도 차별이 없다고 해야 하는 걸까? 예전에 여자친구와 함께 담배를 피우다가 할아버지들이나 아저씨들한테 혼난 적이 많다. 그런데 혼난 이유가 좀 다르다. 여자친구는 여자가 담배 피운다고 혼나고 나는 여자가 피우는데 보고만 있다고 혼났다.
이게 참 빈번하게 일어난지라 나중에는 담배 때문에 일부러 카페 같은 곳에 들어간 적도 많았다. 나중에는 그게 일상적인 일이 됐을 정도인지라 거리를 보면서 살포시 웃고 말았다. 스페인 여성들이 한국에 온다면 가장 먼저 겪을 문화충돌은? 답을 흡연문제라고 적고 싶다.
주저하게 만들던 것들, 떠나고 보면……
무슨 이유인지 유명한 것보다 점점 ‘작은 것’을 구경하는 것이 재밌어 지고 있다. 도시에서 소문난 교회나 유적지보다 알베르게 내부의 풍경, 순례자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더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 이날 저녁에는 아예 알베르게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두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내가 신기한지 순례자 할아버지가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그리고 잠시 대화. 어느 순간 할아버지가 “학생이야?”라고 물었다. 그 순간, 깜짝 놀랐다. 한국을, 아니, 정확히 오기 전에 걱정했던 일들을 까맣게 잊고 있다는 걸 기억해낸 것이다. 떠나기 전에, 참 많은 걱정거리가 있었다. ‘이거 해야 하는데’, ‘저거 해야 하는데’하는 그런 것들로, 떠나려는 발걸음을 잡아끄는 족쇄와도 같았다.
더군다나 후회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컸다. 하지만 이 길에서 내가 떠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던가? 그제야 기억해낸 걸 보면 후회 같은 건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그 고민들은 또 어떻고?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정말 왜 그랬을까? 에스테야 거리에서 기분 좋게, 한참을 웃었다. 무모한 여행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산티아고 가는 길은 '순례자의 길'로 유명하다. 야곱 성인이 스페인 서북지방인 갈리시아 지방에 묻혀있어서 종교인들은 이곳까지 걸어서 가곤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종교적 이유가 아닐지라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걷기'의 즐거움을 가득 누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