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의 방한' PSI 참여로 이어지나

[해설] 노 대통령 만나 강한 압박... 금강산 사업도 변경 불가피

등록 2006.10.19 20:58수정 2006.10.1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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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9일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북한 핵실험에 대한 한미 공동대처방안을 논의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9일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북한 핵실험에 대한 한미 공동대처방안을 논의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이뤄진 일련의 한·미간 협의를 총괄하는 라이스 장관과 반기문 외교통상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은 예정보다 50분이나 늦게 시작됐다. 기자회견 직전 라이스 장관의 노무현 대통령 예방이 그만큼 길어졌기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예상대로 한·미간 최대 쟁점이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문제였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노 대통령 예방이 길어진 이유도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깊이 있고 허심탄회한 얘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으나, PSI에 대한 미국 측의 입장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라이스 장관은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통해 "유엔안보리 결의안 1718호를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한국정부는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한국 입장에 이해를 표시하면서도 "북한이 핵무기나 핵 물질을 제3자에게 이전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물론 PSI의 중요성을 의식한 언급이며, 한국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의 상당 시간을 할애, PSI의 내용과 한국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 설명을 시도했다. 그는 우선 "(북한) 화물 검색에 대한 이야기가 과장되게 보도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PSI는) 해상봉쇄가 목적이 아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일문일답 과정에서 "각 국이 보유하고 있는 권한을 사용해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물질을 검색하는데, 임의로 수색하는 것이 아니고 국제법과 국내법, 그리고 정보에 의해 한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지난 2년간 이것이 무력충돌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19일 저녁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북 핵실험 후 한미 공동대처방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19일 저녁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북 핵실험 후 한미 공동대처방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미국, 한국이 참여 않을 경우 명분 손상 우려

라이스 장관이 이렇게 긴 시간 PSI에 대해 언급하면서, 무력충돌의 위험성이 없다고 설명한 것은 어떻게든 한국의 참여를 끌어내려는 강력한 의사표시로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그 동안 임의로 추진해온 PSI에 안보리 결의안 1718호가 법적 근거를 부여한 상황에서 한 쪽 당사자인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큰 명분을 잃게 되는 것이다.


라이스 장관의 강한 압박에 정부가 어떤 답변을 줬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가운데 외교적 해결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라는 청와대 발표에서 한·미 간 적지 않은 의견대립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반기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PSI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다만 "유엔회원국으로서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반 장관은 미국 측에 한국은 2004년 채택된 '남북해운협력합의서'를 통해 PSI가 요구하는 수준의 차단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남북합의가 있는 것을 안다"고 말해 이에 대한 이해를 표시하면서도 "내용은 더 검토해볼 부분이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참가에 따른 상징적 효과가 필요한 만큼 전면 참여를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북한 돈줄 막아야"

북한 핵실험 이후 한미 공동대처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9일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북한 핵실험 이후 한미 공동대처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9일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한·미간 또 하나의 큰 쟁점이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해서도 확실한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양측의 언급으로 볼 때 어떤 식으로든 두 사업의 내용이나 방식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라이스 장관은 "한국 정부에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러 온 것이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북한의 돈줄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못박았다. 반기문 장관도 "정부로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이 안보리 결의와 국제사회의 요구에 조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정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변화'를 시사했다.

이 같은 분위기로 볼 때 북한에 실질적으로 현금을 쥐어주는 사업방식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의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요구도 충족시키는 어떤 방안이 있을지,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한·미가 이번 협의를 통해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확인한 것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반 장관은 "제재를 위한 제재가 아니라 제재를 통해 북한을 핵 폐기의 길로 끌어내는 전략적이고 조율된 조치를 취해나갈 필요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도 한국의 '무력충돌 걱정'을 불식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결국 이번 협의는 북한의 핵실험이란 도발행위에 대해 한·미, 나아가 한·미·일이 보조를 맞춰 단결된 대응을 한다는 큰 틀의 원칙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채워나가는 과정이 순탄하리라고 만은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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