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다산초당에서 구강포를 내려다 보며

다산 선생이 걸었던 길을 걸으며

등록 2006.10.18 09:59수정 2006.10.18 10:00
0
원고료로 응원
추석날(10월 6일) 오후 조금 늦은 시간에 우리 가족은 다산초당으로 향했다. 강진에서 아들 딸을 데리고 두루 유적지 답사를 다니고픈 엄마의 마음이랄까? 물론 몇 번 다녀오긴 했지만, 다녀온 소감이 매번 다를 수 있기에 다시 오르기로 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다산초당에 가려면 시골집들이 몇 채 있는 한적한 고샅길을 올라가야 했다. 길 양쪽에 집 몇 채 있고 동네 개들이 낯선 사람을 향해 짖어대는 전형적인 남도 마을을 상상하면 된다.

현재는 분위기 있는 찻집도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다산 유물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강진에 가기 전에 미리 전시관에 연락을 하면 문화 유산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물론 다산초당도 준비된 해설사들로부터 다산초당과 주변 백련사에 얽힌 해설을 받을 수 있다.

다산 유물 전시관

추석날이라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곳을 찾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약 10여분 걸으면 다산초당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다산 초당으로 으르는 길은 많이 늦은 시간이 아니었는데, 숲 속이라 그늘지고 어두웠다. 하지만 아이들과 오르는 길은 상쾌했고, 쉬엄쉬엄 오르며 다산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좋았다. 6학년인 아들은 곧잘 이해를 했고, 3학년인 딸은 작년 가을에 엄마랑 올랐어도 별로 기억을 하지 못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무래도 잘 모르다보니 그럴 것이다.

다산초당과 연지석가산

다산초당은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에 위치한 사적 제107호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유배되어 살면서 실학을 집대성한 곳이다. 다산 선생은 순조 원년(1801) 신유교옥으로 인하여 장기를 거쳐 18년간 귀양생활을 하였는데, 외가인 해남윤씨가 거주하는 이곳에서 11년을 보냈다.
다산 선생은 강진만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초당에서 후진을 가르치고 저술에 전념하였다. 특히 백성을 가르치는 책인 <목민심서>를 비롯하여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500여권에 달하는 저서가 이곳에서 완성되었다.

지금의 다산초당은 다산유적보존회가 1958년 옛터의 주춧돌위에 기와집으로 다시 세운 것이다. 이 건물의 좌우에는 복원한 동암, 서암이 있다. 초당 뒤 언덕 암석에는 다산이 직접 깎은 정석(丁石)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으며 왼쪽으로는 자그마한 연못이 있다. 앞뜰에는 차를 달였다는 '청석'이 있고, 한켠으로는 '약천'이라는 약수터가 있어 당시 유배생활을 짐작케 한다.

다산초당은 귤원처사 윤단이 초가로 건립하여 후손을 가르치던 서당으로 사용하였으나,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08년 봄 이곳으로 옮겨와 유배가 끝나 고향으로 돌아가던 1818년 8월까지 18명의 제자와 함께 강학을 하던 곳이다. 1936년 무너져 없어진 것을 1957년 해남 윤씨의 협조를 받고 정다산 유적 보존회가 복원하면서 지붕을 기와로 덮었다. 다산초당이란 현판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친필을 도각한 것이다.

연지석가산은 1808년 봄 다산 선생이 초당으로 이주 후 연못을 넓히고 탐진강가에서 돌을 주워다 산처럼 봉을 쌓고 주변에는 백일홍과 대나무를 심었다. 산속에 있는 물을 나무로 만든 홈통을 거쳐 연못으로 흐르게 하여 비류폭포를 만들고 연못에는 잉어를 길렀던 곳이다. 다산사경 중 하나이다.

다산사경이라 함은 해배를 앞두고 다산 선생이 직접 돌에 새겼다는 '정석', 1808년 다산 선생이 직접 파서 만든 샘으로 이 물로 차를 끓여 마셨으며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시원한 약수인 ' 약천', 옛부터 있던 돌을 부뚜막으로 삼아 청동의 화로에 약천의 물을 붓고 솔방울로 불을 지펴 차를 끓여 마셨던 반석으로 저술로 침침해진 눈과 피로한 몸을 돌보던 ' 다조', 그리고 연지석가산을 말한다.

