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뽕 뿡뿡' 엉덩이가 들려주는 몸 이야기

[아가와 책 47] <안녕? 나는 뿡뿡이야>와 <웅고와 분홍 돌고래>

등록 2006.10.17 15:05수정 2006.10.1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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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안녕? 나는 뿡뿡이야>

책 <안녕? 나는 뿡뿡이야> ⓒ 시공주니어

다섯살짜리 예쁜 조카 유정이는 참 상상력이 풍부하다. 할머니랑 엄마를 좋아해 아직도 할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잠드는 유정이가 어느 날 나에게 말한다.

"유정아, 이제 너는 다 컸으니까 그냥 얌전히 자야지. 할머니 '찌찌'에서 우유도 안 나오는데 그걸 왜 먹어?"
"할머니 찌찌가 맛있으니까 먹어."
"맛은 무슨 맛? 아무 맛도 안 날 텐데…."
"할머니 찌찌는 바나나 우유 맛 나고, 엄마 찌찌는 딸기 우유 맛 나지… 히히."



이렇게 말하는 아이를 보면서 그 귀여움에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자기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우유가 엄마랑 할머니의 젖에서 나온다는 상상을 하며 잠드는 유정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온갖 행복을 맛보고 꿈을 꾸며 자란다.

아이 '책 편식' 막으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종류들을 보면 대개 남자 아이들은 자연 관찰 책과 자동차 관련 책, 여자 아이들은 공주 이야기,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재미있는 요소가 숨어 있는 입체북 등이다. 그러나 아이가 좋아한다고 특정 분야의 책만 많이 보여 주면 이른바 '책 편식'이 생기기 쉽다.

책 편식이 생기고 나면 자기가 좋아하는 책 이외의 것들은 거들떠도 안 본다. 엄마 입장에서는 어린 시기에 다양한 세계를 접하게 하고픈데 아이가 따라 주질 않으니 답답한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에게 골고루 많이 보여주어야 할 책이 바로 창작 그림책들이다. 창작 그림책들은 그 소재와 내용이 풍부하고 다양하여 아이들에게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열어 준다.

책 <안녕? 나는 뿡뿡이야>는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네버랜드 아기 몸 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시리즈는 <안녕? 나는 짝짜꿍이야>, <안녕? 나는 치카푸카야> 등에서 손, 이같은 신체와 관련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기 몸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책들이다.


특히 글과 그림을 넣은 이형진이라는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엉덩이, 손, 이 등의 몸의 일부를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안녕? 나는 뿡뿡이야>를 펼치면 활짝 웃는 모습의 엉덩이 모양의 얼굴이 나와서는 인사를 한다.

"안녕? 나는 뿡뿡이야. 오동통 오동통, 커다란 뺨이 두 개 있지? 아이, 부끄러워. 빨리 옷 속에 숨어야지."


아이가 말썽을 부리면 엄마는 엉덩이인 '나'를 찰싹 때리고 예쁠 때는 톡톡 두드린다는 설정은 웃음을 자아낸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엉덩이는 자기 얼굴에 구멍이 하나 있는데 그 구멍으로 노래도 할 수 있다고 자랑을 한다. 이 구멍으로 '뽕뽕! 뿡뿡!' 노래를 하기도 하고 '뿌지직 뿌지직'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다. 이렇게 말하는 글귀 옆에는 커다란 똥 모양이 그려져 있다.

내 몸 알게 하는 '몸 그림책', 상상력 자극하는 '창작 그림책'

a 책 <웅고와 분홍 돌고래>

책 <웅고와 분홍 돌고래> ⓒ 우리교육

<안녕? 나는 뿡뿡이야>와 마찬가지로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웅고와 분홍 돌고래>는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그린 그림책이다. 1979년 생인 젊은 작가의 그림책으로 신선한 느낌을 준다. 어린 시절 스리랑카, 페루, 덴마크 등 다른 나라에 체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서인지 우리 나라 작가의 그림책치고는 그림이 색다른 맛이 있다.

까만 얼굴의 주인공 웅고는 악어와 새끼 하마랑 분홍 돌고래를 보러 가기로 한다. 이 세 친구들은 갑자기 오늘 만약 분홍 돌고래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휩싸인다. 악어는 잠깐 생각하더니 악어 거북이라도 보면 집에 갈 거라고 하고 하마는 배가 고파지면 집에 가겠다고 말한다.

늪에 가서 아무리 기다려도 돌고래는 나타나지 않자 악어와 하마는 집으로 가버린다. 숲 속에 혼자 남게 된 웅고는 숲에서 나는 여러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잎사귀 나르는 개미, 물고기를 기다리는 물총새, 서커스 하는 긴팔 원숭이를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웅고.

커다란 늪에서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은 웅고는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고 숲에 있는 그 순간을 즐긴다. 저녁이 되어 웅고가 걱정이 된 하마와 악어는 플라밍고 깃털로 만든 분홍 돌고래 인형을 뒤집어쓰고 숲으로 간다. 친구들을 발견한 웅고는 기뻐하며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책의 마지막은 간단하면서도 재미있게 끝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악어가 물었어요.
'웅고야, 분홍돌고래 봤어?'
웅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응! 본거나 다름없어.'"


책장을 넘기면 늪에서 분홍 돌고래가 혼자 머리를 쑥 내밀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날 봤다고?" 하며 의아해하는 돌고래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상상력이 돋보이면서도 그림이나 내용이 특색 있는 창작 그림책이다.

대부분의 창작 그림책들이 외국에서 수입되는 책 시장을 볼 때에 이 두 권의 책처럼 우리 작가들의 창작 그림책을 만나면 반갑기 이를 데 없다. 외국 그림책의 경우 그 질은 뛰어날지 모르나 번역에서 오는 어감의 차이 등으로 약간의 아쉬움을 남길 때가 많다. 우리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을 담은 창작 그림책이 많이 나오고 아이들이 즐겨 찾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녕? 나는 뿡뿡이야

이형진 지음,
시공주니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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