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공동대처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9일 저녁 서울 한남동 외교통상부장관 관저에서 만난 한ㆍ미ㆍ일 외교장관들이 만찬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아소 다로 일본외상.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정택용
라이스 장관이 한국과 일본 정부를 통해 확인된 김 위원장의 발언조차 부인하는 것은 김정일-탕자쉬안 회담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의도적 무시'로 보인다. 지금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데 대해 확실한 '징벌'을 내릴 때이지, 안이하게 타협하고 국면을 전환시킬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인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이 보인 변화가 '전략적'이 아니라 '전술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불신감이 짙게 깔려있다. 김 위원장의 추가 핵실험이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언급은 미·일과 중·러, 그리고 한국 사이의 미묘한 입장차이를 이용, 국제사회의 대응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보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한국정부 일각에는 북한이 탕 특사의 방북을 계기로 2차 핵실험 움직임을 일단 멈추고 대화의 조건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국제사회의 분위기로 볼 때 여기서 국면전환의 계기가 되는 의미 있는 변화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북 포위망 좁혀가는 미국
라이스 장관이 이번 6자회담 참가국 순방에서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단결된 대응'이다. 이는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유엔안보리 결의안 이행이라는 5개국간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살려 북한을 포위·압박해 나가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각 국에 유엔안보리 결의의 이행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대응에 있어서는 '자율성'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나 "위기를 확산시키기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도 '단결'을 해치지 않으려는 계산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이 대북제재 전선에서 이탈할 수 있는 명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안보리 결의를 통해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들어간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단결'만 유지되면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미·일 공조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를 통해 북한의 핵 무기나 관련 물질의 외부 확산을 막으면서 숨통을 틀어쥐고 있으면 언젠가는 저절로 숨이 끊어질 것이란 계산이다.
물론 그 속도는 중국이 어느 정도 협조해 주느냐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나겠지만, 중국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한 만큼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와 같은 자세를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대북 송금과 관광 차단 등, 안보리 결의안 내용보다 더 강력한 대북 압박에 이미 착수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 다시 긴장 높이는 카드 꺼낼까?
북한이 한번의 핵실험으로 목표했던 성과는 일단 달성했다고 보고, 탕자쉬안 특사를 통해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만약 그렇다면 북한으로서는 이제 '핵 보유국'이 된 만큼 지금까지와 다른 '위상'에서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계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구도에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한·미·일은 지난 19일 3국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했고, 한국도 앞으로 이 원칙에 따라 상황에 대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다시 긴장을 높이는 카드를 꺼내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궁극적 목표가 미국과의 직접 담판에 있는 만큼 미국의 '무시' 전략 자체가 북한을 점점 극단적인 행동으로 몰아갈 것이다. 한반도 정세는 앞으로도 몇 번이나 대화 가능성과 긴장고조 사이에서 심하게 요동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도 속에서 한국의 입지는 매우 좁다. 정부는 내주 중 가시화될 안보리 제재위원회의 구체적 기준에 따라 대북 제재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강도의 조정은 있겠지만 당분간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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