추석 연휴가 길어서 일까? 가족과 함께 찾는 이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해 주는 엄마의 모습, 아이들과 영어로 된 안내문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아빠, 두루두루 살피며 설명을 해주는 부모들에게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강진은 이처럼 가족끼리 답사를 올만한 그런 멋진 곳이다.

서암

1808년 다산 유배당시 지어진 초막으로 윤종기, 윤종벽, 윤종상, 윤종진 등 18명의 제자들이 거쳐하던 곳이다. 다성각(茶星閣)이라고도 하며 허물어져 없어진 것을 1975년 강진군에서 건립하였다.
숲이라 습하고 어두워 모기가 많아서 아이들의 얼굴에 다산초당 모기에게 물린 흔적들을 남기는 일이 생겼다. 그것도 얼굴 한 가운데에 물려서 더욱 뚜렷했다. 짜증을 내는 아이들을 달래서 같이 둘러보고 읽어보고 느껴보는 시간을 보냈다.

동암

다산 선생이 유배 생활 중 초막을 짓고 거처하셨던 곳이며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책을 저술하시어 우리나라의 실학을 집대성한 곳이다. 일명 송풍암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동암 근처에 소나무들이 무성하여 솔바람이 불어오는 암자라 하여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허물어져 없어진 것을 1976년에 강진군에서 복원한 건물이다. 다산동암이란 현판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친필이며 보정산방이란 현판은 추사 선생의 글씨를 모각한 것이다.

천일각

다산 선생이 유배될 당시 흑산도에 유배된 둘째 형 정약전과 가족이 그리울 때 형과 가족을 생각하며 이곳 잔등에서 저멀리 강진만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랬던 곳으로 당초에는 건물이 없었으나 선생의 마음을 되살리기 위해 1975년 강진군에서 건립하였다.
천일각에 앉아서 강진만 구강포를 내려다보며 그 시절 다산 선생이 느꼈을 그리움을 헤아려 보았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넘어가는 오솔길

다산 선생이 이 오솔길을 걸어서 백련사로 다녔던 길이다. 그 시절엔 이처럼 정돈된 길이 아니었고, 그야말로 산길이 아니었겠는가? 이 오솔길을 30~40분을 걸어가면 백련사가 나온다. 다산은 백련사 주지 혜장을 만나러 다녔다. 다산은 혜장에게서 선(禪)과 차를 공부했고, 답답한 유배지에서의 고독함과 불안함을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혜장은 유학과 주역에 능통해 유학 선비들이 배움을 청하기 위해 줄을 이었던 스님으로 다산과 절친하게 지냈던 사이였다.
다산과 혜장이 걸었을 길을 걷고 싶었지만, 자동차를 다산유물관 앞에 주차를 했기에 우리 가족은 자동차를 이용해서 백련사로 향했다. 아쉬웠지만 오솔길을 걸어보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백련사

백련사가 자리 잡은 절은 만덕산이며, 조선후기에 만덕사로 불리다가 현재는 백련사로 부르고 있다. 이 절은 신라 말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고려후기에 8국사를 배출하였고 조선후기에 8대사가 머물렀던 곳이다.
백련사는 동백꽃과 함께 봄이 일찍 찾아오는 곳으로 동백나무가 집단으로 자생하고 있는 곳이다. 동백림은 백련사 남쪽과 서쪽에 수천 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주변에는 비자나무, 후박나무, 푸조나무가 자라고 있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길목인 만경루

대웅보전

대웅전은 조선후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내부에는 목조삼존불이 봉안되어 있으며, 조선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으로 겹처마인 다포식이다. 늦은 시간이라 한적하기 그지 없었고, 대웅전에 켜져 있는 촛불만이 빛나고 있었다.

백련사에서 바라본 구강포

날이 어두워서 구강포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다산과 혜장이 내려다보았을 그 자리에서 구강포를 내려다보았다. 명절이라 같이 할 수 있었던 우리 가족의 문화 유적 답사는 아이들이 많이 이해를 했건 못했건 뜻깊은 시간이었다. 어린 시절 이런 추억이 자라서 의미있는 자양분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2. 2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3. 3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4. 4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5. 5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