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자전거 탄 대법원장을 보고 싶다

[관용차는 혈세로 굴러간다⑭] '친환경차 운영정책'은 전 세계적 흐름

등록 2006.10.24 08:53수정 2006.10.24 09:24
0
원고료로 응원
고유가 시대, 서민들은 갈수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판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세금으로 굴러가는 고위 공직자들의 전용차는 갈수록 최고급차로 바뀌고 있습니다. 5만8천여 대에 육박하는 전국의 관용차가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www.makehope.org)에 제안된 '관용차를 경차로'라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녹색교통운동,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동 기획해 특집기사를 내보냅니다. '관용차는 혈세로 굴러 간다'는 제목의 이번 기획을 통해 정부의 관용차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시민사회와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외국의 고위공직자들은 어떤 차량을 타고 다닐까요?

외국 역시 많은 나라의 고위공직자들이 '국민과는 달리' 고급 대형승용차를 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작은 차, 친환경차로 바뀌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각 나라의 환경·시민단체들도 우리나라의 '관용차 개선 캠페인'과 비슷한 운동을 벌이고 있어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영국] 고위공직자 12%가 하이브리드 차량... '작고 친환경적으로'

a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 영국 고위공직자의 12%가 이같은 차량을 탄다. ⓒ 토요타 홈페이지

특히 영국의 관용차 개혁이 가장 눈에 띕니다.

영국 정부차량급송부(교통부 소속, Goverment Car Service and Despatch Agency)의 대표 로이 버크씨와 전화 인터뷰한 결과, 약 12%의 고위공직자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 자동조절 기능)인 '프리우스(1500CC)'을 타고 있다고 확인해주었습니다.

그리고 3년 후부터는 고위공직자들에게 프리우스와 재규어(2700CC)만 배당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재규어 2700CC급이라면 우리나라의 행자부가 발표한 '장관급 3300CC, 차관급 2800CC'보다 낮은 배기량의 차량입니다.

로이 버크씨는 '왜 프리우스를 타는가'라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1500CC의 소형차이고 전기모터를 쓴다, 가까운 거리 등을 이동할 때는 전기모터를 사용하고, 비교적 원거리 이동을 할 경우 자동적으로 가솔린으로 바뀐다"며 "가장 친환경적인 차량"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이 한 때 소형 하이브리드 차량(흰색 프라이드)을 타고 다녀 화제가 된 적은 있지만, 지금의 환경부장관은 웬일인지 검은 초대형차량 에쿠스만을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작고, 친환경적인 차량'으로의 교체 바람이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 미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프리우스 차량은 미국 돈으로 2만6천~2만7천 달러(한국 돈으로 2600~2700만원 정도) 정도에 판매되고 있어 고위공직자들이 선호하는 에쿠스에 비해 가격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기름도 아주 많이 절약할 수 있으므로 운용비도 줄어들 것입니다.

이처럼 세금도 줄이고 에너지도 절약하며 친환경적인 차량을 우리 정부는, 우리 고위공직자들은 언제쯤 도입할 수 있을까요?

물론, 우리나라에도 관용차량 중에 현재까지 180여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이 운용되고 있고 환경부에서도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문제는 모범을 보여야할 고위공직자 중에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소형차 또는 경차를 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한편, 영국 정부에서도 관용차량에 대해 경차할당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는데, 우리나라 행자부가 2008년까지 전체 관용차량 중 업무용승용차의 경우 경차비율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사안이라는 생각입니다.

[네덜란드]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대법원장

네덜란드의 경우, 특히 대법원장이 자전거를 타고 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는 것이 국민들 사이에서도 화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들에게는 모두 에쿠스 차량이 지급되고 운전사가 고용된 현실과 확연히 비교될 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덜란드의 대학생 대니 프리드만은 "여왕이 대형 차량에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등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비싸고 고급스러운 관용차를 끌고 다니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도 '진보녹색당(Groen Links)'이 활발하게 친환경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진보녹색당 당수 등이 프리우스 차량을 타고 다니며 친환경차량 운용을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는 이번 조사를 통해 여러 외국에서도 고위공직자들의 호화 전용차량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대법원장 한 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나라에서는 고위공직자들과 정부의 관용차량 정책, 국민 일반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충분히 추정 가능할 것입니다.

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 타는 여성의 모습. ⓒ 발바리

[벨기에] 유럽연합본부의 '공용 자전거'

이번엔 벨기에로 가볼까요?

