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변호사, '미국 압박-일본 핵무장' 경고

한국 민변과 일본 자유법조단, 북핵 사태에 대한 공동성명 채택

등록 2006.10.23 11:56수정 2006.10.2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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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정동 성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의 PSI 참가와 금강산관광중단 압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자료사진)
시민단체가 정동 성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의 PSI 참가와 금강산관광중단 압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자료사진)오마이뉴스 남소연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적 법률가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일본 '자유법조단'이 지난 22일, 일본 가나자와시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 일본의 강경조치에 반대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한·일 법조인들이 북한의 핵실험 관련 공동 성명을 채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동성명은 일본 자유법조단이 10월 정기총회를 맞아 한국의 민변을 초청하여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채택된 것이다.

두 단체는 북한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 핵위기에 당면하여 법률전문가 단체로서 한반도 주변국들의 위험천만한 행동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공유했다.

민변은 자유법조단 총회참여와 공동성명 채택을 위해 20일, 송호창 변호사(민변 사무차장)와 권정호 변호사(미군문제위원장)을 대표로 파견하였고, 민변 대표단은 자유법조단의 집행부와 이틀 동안 각 쟁점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를 거쳐 성명서를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두 단체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북한당국의 의도와 사태해결 방법에 대해 다소 이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한국정부에 대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중단 요구 그리고 일본의 핵무장 발언의 위험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발표해야 한다는 데 공감해 상호간 이견을 조정하면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두 단체는 각각 한국과 일본의 언론기관에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그 취지를 설명하기로 했다. 이 두 단체는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북핵' 관련한 북한, 미국, 일본,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북한]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의 핵실험은 한반도와 주변지역에 심각하고도 중대한 정치군사적 긴장관계를 새롭게 조성하는 일이다.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이 주변국들의 군비증강을 부추기고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주변국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최악의 상황을 낳을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미국] 미국은 지금까지 금융제재 등 제재와 봉쇄정책으로 북한을 벼랑 끝으로 몰아 갔고 그 결과 군사적, 물리적 충돌 위험을 더욱 가중시켜 왔다. 그럼에도 라이스 국무장관을 파견하여 한국정부에게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할 것을 압박하고, 북한 개성공단의 경제협력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행위는 긴장을 더욱 더 격화시키는 것이며 비난받아 마땅하다.

[일본] 일본은 유엔의 제재 결의가 결정되기도 전에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북한 선박들의 입항과 출항을 아예 금지하는 등의 독자제재를 하였다. 게다가 일본의 외무장관과 여당 정책책임자들이 '핵무장 논의'를 긍정하는 발언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이러한 강경 조치는 한반도 주변지역의 군사적 충돌위험을 부추길 뿐 아니라 핵 전쟁의 직접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강력히 비난 받아야 한다.


[한국] 한국정부가 북한을 더욱 고립으로 몰고 갈 대북제재에 동참하거나 개성공단 사업을 포함한 기존의 경제협력 활동을 돌연 중단하고, 무력충돌을 유발시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참여하게 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다. 한국정부가 일부 보수세력과 미국이 강요하는 각종 강경조치에 무책임하게 동조하여 결국 한반도 주변지역에 군사충돌이 발생한다면 전세계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한반도 핵 위기에 직면하여 6자 회담 당사국들은 파국을 막기 위해 냉정하게 해법을 찾아야 하며, 이를 위해 북미간의 직접 대화를 비롯하여 6자 회담 당사국들의 대화와 협상에 의한 사태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1922년에 설립된 자유법조단은 일본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진보적 법률가 단체이다. 현재 1700여명(일본 변호사의 8%)의 회원을 가진 자유법조단은 1920년대 고베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변론활동을 시작으로 결성되었고, 한국과 중국 등지의 항일운동가들에 대한 변론을 도맡으며,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면서 수많은 변호사들이 투옥되는 고통을 겪기도 했었다.

자유법조단은 회장격인 단장 아래 간사장, 사무국장, 6명의 사무차장으로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으며, 매년 10월의 정기총회, 5월의 인권 워크숍을 통해 한 해 동안 인권 변호사활동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20년의 전통을 가진 민변과 상당히 유사한 변호사 단체이다.

이번 자유법조단 총회에는 4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하여 첫째날의 심포지엄, 둘째, 셋째날의 토론회로 이뤄졌다. 첫째날 심포지엄은 4시간 동안 '민변과의 대화'로 진행되었다. 심포지엄에서는 한국과 민변의 역사 및 민변의 활동에 대한 보고와 질의 응답이 이뤄졌다.

자유법조단은 '민변과의 대화'를 통해 독재정권 하에서도 과감하게 활동해온 민변회원들에 대한 감동과 존경심을 갖게 되었으며, 국제적 연대의 수준을 더욱 더 높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후 이어진 총회에서는 개막과 동시에 민변과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한 후, 일본의 각종 인권과제와 평화헌법 9조 개정과 아베정부의 강경 일변도의 외교정책, 사회 양극화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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