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오마이뉴스 권우성
이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변호사 생활을 6년 동안하고 있는 사람이다. 주로 노동사건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사건을 겪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소송대리를 하고 있었던 사건이 하나 있었다. 사천시에 있는 쥐치 등을 가공하는 공장에서 근무하던 여성 노동자가 사용자 소유의 통근 승합차를 이용해 출근하던 도중, 운전자의 과실로 승합차가 추락하여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였던 사건이었다.
이 사고로 여성 노동자는 뇌진탕, 경추염좌, 다발성 좌상, 파열 외측 반월상 연골 슬부 좌측, 좌측 슬관절 활액막염, 외상 후 증후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상해를 입었다. 물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산재처리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사용자가 단 한 푼의 보상도 하지 않았던 관계로 산재 보상 이외에 별도로 사용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여러 번의 신체감정을 거쳐 '외상 후 증후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으로 18%의 노동능력 상실과, '좌측슬관절의 외상'으로 7%의 노동력상실율을 감정 받았다.
이에 따라 피해 여성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휴업급여 및 향후 지급받을 수 있는 장해급여 등을 고려하여, 정신적 손해인 금 1000만원을 최종적으로 청구하였다. 1년이 넘는 재판과정이었다.
재판은 이제 선고만을 남기게 되었는데 법원에서 조정하자고 하였다. 조정은 쌍방 당사자가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하면 그것으로 재판이 끝나는 법정 화해 제도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난 법원이 정한 날짜인 지난 13일 오후 00지방법원 00지원에서 열린 조정기일에 참석을 하였다. 오후 3시가 돼도 조정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내가 잘못 왔나 싶어 여러 번 통지서를 보아도 이 장소가 맞았다.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는데 법원 직원이 10분이 넘은 시각에 와서는 미안하다는 한마디 없이 어떤 사건은 이쪽으로 가고 다른 사건은 저쪽으로 가라고 하였다. 그래서 대기하라는 장소에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화해 조정 위해 오라고 할 땐 언제고...
그런데 조정하러 들어온 사람이 처음 본 판사였다. 누구인지 궁금하였는데 자기소개도 없이 재판을 진행하기에 가만있었다. 그 판사는 상대방 사용자에게 얼마를 지급할 수가 있는가를 물었다.
사용자가 머뭇거리면서 판사가 듣고 싶었던 금액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않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면서 한 푼도 지급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판사가 "도의적으로 책임을 진다면 얼마를 지급할 수가 있는가?"를 재차 물었다. 사용자가 이에 "한 200만원 정도는 지급할 용의가 있다"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 판사는 그 사람을 잠깐 밖에 나가있으라고 하였다.
난 매우 의아해 있었다. 판사가 "도의적 책임"을 운운하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재판은 '도의적 책임'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 책임'이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조정기일은 쌍방 의사가 합치되도록 설득하는 장소인데 상대방을 나가라고 하다니 참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상대방이 나가자 대뜸 판사가 나에게 "변호사님, 이 사건은 기각할 것인데 200만원에 어떻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기각 협박을 통한 조정 성립 시도였다. 기가 막혔으나 인내심을 가지고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기각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왜 그러냐?" 하자 판사가 "상당인과가 없다고 판단한다"라고 말을 하였다.
그래서 "사용자 책임이 명백하게 있는 사안이다, 재산상 손해를 청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정신적 손해 부분만을 청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조정이 성립 안 되면 판결을 선고하면 그만인 것이고, 자기들이 기각을 하겠다고 결정을 하였으면 기각을 하면 되는 것이지 왜 기각을 할 테니까 이 선에서 받아들이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그 판사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 기각을 할 테니 받아들이라니 무슨 소리냐? 그것이 조정기법이냐, 이 문제는 크게 문제 삼을 것이다, 변호사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기각해라" 하면서 문을 열고 나와 버렸다.
판사의 때아닌 기각 협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