이 곳에는 유럽연합 본부(European Commission)가 있습니다. 유럽연합 본부는 '공용 자전거'로 유명합니다. 유럽연합의 집행기구들은 거의 본부가 벨기에의 브뤼셀에 있는데, 유럽연합 공직자들이 본부 사이를 이동할 경우 의원 및 모든 스탭들이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자전거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나 정부 관리들도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면, 이 얼마나 흐뭇한 광경이겠습니까.

우리 국회의 경우 그 가까운 본관과 의원회관을 다니면서도 기사 딸린 검은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국회의원들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에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본관과 의원회관 사이를 걸어다니기 시작하면서 좀 줄어들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 외 우리나라에도 희망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이것이 널리 퍼지지 않고 있어서 문제인 것이죠. 충북 단양군수는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으며, 충북 청주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40년 만에 '관용 자전거' 22대를 도입해 관내에서 사용하고 있답니다.

[미국] '순찰 자전거' 탄 경찰들

이번엔 미국으로 가보겠습니다.

미국에서도 공직사회의 관용차량이 문제가 돼 환경단체들이 활발하게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었는데, 저희 캠페인과 그 내용이 거의 똑같습니다. '그린 유어 플릿(GREEN YOUR FLEETS. '네 수송차량을 녹색화하라')'라는 이름의 캠페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은데, 많은 지방정부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다음은 미국 환경단체들의 주요 제안 내용입니다.

▲관용차량의 사이즈를 경차나 소형차급으로 줄이자 ▲관용차가 너무 많으니 그 숫자를 줄이자 ▲관용차량의 연료 소비량을 줄이자 ▲운전효율을 최대화하라 ▲바이오디젤 차량을 확대할 것 ▲전기차량·하이브리드 차량을 사용해라 ▲전국적·정책적으로 관용차량 관련 제한법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예를 볼까요?

오하이오주 데이튼시의 경찰들은 기존의 경찰 순찰 차량을 자전거로 대체했습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서는 약 3대의 수소연료버스를 실행 중인데, 이 버스들이 배출하는 연료는 물뿐이라고 합니다. 에드몬톤시에서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료효율이 효과적인 운전법'을 교육한 결과, 약 20%의 연료사용을 줄였습니다.

콜로라다주의 덴버시는 관용차 제한 정책를 도입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주 캘리포니아시 관용차량들은 굉장히 낮은 배출량의 관용차량만을 지정할 수 있으며, 약 10%를 전기 연료 차량으로 구입해야 합니다.

또 연방정부는 '에너지 정책법과 행정령(13149)' '정부 관용차 및 교통수단촉진법(T.E.ACT)'에 의거해 정부의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매사추세스 알링턴시는 '연비효율차량법률'을 제정했고,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맨토시는 '낮은 배출량-높은 의무 차량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깨끗한 공기 그리고 스모그 방지법령'을 제정했고, 산타모니카시는 '차량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미국사회의 노력을 보시려면, www.greenfleets.org와 http://environmentaldefense.org 등을 방문하면 됩니다.

이처럼 눈을 돌려 외국으로 가면 중앙정부·지방정부·시민사회가, 또 고위공직자일지라도 지금보다 더 작은, 그리고 친환경 차량을 운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a

한국산 경차 마티즈. 이탈리아에서는 마티즈 경찰차도 있다. ⓒ GM대우 마티즈 홈페이지

이탈리아 '마티즈 경찰차', 루마니아 '경차 택시'

잘 알려져 있지만, 스위스에선 고위공직자들이 대중교통 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차인 마티즈를 경찰차로 사용한 이탈리아의 지방정부가 있었고, 경우는 다르지만 루마니아·베트남 등에서도 우리나라 경차가 택시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국내 환경전문가들은 "국가와 시민사회 차원에서의 친환경화 노력과 친환경차 확대 움직임은 전 세계적 흐름"이라며 "우리 사회에서도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는 우리나라 정부들도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친환경차 운용정책을 세우고 집행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날로 공기는 혼탁해지고, 에너지 위기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세금낭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 안진걸 기자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외국 사례를 조사하고, 인터뷰하는 데 사회창안센터 정기연 연구원이 수고해주셨습니다.

덧붙이는 글 안진걸 기자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외국 사례를 조사하고, 인터뷰하는 데 사회창안센터 정기연 연구원이 수고해주셨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참사 취재하던 기자가 '아리셀 유가족'이 됐습니다
  2. 2 김흥국 "'좌파 해병' 있다는 거, 나도 처음 알았다"
  3. 3 23만명 동의 윤 대통령 탄핵안, 법사위로 넘어갔다
  4. 4 김건희 여사 연루설과 해병대 훈련... 의심스럽다
  5. 5 [단독] '윤석열 문고리' 강의구 부속실장, 'VIP격노' 당일 임기훈과 집중 통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