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학생이 탈곡기에도 떨어지지 않은 나락을 손으로 훑어내고 있습니다.정일관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러대었습니다. 그러면서 신나게 페달을 밟았고, 나락들은 쌓여갔습니다. 저도 재미있고 신이 나서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인다며 연신 나락을 떨었습니다.
나락들이 하도 강하게 튀어나가는 통에 비닐 막을 씌웠고, 볏단 안쪽에서 미처 탈곡되지 못한 나락들은 다른 아이들이 손으로 하나씩 훑어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탈곡이 끝난 짚단은 아이들에게 따로 쌓아두게 하였죠. 지나가는 마을 농부님께서 한 말씀하셨습니다. "어이구, 일꾼들 많네."
이렇게 1, 2학년 4개 반이 한 시간씩 탈곡 작업을 오전에 체험하게 하였고 오후에는 수업이 없는 선생님들이 나와서 작업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래도 다 끝낼 수 없었죠. 다음날 오전에도 아이들은 전날과 같은 방법으로 벼 탈곡에 참가하였습니다.
나락은 수북히 쌓여갔고, 볏단은 점점 줄어들어 4교시가 끝날 무렵, 마침내 마지막 볏단을 탈곡시키고,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농업 선생님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논농사 체험학습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얘들아, 이제 탈곡이 다 끝났는데,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밟으며 왔노?"
"모내기, 벼 베기, 말리기, 뒤집기, 묶기, 탈곡하기."
아이들은 합창을 하였습니다.
"그래, 잘 아네. 그라모 이렇게 체험한 느낌이 어떻더노?"
"힘들었어요. 햇볕 때문에 짜증났어요. 농부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 힘들다. 그러니 밥을 묵을 때 우째야 하노?"
"감사해야 해요."
"밥 남겨서 버리면 되나 안 되나?"
"안돼요."
"그래, 나락 껍질을 많이 벗겨낸 쌀을 백미하고 하는데, 흰 쌀이라는 뜻이지만, 사실 일백 백자 백미(百米)다. 이렇게 귀한 쌀을 우리가 먹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 알고 밥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농부님 은혜에 감사해야 한다. 알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