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각국 대사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 군사조치가 배제됐으나 강력한 경제적 외교적 제재 를 내용으로 한 대북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있다. 왼쪽 맨 위가 북한의 박길연 대사로 만장 일치로 대북 제재안이 통과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성연재
북한이 지난 9일 핵실험을 했고 14일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됐다. 일단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코너에 몰렸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장 이익을 본 쪽은 북한이다. 북한 핵에 당장 군사공격을 실시할 것 같았던 미국은 중국·러시아의 반대(당연히 이를 미리 상정했을 것이다)로 경제제재로 수위를 낮췄다.
경제제재 효과를 극대화하는 화물 검색도 강제가 아닌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각국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결국 북한은 현재 핵 보유국임을 묵인받은 상황이다. 지난 9일 조지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보유 자체보다 제3국이나 테러단체에 핵을 이전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이 대북 지원과 남북 경협을 다 중단해도 중국과 북한의 교역로 13개가 열려있는 한 김정일 정권의 붕괴는 힘들다. 지난 1991년 걸프전 뒤 유엔은 이라크에 대해 10년넘게 경제제재를 했지만 사담 후세인 정권은 무너지지 않았다. 미국 바로 밑에 있는 쿠바는 50년 넘게 버티고 있다.
물론 1990년 중반 수백만명이 굶어죽었던 '고난의 행군'이 북한에서 되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은 인민들이 하는 것이지 김정일이 하는 것은 아니다.
군사공격 없이 경제제재만 지속된다면 북한은 일본까지 사정권에 넣는 노동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능력을 갖출 시간을 벌 수 있다. 이에 성공한다면?
이제까지 대북 군사행동은 직접 피해를 입는 한국과 중국이 반대했다. 그러나 핵탄두를 탑재한 노동미사일이 등장한다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악몽을 겪은 일본이 쉽게 군사행동에 동의할 지 의문이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미국에 의한 군사 공격을 반대할 나라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불량국가 지도자들에게 주는 학습효과
북한 다음으로 이익을 본 쪽은 일본이다. 일본 보수세력의 정치적 입지는 더 강화됐다. 이미 43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핵재처리 시설까지 갖춘 일본은 핵무장까지 넘 볼수 있다. 물론 미국이 핵 비확산 차원에서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영국핵이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것처럼, 중국과 북한핵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핵을 용인할 가능성도 100%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보수 정치인 가운데 일본 핵무장을 지지하는 발언이 가끔 나온다.
다음은 손해를 본 쪽이다.
우선 미국이 손해를 봤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을 최고의 외교·안보 정책으로 내세웠다. 이라크를 공격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는 대량살상무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부시가 후세인을 잡는데 한눈이 팔린동안 김정일은 핵무기를 만들었다.
미국은 그들이 멸시했던 이른바 '불량국가'들에게 큰 교훈을 줬다. 불량국가의 지도자들은 '만약 사담 후세인이 이스라엘을 사정권에 넣는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고 있었다면 공격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핵실험을 했는데도 바로 공격당하지 않는 북한이 증명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은 핵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핵 확산에 가장 기여한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보유를 묵인했다. 중국을 견제하기위해 인도의 핵을, 대 테러 전쟁에 협조한다는 이유로 파키스탄의 핵을 인정했다.
가장 손실을 입은 나라는 한국이다. 포용정책을 유지하든 포기하든 한국 정부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유지할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유엔 결의 또는 미국의 압력과는 별개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개성공단은 더 이상 추가분양을 할 수 없다. 시범단지의 15개 기업만이 가동되는 '극 소규모 공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금강산도 관광객 수가 계속 줄어들 것이고 현대아산도 장기적으로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핵무장을 한 북한을 상대로한 남한의 재래식 군사력 증강은 별 의미가 없다. 방법은 두가지다. 남한도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1992년 한국에서 철수한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들여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워싱턴포스트>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지난 12일 "미국 외교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에 있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아주 적다고 지적했다. 실제 1992년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철수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위한 명분을 쌓기위한 것이었다.
중국은 매 말리는 시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