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참정신은 개인이 아닌 사회성과 집단성에 있다. 하지만 한국의 종교사학은 설립 이념을 망각한 채 족벌사학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안윤학
우리나라의 사학들은 그 소유주체가 개인이냐 집단이냐에 따라 다시 공공성에 차이가 생긴다. 집단일 때는 아무래도 예산·인사 등이 투명할 수밖에 없지만 개인 소유는 투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사학들은 대부분 개인(족벌) 소유 사학이었다. 재정이나 인사 등에서 전횡될 소지를 항상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종교사학과 그에 속한 학생과 교사, 교수들은 신앙과 운영 면에서 이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참다운 신앙을 가졌다면 학교의 소유 여부에 그렇게 집착할까? 승가(공동체), 교회(회중)가 의미하는 것처럼 모든 종교의 참정신은 개인이 아닌 사회성, 집단성에 있다. 공유나 무소유야말로 바로 종교의 이상이다. 공교육도 공유와 욕망의 절제를 훈련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종교와 닮아 있다.
사회 발전을 위해 한 개인이 교육에 공헌한 의향이 있다면 재산을 지정한 학교에 기증, 보시하면 된다. 그러면 학교는 건물에 그의 이름을 붙인다든지 동상이라도 세워 그 공적을 새겨두고 길이 기억할 것이다. 지역사회와 졸업생도 두고두고 고마워 할 것이다.
유럽의 국가들, 캐나다, 호주는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미국 같은 사회에서도 개인의 재산처럼 소유하는 '교주'가 있는 사학은 있을 수 없다. 또 신입생이 줄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교주가 자살하는 나라도 한국밖에 없다. 사유재산처럼 학교를 대물림하는 나라, 교주의 아들이 교장, 총장이 되고 또 다음 교주가 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사학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개인 사유화'에서 '집단(지역사회) 공유화'의 길로 가는 것이다. 국립화나 국유화가 최선의 길은 아니다. 책임 소재의 중앙집중은 효율성과 투명성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역공동체가 필요에 따라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지역 단위의 공유화가 최선이다. 학교는 주민 세금이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곳이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교육기관이 재정난을 겪고 있다면 그 '교주'가 자살하기 전에 지역사회가 인수(환수)해 운영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세계 어디에도 '한국식 사학'은 없다
공교육은 시장경제와는 다르다. 미국 등 시장경제에 충실한 국가들도 공교육에서는 철저하게 영리를 배제하고 있다. 학교재단은 '비영리' 단체로 분류해 기부금에 대해서는 세금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물론 우리도 그렇게 대접하지만 직간접으로 영리를 취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세금공제의 특혜까지 받는 영리단체인 셈이다.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면 과도기적으로라도 공공성을 강화하는 길을 취해야 한다. 개정된 사학법은 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교수·교직원·학생·동문, 지역사회가 참여하고 감시하는 장치는 더 필요하다.
과거 개선된 사학법을 사학단체들이 불법적으로 로비해 개악한 것이 이전의 사학법이라는 게 교수사회의 상식이었다. 한편 법개정 반대투쟁에서 종교사학을 소유한 종단의 교역자, 지도자들이 '건학이념'을 명분으로 적극 참여한 것도 사회의식 없이 종파적 이익에 급급한 우리 사회의 조직종교의 모습을 보여준, 씁쓸한 일이었다.
사립학교들은 등록금(특히 대학)과 정부지원(중등)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그것조차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규정된 재단 전입금은 대개 사실상 장부의 숫자에 가까운데, 믿을 만한 감시를 할 기구나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물의가 생기면 마지못해 하는 교육부 감사조차 면죄부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부 학교에 불과하지만 관선이사 선임으로 가는 것도 말썽이 일어난 한참 뒤의 일일 경우가 많다. 관선이사가 파견된 경우 모두 족벌 사학이었고, 관선이사 체제로 간 학교들은 지금은 재정과 전체구조가 훨씬 나아진 상태로 건전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그럼에도 일부 과거 사학 수장들은 아직도 끈질기게 '컴백'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학교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이익과 명예를 창출하는 '기업'이었는가를 짐작케 한다.
미국의 명문 사학들도 특정 개인이 아니라 원래 신앙공동체나 지역사회가 창립한 것으로 철저히 투명하게 공공재단에 의해 운영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사학이 아니라 공립이나 마찬가지다. 그 어디에도 설립자가 모든 것을 휘두르는 '한국식 사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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