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가 낀 신봉 저수지에서 물고기를 잡는 안찬수 사장오창경
"요즘 도시에 김치를 직접 담그거나 요리를 하는 주부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우리 집도 처갓집에서 가져다 먹거나 사먹는데요."
우리 집에서 함께 점심을 먹던 거래처 사람이 한 말이다. 시골에 살다보니 요리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주위에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서 요리 정보도 쉽게 얻어듣다 보니, 어지간한 음식은 직접 하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대견하다.
지난 추석에도 두부며 묵 등을 직접 쑤고 봄에 얼려둔 쑥으로 송편까지 빚었다. 그렇다고 내가 요리에 일가견이 있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는 결코 아니다. 시골살이 7년차에 접어들다 보니 환경에 어지간히 적응해나가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아직도 음식만큼은 사먹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게 시골의 정서이고, 철에 따라서 반찬 재료들을 저장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편승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뭄 탓에 잘 영글지 않은 들깨 송이를 보면 속이 타지만, 어느새 시골 마을의 어머니들은 들깻잎을 따다가 깻잎지를 담가놓았다. 요즘은 끝물 풋고추를 따서 고추 밑반찬을 만들 궁리에 여념이 없다. 이런 시골 정서와 접하며 살다보니 콩나물도 직접 기르고 여러 가지 밑반찬 만드는 기술이 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아직도 어렵고 자신이 없는 요리 중 하나가 각종 매운탕과 찌개 요리다. 재료의 특성을 살리면서 국물 맛을 내려면 어떤 노하우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여러 번 시도해보아도 전문 음식점에서 먹는 맛이 나질 않았다.
우리 동네는 10만평의 큰 저수지를 끼고 있어 민물고기를 접할 기회는 많다. 그러나 그동안은 비린내가 심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피해왔다. 더구나 우리 동네에는 수질 보호를 위해 음식점 허가를 내주지 않아서 마땅히 민물고기 요리를 맛보거나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붕어 요리가 제철이라는 음력 8월인 요즘, 우리 옆 동네인 서천군에 이름난 매운탕 집에 원정을 가서 매운탕 요리를 맛보고 요리법까지 배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